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Default·디폴트) 위기에 놓인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Vanke)가 은행들과 대출 이자 지급을 오는 9월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눈 앞의 불은 껐지만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또 다른 채권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시장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행 등 대출 기관들이 완커가 기존 분기별로 지급하던 대출 이자 지급을 연 1회로 전환하고, 향후 몇 달간 발생하는 이자의 지급일을 9월로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중기 대출은 분기별로, 장기 대출은 연 1회 또는 반기별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소식통은 이번 합의가 선전시 인민정부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의 조율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눈 앞의 디폴트 위기는 넘겼지만, 완커는 올해 상반기에만 130억 위안(약 2조6941억 원) 이상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다음 주에도 완커는 상환 요구일이 22일자인 11억 위안(약 2280억 원) 규모 채권에 대해 상환 및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하기 위한 채권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신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완커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2640억 위안(약 54조8087억 원)의 은행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660억 위안(약 34조4000억 원)은 만기가 1년 이상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완커가 다른 자금난에 처한 중국 개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최종 채무 재조정안을 제시하기 전에 단기적인 채권 상환 연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완커는 지난해 선전시 소유 기업이자 주요 주주인 선전메트로로부터 220억 위안(약 4조5614억 원)의 대출 지원을 받았으나 11월 공모채 만기 연장을 요청하며 자금 위기설이 확산했다. 이후 12월 15일과 12월 28일에 만기가 도래한 채권자들은 상환 유예 기간을 기존 5거래일에서 30거래일로 늘리는 완커 제안을 승인했으나, 상환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은 거부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완커의 은행 대출이 중국 전체 개발업체 대출의 1.9%, 전체 은행 대출의 0.1%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또 완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대출·투자 비중이 높은 중국의 대형 은행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완커의 자금난은 중국 본토 부동산 시장의 오랜 침체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침체가 최소 2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