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30여일 앞두고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 문제가 대선 후보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북한이 1월에만 무려 일곱 차례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면서 안보 위협을 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가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국내 추가 배치를 주장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실상 사드 무용론을 주장하며 대안으로 국산 국산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엘샘)’의 조기 개발을 역설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먼저 ‘엘샘’을 조기 개발하고 이후 사드를 추가로 들여오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서울경제가 취재한 결과 우리 군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주한미군의 국내 사드 배치와 별개로 오는 2025년까지 국군의 독자적인 사드 확보가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를 보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우리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일정한 높이의 고고도 상공에서 터뜨려 전자기파(EMP)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어체계는 국내 배치된 무기중 사드 뿐이며, 더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선 또 다른 고고도방어체계인 ‘스탠더드-3(SM-3)’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의 연구결과도 보고 받았다.
이들 보고서의 결론은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는데 사드와 같은 고고도 방어체계는 쓸모 없다거나 주한미군이 이미 사드를 배치했으므로 추가로 사드를 더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및 시민단체 등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軍 연구결과 내용 뭐길래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지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고 그런 차원에서 21세기 군사문제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연구용역 결과 국방부는 지난 2015년 8월 ‘한국형 미사일방어 정책 연구' 제하의 비공개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해당 연구과제는 당시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의 A과장이 담당했고 연구책임자로는 미사일방어를 비롯해 국방정책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 받아온 예비역 대령출신 B교수가 맡았다.
앞서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고도 40km를 기점으로 그 이하를 담당하는 하층 방어와 그 이상 높이를 맡는 고층 방어체계로 이원화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면 우선 상층 상공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요격을 시도하고, 그래도 못 막은 미사일에 대해선 하층 상공에서 다시 요격을 시도한다는 개념이다. 우리 군은 특히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해 미사일 방어의 중심을 상층 보다는 하층 방어체계에 둬왔다.
반면 ‘한국형 미사일방어 정책연구’ 보고서는 이보다 더 다층적인 3중 방어체계로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고도에 따라 하층(30km이하), 중층(30~100km), 상층(100km이상)의 다층방어체계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을 상층에서 요격하고 놓칠 경우 중층에서 추가로 막아본 뒤 그것마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하층 단계에서 요격하는 개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미사일방어체계를 2016년부터 2025년까지 3단계로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 가운데 2단계(2016~2020년)에 대해 “미군의 사드(THAAD)가 수도권 방어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기 전개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 했다. 또한 3단계(2016~2025년)로는 “미군(주한미군)의 상층방어 무기체계 배치와 상관 없이 한국은 자체의 상층방어 무기체계를 구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따라서 한국은 전국 방어를 위한 상층무기체계의 소요를 계산하고 미국의 사드 또는 이스라엘의 애로우(Arrow)를 획득하거나 자체개발을 통하여 필요한 무기체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일각에선 우리 군의 독자적인 고고도 방어는 필요 없고 주로 40km 이하 고도의 저층 방어를 강화해 요격하면 된다고 주장이 앵무새처럼 반복되고 있다. 북한이 유사시 남측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정점 고도를 지나 하강하는 마지막 단계인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더 방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의 주된 근거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북한이 대남 무력도발시 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논리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중 단거리탄도미사일 비중이 1,000기 이상에 달할 정도로 대다수여서 우리 군으로선 저층 방어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들을 잇따라 개발·배치했고 이를 고각발사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고고도 방어를 포함한) 상층 방어도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정책연구’ 보고서도 “KAMD체계는 노동(북한의 노동미사일) 이상의 중거리미사일(IRBM)은 고도와 비행속도 면에서 요격에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여 0000km(※국익을 위해 본지 보도상 구체적 숫자는 ‘0’으로 처리함)의 매우 높은 고도에서 마하 00정도(※국익을 위해 본지 보도상 구체적 숫자는 ‘0’으로 처리함)의 극초음속으로 가파르게 재진입하는 경우에도 종말단계 방어의 군사적 효용성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文정부 출범후 연구에서도 ‘사드 고고도 방어’ 언급
현 정부에서 실시된 군의 비공개 연구용역 보고서들도 사드의 고고도 방어 효과를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창기인 2017년 8월 국방부가 국방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그중 첫 사례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스커드ER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노동·무수단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각각 쏠 경우 우리 군이 막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북한이 해당 미사일들을 정상적인 발사각도보다 높여 쏘는 이른바 ‘고각발사’ 방식으로 쏘면 현재까지 한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 중에선 사드만이 요격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 군이 도입한 하층 미사일방어체계인 미국산 패트리엇(PAC-3)미사일과 천궁-2(M-SAM PIP), L-SAM 등으로는 요격 가능 구간이 매우 제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다만 사드마저도 북한 SLBM의 총 비행시간중 요격가능한 시간이 수십초로 짧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고고도 및 외기권(통상 고도 100km 이상)까지도 방어할 수 미국산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스탠다드-3(SM-3)’ 미사일을 우리 군이 도입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70~500km로 알려진 SM-3의 요격가능 고도중 100~400km를 유효요격 고도로 전제한 뒤 시뮬레이션 한 결과다.
이후 2018년 공군이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도 사드가 언급된다. 해당 보고서는 KAMD의 구성을 위한 요소로 PAC-3와 천궁-2. L-SAM 뿐 아니라 사드 등도 담았다. 그러면서 각각의 요격 가능 고도에 대해 PAC-3는 15~40km. 천궁-2는 20~40km, L-SAM은 최대 70km, 사드는 40~150km로 평가했다. 사실상 저고도, 중고도, 고고도 및 외기권에 이르는 총체적인 다층적 미사일 방어망의 필요성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후 실시된 군 연구용역에서도 재차 확인된 셈이다.
◆사드는 ‘대중외교·경제 망친다’는 주장은 옳은가
이 같은 군의 연구용역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사드 무용론을 외치고 있다. 사드는 대한민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효과가 없는 무기체계이며 이를 국내에 추가 배치하면 중국의 반발을 사 2017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한 것처럼 ‘제 2의 경제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론에 대해 “무식해서 용감하신 것인가”라며 핀잔을 주었고, 같은 당의 기동민 의원은 "사드 추가배치는 북핵 미사일의 효과적 대응수단이 아니고 갈등과 파국을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한 뒤 “(사드가 국내에) 추가배치되면 한중 관계가 약화되고 동아시아 영내 질서가 불안정해진다”고 역설했다.
우리 군도 사드 추가 배치가 가져올 대중 외교 차원의 여파 문제는 신중히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국방·안보’문제를 ‘외교·경제’의 볼모로 삼는 전례를 남겨선 안된다는 원칙론도 군 내에서 적지 않다. 한 군 당국자는 “KAMD와 같은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는 국운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매우 핵심적인 안보 사항이며 주권의 문제”라며 “이를 우리 정부가 외교, 경제 문제와 연계해 결정한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내비친다면 앞으로 중국이 KAMD뿐 아니라 다른 국방·안보 사항도 경제·외교적 영향력을 통해 사사건건 개입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각은 군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분명히 적시 돼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정책 연구'보고서는 “일부에서는 사드를 비롯한 탄도미사일방어 상층방어 무기체계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핵억제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한반도에 배치된 상층방어는 탐지거리나 사거리가 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요격이나 활동 파악은 거의 불가능하고,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상공을 경유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한반도를 핵미사일로 공격하고자 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상층방어 무기체계는 중국의 핵억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설사 ‘한반도 ’BMD(탄도미사일방어체계)'의 상층방어체계가 중국의 억제 태세에 다소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당연히 이를 구비해야 한다”며 “중국도 주변국가로서 한국의 안보정책에 대하여 나름대로의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관철되지 않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L-SAM 조기 개발', ‘先배치’ 주장은 타당한가
여당의 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도입론에 대해 각각 결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사드 무용론과 더불어 국산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을 조기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비해 안 후보는 사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드 추가 도입보다는 먼저 L-SAM 등 한국형 미사일방어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상 ‘선(先) L-SAM 도입-후(後) 사드 추가 도입’의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의미가 없다. 이미 L-SAM은 조기 개발하기로 문재인 정부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 시절만 해도 L-SAM의 개발 완료 및 배치는 빨라야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고도화한 미사일 개발과 잇따른 시험발사에 대응해 KAMD 강화를 주문했고, 이에 따라 우리 군은 L-SAM을 조기 개발해 도입하기로 2019년에 결정했다. 그 결과 앞으로 2년 뒤인 2024년에는 L-SAM 개발이 완료돼 전력화하게 된다. 현 정부가 이미 발표해 추진 중인 치적 사업을 마치 자신만의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포장해 생색낸 이 후보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문 정부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정책을 제시하려 했다면 최소한 L-SAM보다 더 진화한 ‘L-SAM-2’를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는 정도의 비전은 발표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방위사업청 등은 L-SAM보다 높은 고도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L-SAM-2 개발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다만 개발 기간과 성능 신뢰성,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도입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 군은 아직 정식으로 소요제기를 하지 않은 상태다.
군 관계자들은 이 후보보다는 안 후보의 제안이 더 현실적이고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KAMD의 경우 이미 ‘천궁-2’미사일까지 전력화 됐기 때문에 하층 방어체계에 추가적인 중복투자를 하기보다는 하루 빨리 40km이상 고도의 상층방어체계를 고도화하고,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의 하강단계 뿐 아니라 발사직전 및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타격할 수 있는 공중발사 무기(항공기 탑재 레이저 및 극초음속 미사일 등) 사업을 구체화해 차기 정부 임기 내 사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공위성과 무인정찰기 등 첨단 정찰감시 역량의 확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공약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