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뇌 손상 환자의 악몽과 치료 [국경복의 드림 톡]

국경복 꿈 연구가(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아멜리아(Amelia, 가명)은 32세의 사무직 여성으로 폭동 한가운데에 있던 군중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녀는 달리는 차량의 창문을 뚫고 들어온 벽돌에 이마를 정면으로 맞아 머리에 심한 골절을 입었다. 아멜리아는 한동안 의식을 잃었고 2일동안 기억상실증을 겪게된다. 의사는 그녀의 괴사(죽은)한 뇌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CT촬영 결과, 전두엽(앞이마) 안쪽에 광범위한 손상(병변)이 확인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 후 신체적으로는 회복이 된다. 그러나 신경행동평가결과, 머리에 부상을 당하고 나서, 몇주 동안 생생한 악몽을 자주 꾸었다고 보고했다. 그녀는 주로 뱀이나 뱀파이어가 나오거나 몸에 바늘이 꽃히는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항상 불쾌했다. 어느날 밤에는 속옷에 무었인가 꿈틀거리는 꿈을 꾸었는데, 손을 넣어보니 끔찍하게도 뱀이었다.



아멜리아가 꾼 꿈을 악몽(nightmare)이라고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내린 정의에 의하면, 악몽이란 ‘길고 극도로 불쾌한 꿈으로, 위협, 불안, 공포, 분노,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포함한다.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으로 사회적, 직업적, 학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꿈을 말한다. 신경생리학자인 마크 솜스(Mark Solms)가 조사한 보고에 의하면, 뇌의 손상을 입은 114명 중 9명의 환자가 반복하는 악몽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전체환자의 7.9%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뇌전증(epilepsy)이 원인이 되어 악몽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다. 사라(Sara, 가명)는 33세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뇌의 우측 측두엽(뇌의 우측 측면 부위)이 손상되어 뇌전증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에 관한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사라의 뇌전증 병력은 평생동안 조절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살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

또다른 뇌전증 환자인 필립(Philip, 가명)은 24세로 대학생이다. 그는 뇌의 측두엽에서 뇌전증 병소가 확인되었다. 그의 발작은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하였는데, “도로에 널려 있는 부서진 시체”와 “교통사고로 인해 토막 난 시체” 보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뇌전증은 예전에는 간질이라고 불렸으나, 사회적인 편견때문에 간질이라는 말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뇌세포간의 정보전달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지는데, 뇌전증은 전기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상적으로 흐르던 전류가 갑자기 합선이 일어나서 불꽃이 튀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뇌전증은 몸의 경련이나 반복적인 발작현상을 초래한다.




마크 솜스 등의 연구에 의하면 측두엽에서 비롯되는 뇌전증 환자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고 한다. 특히, 안쪽 측두엽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이웃 사촌처럼 아주 가까이 있다. 솜스는 측두엽 뇌전증 환자에게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적 방전이 편도체를 자극하면, 수면 중 강렬한 공포 감정반응과 생생한 시각적 환각이 결합되어 악몽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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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악몽은 우울, 불안, 자살충동, 트라우마 등으로 인하여 꾸게되는 심리몽과 같은 심리적 잔여물이 아니라 물리적인 뇌 방전으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뇌전증은 뇌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오작동으로 야기된 전기적 방전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솜스는 증상을 유발하는 뇌전증을 약물이나 수술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하면 거듭되던 악몽이 사라진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편도체와 해마를 포함하고 있는 변연계 부위의 방전이 이러한 꿈들을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나는 이러한 꿈을 뇌손상몽(brain injury dreams)이라고 부른다. 뇌손상몽은 심리적인 결과물이아니라 뇌의 일정부위가 물리적인 사고로 손상되거나 화학물질의 과도한 자극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악몽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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