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전공의 파업에 서울대병원 31일부터 진료 축소…현실화하는 의료 공백

대형병원 수술 일정도 30~50%씩 축소
최소한의 인력 배치에 환자 대기도 길어져

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서울대병원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전문의의 모습/연합뉴스

대학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지난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나선데 이어 전임의들까지 가세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병원들은 진료 범위를 축소하고 응급·중증환자를 제외한 업무에 의료인 배치를 최소화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곧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전 진료과장 회의를 열어 오는 31일부터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전임의와 전공의들의 파업이 이어지며 내과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의 내과 교수들은 외래 진료는 물론 내과병동 입원환자, 응급 환자, 중환자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관리와 야간 당직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교수들의 업무가 늘어난 데 따라 앞으로는 응급·중증 환자에 집중하고자 진료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병원은 강조했다. 특히 만성질환자의 의약품 재처방과 같은 일반진료는 전임의와 전공의들이 상당 부분 담당해왔는데 이들이 업무에서 손을 떼며 진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서울대병원 측은 “업무를 중단하거나 파업하는 건 아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역시 수술 건수를 30% 축소했다. 상급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급하지 않은 경증 환자에게는 타병원 진료를 권하는 장면도 보고됐다. 또 내시경 등 일반 검진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대형병원에서조차 최소 1명 정도만 배치해 환자들의 대기가 길어졌다.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은 응급실 풍경/연합뉴스

당장 인력을 조정하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지만 병원 측은 “이대로 계속 버틸 수는 없다”고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전임의들은 정부의 정책 철회 없이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해 정책 추진 중단 혹은 철회돼야 하며, 재논의 될 때는 원점부터 의료계와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공의, 전임의 등에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사직서 제출 등 강경 대책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대전협은 선배 의사들에도 단체행동에 함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와 비교해 개원의 등의 집단휴진 참여율이 크게 저조하기에 힘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집계 기준 전날 전공의 휴진율은 68.8%다.

대전협은 “지난 14일 집회의 참석률과 휴진율을 전해 듣고 저희는 너무 비참하고 처참하다”며 “선배님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자존감도, 사명감도 잃은 채 의사가 노예처럼 부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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