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A 씨는 2024년 7월 급전이 필요해 대부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그가 필요했던 돈은 30만 원. 소액인 만큼 어려움 없이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용이 부족했던 그는 대출이 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사채에 손을 댔다. 그는 30만 원을 빌렸지만 1주일 만에 갚아야 할 돈은 50만 원으로 불어났다. 금리만 연 환산 기준 4800%다.
그렇게 A 씨는 불법 사채의 덫에 빠졌다. 원리금 상환과 기초 생활을 위해 여기저기서 추가로 돈을 구하다 보니 그는 1년간 여러 업체에서 3000만 원을 빌렸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사채업자들에게 갚은 돈은 7000만 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원금의 두 배 이상을 상환했지만 불법 사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A 씨가 힘들었던 것은 추심이었다. 그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불법 사채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 불법 추심을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사채업자들은 A 씨 주변인들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수시로 보냈다. 영국을 비롯해 외국 전화번호를 활용해 추적도 어렵게 했다. 그는 “참다 못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손을 내밀었지만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은 채무자 대리인 지정을 도와주겠다고 할 뿐 업자에게 직접 경고하지는 않았다”며 “피해 신고 이후 변호사가 선임돼 추심을 대리하기까지 약 2주 동안 이자는 계속 쌓였고 협박 또한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추심 지옥에서 벗어난 것은 한국대부금융협회의 덕이었다. 그는 “협회가 법정이자를 초과한 사실을 사채업자에게 고지해 당일 중재를 해줬다”며 “사채업자는 불법 추심을 멈추고 초과 이자를 되돌려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협회는 A 씨를 포함해 총 83명에게 10억 6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반환·감면해줬다.
정부의 불법 사금융 원스톱 피해 신고·지원 체계 구축에 대해서는 최대한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A 씨의 생각이다. 금융 당국은 1분기 중으로 금감원이 불법 사채업자에게 경고 같은 초동 조치와 수사 의뢰, 불법 차단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A 씨는 당국의 역할이 불법 업자를 검거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붙잡힌 후에도 피해자들과 100만 원이 안 되는 소액으로 합의를 하고 풀려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사채 피해자 카페에는 ‘10만~50만 원가량으로 합의를 봤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A 씨는 “(피해자들이) 돈이 없으니까 10만~20만 원을 받고 처벌 불원서를 써주는 게 현실”이라며 “정책금융 상품의 문턱을 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액 정책대출상품이 더 많아진다면 불법 사채로 인해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