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 후보 선출을 기대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향후 당청 관계를 좌우할 최고위원 선출을 앞두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던 원내 축까지 사라져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 후임 선출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1월 11일 동시에 치른다.
3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친명 후보군으로는 박정·한병도 의원이 거론된다. 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11일 ‘빅데이’를 앞두고 친명과 친청 간 경쟁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의원 규합에 속도를 낼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진성준 의원이 출마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당내 첫 출사표를 던진 그는 “당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전략기획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력을 앞세워 적지 않은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 대표 못지않은 강경 성향은 약점이다.
한 의원 역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친명계 내부에서 한 의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평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이른바 ‘수박’ 논쟁 국면에서도 계파보다는 선당후사를 앞세운 인사라는 점에서 친명계의 거부감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 선출 당시 처음 도입된 권리당원 투표(20%)가 반영된다는 점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권리당원 투표는 국회의원 34명의 표와 맞먹는 효과를 갖는다. 권리당원 투표가 친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의원에게 ‘친문’ 프레임을 씌우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변수는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의 임기가 5개월에 미치지 못하는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원내 사령탑으로서 활동 반경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차기 원내대표의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임이 가능해질 경우 이번에 선출될 원내대표는 1년 4개월의 임기를 갖고 차기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권한까지 쥐게 된다. 재선 당대표를 노리는 정 대표로서는 연임 원내대표 체제가 유리한 만큼 사무총장인 조승래 의원이 친청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면서도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당청 관계의 중대 변곡점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적극 뒷받침하면서도 세련된 원내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친명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