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투자의 창] 빅테크의 고통은 축복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인공지능(AI)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까지 500억 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밝힌 오라클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 9월 고점 이후 반토막이 났다. 테크 기업들의 실적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 다만 오라클은 투자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잉여현금이 소진되는 속도 역시 가파르다.



문제는 속도이지, 추세는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은 멈추기 어렵다.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챗GPT에서는 검색과 쇼핑까지 가능해졌고, 대규모 언어모델은 검색엔진·이커머스·광고 영역에서 기존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의 추격도 거세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고 출혈을 감수해 투자해야 생존 가능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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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반대편에서 수혜를 보는 산업이 나타난다. 같은 맥락에서 소수 데이터센터에 집중됐던 투자 패턴은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의 견조한 실적과 대규모 투자에도 이들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년 전 37.1%에서 최근 35.1%로 낮아졌다. 주가 역시 최근 두 달새 주춤하다.

이제 M7 이외 기업들에도 시선을 넓힐 시점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자동화로 연 10억 달러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월마트는 AI 기반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 비용을 줄이고 결품률을 낮췄다. 서비스나우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직원 생산성이 30% 이상 개선됐다. 이제 관건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통해 높아진 성능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다. 금융, 유통, 제조업, IT 서비스 기업들이 그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와 기업들의 변화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4000 포인트라는 가보지 않은 영역에 진입했지만 정체 국면이다.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 추정치는 80조 원대에서 160조 원대로 상향됐다. 이익 기대는 유효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고 주가도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 반도체 주가는 실적을 확인하며 계단식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의 AI 활용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다만 코스피가 단기 고점을 기록한 이후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상사자본재, 유틸리티, 건강관리 업종의 이익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건강관리와 일부 내수 업종 주가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6년은 집중보다 확산과 분산에서 성과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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