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절반 “환율이 최대 리스크”, 정부는 땜질·대증처방만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당국이 고강도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과 열흘 만에 약발이 다한 모양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3.7원으로 마감하며 새해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원화 평가절하 폭은 21개 주요 통화 중 네 번째로 컸다. 2024년 이후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통화 모두 안정됐지만 원화 가치만 10.6%나 떨어졌다. 고환율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등을 불러와 서민 물가를 올리고 내수 기업은 물론 수출 대기업에도 피해를 주게 된다. 이날 나온 대한상공회의소의 국내 제조업 조사에서도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고환율 및 변동성 확대(47.3%)’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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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각종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 기업들은 한국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학개미들은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유망 투자처가 보이지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엔화 약세 등 대외 변수에다 인공지능(AI) 등 미국 기업의 성장성까지 부각되면 고환율이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이런데도 정부 대책은 시장의 내성만 키우는 대증요법과 땜질 처방 일색이다. 관세청은 12일 환율 안정 지원을 위해 달러를 빼돌린 수출 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대기업과 증권사를 압박해 달러 수급을 통제하려 하더니 기업 팔을 비트는 손쉬운 방법만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친기업·친성장 정책을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혁파, 노동 개혁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 확충과 미래 신산업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노란봉투법과 주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들을 대폭 완화해야 할 것이다. 또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펴는 동시에 석유화학 등 위기 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 신호다. 경제 체질 개선만이 환율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올해를 진정한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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