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노골적으로 대미 투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 “메모리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겨냥해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7월 말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부분의 한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반도체는 추후 협상 과제로 남겨놓았다. 당시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한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15일 대만이 2500억 달러 이상 신규 공장 건설 투자를 하는 대신 생산능력의 2.5배, 완공 시 1.5배까지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각각 370억 달러,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협상 결과 대만보다 불리한 조건이 적용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공세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려면 무엇보다 당정의 치밀하고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서 지방선거용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국가 산업단지로 지정돼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다. 전력 수급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은 뒤로 미뤄놓고 지방선거 표심을 노려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 강국’을 꿈꾸며 자국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K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노골적인 반도체 투자 협박을 받는 현 상황에서는 우리 반도체 공장들을 국내에 있도록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도권이냐 지방이냐를 놓고 논란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