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형벌 손질 이어 노동·산재 처벌 합리화도 서둘러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 단장인 권칠승 의원이 30일 당정협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 단장인 권칠승 의원이 30일 당정협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옥좨온 경제 형벌 규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적용되던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대신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10배까지 부과해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사업주의 법적 불확실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다. 특히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이나 소상공인의 생계형 위반을 형벌에서 과태료로 전환한 것은 민생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로써 올 9월 정비분을 포함해 모두 441개의 경제 형벌 규정이 손질됐다.



그동안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형사처벌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었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정치권의 과다 입법으로 경제 법률에서만 무려 8404개에 이르는 법 위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기형적 상황이 이어졌다. 늦었지만 이번 조치는 형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기업 활동의 활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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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징금 폭탄이 부과되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와 판단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걸리면 망할 정도’의 과도한 경제적 제재가 자칫 ‘억울한 갑’을 만들어 또 다른 경제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정비 대상에 배임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준비 중인 배임죄 대체 입법에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법적 공백과 민사책임 강화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노사 분쟁과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체계도 재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이재명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노동자 작업 중지권 확대, 최대 영업이익의 5%에 달하는 과징금, 산재 반복 건설사의 등록 말소 등 강력한 처벌 조항을 내놓았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처벌과 규제 일변도의 산재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산재 사고를 줄이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역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25개 고용·노동법에 처벌 조항만 357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65%는 사업주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노사 분쟁과 산재 등 불가항력적 사고나 구조적 요인까지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기업 활동 위축과 불안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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