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 압박, 구조조정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될 만한’ 신약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둔 약물의 대다수가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인 만큼 관련 기술을 보유한 K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FDA 승인을 앞둔 주요 신약 상당수는 경구형이나 피하주사(SC) 등 환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들이다. 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은 미국 행정부와 약가 인하에 합의하면서 올 초 승인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역시 기존 정맥주사(IV) 대비 투약 시간을 크게 줄인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올해 1분기 승인이 예상된다. 존슨앤드존슨(J&J)의 경구용 건선 치료제 ‘이코트로킨’, 화이자의 피부근육염 치료제 ‘브레포시티닙’도 연내 승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제형 변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이 이미 검증돼 임상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FDA 허가 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치료제의 제형 변경은 FDA 승인을 받기 용이해 투약 편의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바이오의 제형 변경·약물전달 플랫폼 기술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특정 약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신약에 반복 적용할 수 있어 계약이 누적될수록 가치가 커진다. 일회성 계약에 그치는 신약 후보물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대표 사례가 알테오젠(196170)이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미국머크(MSD)의 ‘키트루다’에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 ‘ALT-B4’가 적용됐다. ALT-B4는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전환해 투약 시간을 1시간에서 1~2분으로 줄이며 특허 연장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시키는 ‘그랩바디-B’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고령화로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치매·신경질환 치료제의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릴리의 비만·근육 질환 파이프라인과의 접목 가능성도 거론된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를 기반으로 먹는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이 물질은 화이자가 인수한 멧세라를 통해 임상 단계에 진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