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스크로 ‘오천피’를 눈앞에 둔 코스피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유럽 간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증시 조정은 대서양 동맹 붕괴 우려가 자극한 감정적 투심 위축의 영향이 크다”며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8개월 전과 유사한 매수 기회가 재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식 무역 압박은 정치적 성격이 강하고, 실질적인 경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성적 판단이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8개월 전은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시기다. 당시 미국 증시는 이틀에 걸쳐 약 12% 하락했고 국내 증시 역시 약 5.5% 조정을 받았다. 미·중, 미·유럽 간 통상 갈등이 격화되며 시스템 리스크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이후 증시는 유동성 환경과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0.74포인트(1.76%) 떨어진 4만 8488.5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3.15포인트(2.06%) 하락한 6796.86, 나스닥종합지수는 561.07포인트(2.39%) 내린 2만 2954.32에 장을 끝냈다.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 위협을 주고받으며 무역 갈등이 재점화된 점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며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EU도 930억 유로 규모의 대미 관세 패키지와 통상위협 대응조치(ACI) 발동을 검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 여파는 국내 증시에도 즉각 반영됐다. 전일 애프터마켓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 종가 대비 4.55% 내린 14만2500원에, SK하이닉스는 4.45% 하락한 73만 원에 장을 마쳤다. 김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영업 이익률 상승을 동반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유동성은 풍부하고 한국 정부의 친시장정책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