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전 산업에 걸쳐 인공지능(AI) 적용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차세대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AI 시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올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제품 대량 생산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매출을 일으켜 한 단계 성장을 거듭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이달부터 2세대 NPU 제품인 레니게이드(RNGD) 양산을 시작한다. 2024년 RNGD 첫 공개 후 약 1년 반 만에 시장에 의미 있는 물량을 내놓을 수 있는 대량 생산에 돌입하는 것이다. 앞서 퓨리오사AI는 2021년 첫 NPU 비전 칩을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다만 지금까지 일부 파트너사와 NPU 기술실증(PoC) 협업 등으로 연간 20억~30억 원가량의 제한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RNGD 제품 양산은 수천억 원대 매출을 노릴 수 있는 사업 도약 기회로 평가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RNGD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업의 빠른 AI 전환을 가능케 한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RNGD 출하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도 2026년을 매출 측면에서 주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리벨리온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신제품 리벨쿼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리벨쿼드는 지난해 8월 공개된 AI 반도체 제품으로, NPU 칩인 리벨 4개를 칩렛 형태로 하나의 패키지 안에 장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벨쿼드 양산이 시작되면 리벨쿼드 PoC 파트너사부터 정식 고객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게 리벨리온의 복안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리벨리온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라며 “AI 추론 시장 내 경쟁이 개화할 2026년에 리벨쿼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해외 시장을 조준하며 가늠쇠를 맞춘 부분은 AI 추론 영역이다. AI 반도체는 AI 모델에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키는 훈련용과 이미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AI 모델이 판단을 내리는 데 사용되는 추론용 등 크게 두 용도로 쓰인다. 현재 두 시장 모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악한 상황이다.
그런데 추론용으로 GPU 대체재를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산업계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중요한 훈련 영역에선 AI 반도체의 연산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추론 영역은 다르다. 추론은 훈련 대비 연산 규모가 작기에 추론용 AI 반도체는 작은 연산력을 갖춰도 충분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AI 반도체를 쓰는 기업들은 추론용 제품을 택할 때 값비싼 고성능 GPU 대신 저렴하고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연산력을 확보한 칩을 찾기 시작했다. 추론 특화 반도체로 설계된 NPU는 이 대체 수요를 충족시킬 차세대 AI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글로벌 시장에 깃발을 꽂겠다며 내세운 자신감의 근원도 전력 대비 성능비(전성비)에 있다. 개별 NPU의 연산력은 GPU와 비교해 떨어지나 소모 전력까지 고려하면 NPU의 효율성이 더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곧 시장에 물량이 풀리는 RNGD의 경우 엔비디아의 GPU인 H100과 비교해 초당 토큰 생성 수를 전력으로 나눈 값이 2.7배가량 높다. 이는 전성비를 측정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다. 게다가 제품 가격 역시 NPU의 강점이다. H100 서버 1대 가격은 3억~4억 원 수준인 반면 RNGD 서버 1대 가격은 1억 원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글로벌 IT 업계에서 최적화 오퍼레이터 기반이 약하다는 점은 NPU 개발사들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오퍼레이터는 AI 반도체 자원을 자동으로 배분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서버 이용자가 AI 반도체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려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인데 대부분의 오퍼레이터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 GPU에 맞춰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전성비가 좋은 NPU를 쓰고 싶어도 오퍼레이터가 마땅치 않아 최적의 전성비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대표는 “엔비디아가 쿠다와 런닷AI 등 최적화 플랫폼을 갖춰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장악한 상태”라며 “NPU도 이러한 최적화 플랫폼을 마련해야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를 깰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