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문자로 온 대박 추천주"...알고보니 시간외 급등주라고?

주식투자 열풍속 실시간 정보 활용

정규장 전후 상반기만 76조 거래

호재 갖춘 기업 투자엔 기회지만

거래 적어 작전세력 타깃 될수도

"변동폭 커질땐 재료·거래량 체크"


올해 초 주식시장에 입문한 20대 직장인 A씨는 매번 퇴근 시간마다 휴대폰 스팸 문자처럼 오는 종목들이 다음 날 아침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내 마음이 급해진 A씨는 장 전 거래를 통해 추천 종목을 대거 사들였지만 정규장에서의 결과는 폭락이었다. A씨는 뒤늦게야 자신이 시간 외 매매에서 이미 상한가를 친 종목들을 추천해 매수를 유도하는 일종의 사기 수법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시간 외 주식거래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규장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 정보 및 해외 이슈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적극적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시간 외 시장이 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주식시장에 갓 입문한 ‘주린이’들을 겨냥한 사기 행위 역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 서 일어난 시간 외 매매(장 전후 합산) 거래 대금은 76조 3,0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조 5,788억 원)보다 60.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량 역시 81억 주 수준으로 전년 동기(55억 주)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내 시간 외 거래 대금 및 거래량은 각각 47조 9,424억 원, 33억 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배, 1.7배 가까이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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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외 주식시장은 정규장에서 거래 기회를 갖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개설된 제도로 장 개시 전, 종료 후 시장으로 구성된다. 오전 8시 30분부터 40분까지는 전일 종가로, 오후 3시 40분부터 4시까지는 당일 종가로 거래가 가능하다. 시간 외 단일가 매매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이뤄지는데 이 경우 종가의 ±10% 범위 내(당일 가격제한폭 범위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투자 열풍으로 주식을 시작한 개미들이 늘면서 시간 외 매매를 이용하는 투자자 역시 급증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권 결제 대금은 총 3,772조 7,000억 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오전 9시 문을 열어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는 정규장에 국한되지 않고 관련 이슈 및 정보 등을 적극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남승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부서장은 “정규장이 끝나도 여러 가지 정보가 나오다 보니 이제는 미국 등 국내외 상황을 연계해 투자 활동에 임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간 외 주식시장은 개별 종목에 대한 호재와 이슈를 미리 반영해 적극적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당일 정규장에서 하락 마감한 백신 관련 종목들이 해외 백신 개발 및 임상 결과에 대한 소식에 시간 외 급등세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 초 진원생명과학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진입해 하반기부터 임상 3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국산 백신 개발 상황이 보고되자 주가는 당일 시간 외 매매에서 상한가(종가 대비 9.76%)를 기록했고 다음 날 정규장에서도 가격 상승 제한폭(29.97%)까지 오른 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에는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개량 개발됐다는 소식이 장 마감 후 전해지자 스푸트니크V 관련주로 분류되는 이트론(9.97%), 이화전기(10.00%) 등이 줄줄이 시간 외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일 정규장에서는 약세로 거래를 마친 바 있다.

하지만 시간 외 주식시장은 정규장과 비교해 거래량과 거래 규모가 훨씬 적기 때문에 작전 세력의 타깃이 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거래가 실시간 매매를 통한 균형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닌, 일정 기간 내 단일가에서 성사되다 보니 매수·매도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시간 외 장에서 가격제한폭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지만 거래량이 10주도 채 되지 않는 종목들이 다수 발견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별다른 호재성 이슈나 뉴스가 없는데 소규모 거래량으로 시간 외 급등세를 보인 종목의 경우 매수에 뒤늦게 참여했다가는 다음 날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주식 리딩방 등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주린이’를 겨냥, 이미 시간 외 상한가를 친 종목을 다음 날 급등할 주로 추천해 꾀어낸 후 매수 세력으로 이용하는 사기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 외 매매를 이용할 때는 특정 종목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파악하고 거래량 등을 주의 깊게 살핀 후 매수·매도를 실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남 부서장은 “정규 시장을 24시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더하거나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시간 외 매매장 활성화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소수 계좌에 의해 변동 폭이 조작되는 특정 종목들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커진 변동 폭은 일부 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발생일 위험이 커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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