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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요트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인간의 오랜 꿈은 이제 실현단계에 와있다. 이렇게 자동차가 하늘을 난다면 왜 배는 아직도 바다에만 있는 것일까.
프랑스의 항공기 디자이너 옐켄 옥투리의 '컨버터블 플라잉 요트(Convertible Flying Yacht)'는 이 의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카리브해의 맑고 투명한 바다 위를 지나던 요트 하나가 천천히 멈춰 선다. 그러더니 잠자리가 날개를 펴듯 4개의 돛을 수면과 수평이 되도록 천천히 눕힌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이 요트는 하늘로 치솟아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는 만화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게 아니다. 혁신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항공기 디자이너 옐켄 옥투리가 이번에 새로 설계한 하늘을 나는 요트의 모습이다.

4개의 돛이 날개로 변신

'컨버터블 플라잉 요트'로 명명된 이 콘셉트 모델은 평상시에는 전장 46.2m, 전폭 27m, 전고 50.7m의 럭셔리 요트지만 버튼 하나를 누르면 항공기로 변신한다. 때문에 파도를 가르며 바다를 항해하다가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하는 이 요트가 지닌 변신 능력의 비밀은 길이 46.2m의 돛대 4개에 있다.

이 돛대들은 평상시에는 평범한 요트처럼 1,302 ㎡ 면적의 돛에 바람을 한껏 받아 항해를 위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특히 각 돛대는 바람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더블 잭(double jack) 시스템을 채용, 바람 방향에 맞춰 스스로 돛의 위치를 바꾼다.

하지만 항공모드로 전환하면 돛이 수면과 수평이 될 때까지 내려온다. 이후 천으로 된 돛을 거두면 돛대가 날개가 되면서 전장 27.6m, 날개폭 90.4m의 항공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옥투리는 돛대가 날개로서 양력을 제공할 수 있게 일반적인 통나무형이 아닌 넓은 판자형으로 설계했다.

항공모드에서의 추진력은 5,400마력급 제트엔진으로부터 얻는데 총 4기의 엔진이 4기의 프로펠러를 구동한다. 이렇게 컨버터블 플라잉 요트는 최고 시속 390㎞의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다. 항속거리는 약 600㎞다.



공학적으로 실현가능한 꿈

옥투리는 오만 무스카트항공을 소유한 아지즈 공주의 의뢰를 받아 이 요트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아지즈 공주는 오만의 해안을 따라 항해와 비행을 넘나들며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뢰자가 공주인지라 옥투리는 내부 인테리어에도 만전을 기했다. 그는 과거 에어버스 항공기의 객실을 디자인한 경험을 살려 그때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이에 힘입어 얼마전 이 요트의 디자인이 파리의 우주항공 박물관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요트에는 총 2개의 갑판이 있다. 요트 후방에 상갑판이 있고 조종실이 위치한 내부에 하갑판이 위치한다. 상갑판에는 왕족의 품격에 걸맞은 럭셔리한 침실 3개와 욕실이, 하갑판에는 주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널찍한 거실과 화장실, 부엌 등이 구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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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상갑판의 경우 야외와 연결돼 있어 일광욕은 물론 칵테일 파티, 수영, 낚시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 요트만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항구를 떠나 마다가스카르의 이국적 해변으로 날아간 뒤 선상 파티를 벌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환상적인 여행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이 공학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당초 옥투리는 "그저 판타지 프로젝트"라고 설명했지만 공학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다수의 엔지니어와 항공기 설계자들은 기술적 메커니즘을 다듬는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콘셉트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옥투리 역시 현재 공기역학, 구조역학을 좀더 면밀히 검토해 현실성을 제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중부양 요트

이와 관련 옥투리의 설계처럼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그와 흡사한 공중부양 요트가 실제로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현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보트인 '하이드롭티어(l'Hydroptere)'의 제작팀이 개발 중인 삼동선(Trimaran) '하이드롭티어 맥시(l'Hydroptere Maxi)'가 그 주인공.

이 요트는 저속에서는 일반 삼동선과 동일하게 중앙 선체가 양쪽의 정체(艇體)에 의해 떠받들어진 모습으로 물 위를 미끄러진다. 하지만 15노트 이상의 고속모드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정체의 아래쪽에 붙어 수면에 잠겨있던 지느러미 형태의 수중익이 항공기 날개가 되어 양력을 제공한다.

날개 위쪽의 물을 밀어 내며 선체를 물 위로 들어 올리는 것. 수중익에 의해 선체가 떠오르는 높이는 무려 10m다. 이로 인해 요트는 물의 저항에서 벗어나 수면 위를 날아가는 듯한 형상으로 고속질주하게 된다.



최고속도는 50노트(시속 92㎞)에 달한다. 개발팀은 올해까지 수중익의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안전성을 확인한 후 오는 2013년경 하이드롭티어 맥시를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이어 하늘을 나는 요트까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언젠가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열차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 컨버터블 플라잉 요트 제원

보트모드
전장: 46.2m
전폭: 27m
전고: 50.7m
돛대: 46.2m (4개)
돛 면적: 1,302㎡

항공모드
전장: 46.2m
전폭: 90.4m
전고: 27.6m
엔진: 5,400마력
제트엔진 (4기)
최고시속: 390㎞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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