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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밖의 적도 일격필살 극초음속 신무기 '전자기파 레일건'

영화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에서 미 해군 군함은 신무기 레일건을 사용, 피라미드 위의 디셉티콘 로봇을 일격에 격퇴한다. 레일건은 화약을 쓰는 기존의 총포와 달리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포탄을 극초음속으로 날려 보내는 신무기다.

놀라운 사실은 최초의 레일건이 개발된 지 이미 9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껏 레일건은 실용화되지 못했을까. 그리고 레일건이 실용화된다면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 해군은 구랍 10일 버지니아주 달그렌에 위치한 수상전센터(Naval Surface Warfare Center)에서 미래 형 신무기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기 레일건(Electro-magnetic Rail GUN, EMRG)의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레일건이 발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레일건은 지난 세기 초반인 1918년부터 존재해 왔다. 미 해군의 EMRG는 발사된 탄환의 운동에너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실험에서 EMRG는 3.2㎏의 포탄을 마하 7(초속 2,400m)의 속도로 발사했는데 포탄에 가해진 운동에너지는 무려 33메가줄(MJ)에 달했다.

1메가줄은 1톤의 물체를 시속 160㎞의 속도로 쏘아 보낼 수 있는 에너지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008년의 EMRG 실험발사 때 기록한 10메가줄 의 3배가 넘는 수치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운동에너지는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물리 학 공식을 감안할 때 탄환의 질량을 높이는 것보다는 탄환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상전센터의 네빈 카 소장은 "33메가줄의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해군이 약 200㎞ 떨어진 목표를 향해 탄환을 날릴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면 서 "레일건이 해군의 전통적인 전투시스템인 함포를 보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화약 격발식 총포의 한계

기존의 총포, 다시 말해 한쪽 끝이 막히고 반대편 끝은 뚫린 파이프 속에서 화약을 폭발시켜 파이프 속 탄환의 추진에너지를 얻는 무기는 사실상 21세기에 이르러 발전의 한계점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보병의 개인화기인 소총만 봐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 중인 소총은 대개 50여 년 전에 개발된 M-16이나 AK 소총, 또는 두 소총의 장점을 혼합한 설계의 소총에 불과하다. 그 이후에 나온 소총들도 소재, 조준장치, 인체공학적 디자인 등에만 집중적인 개선이 이뤄졌을 뿐 기본 발사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거대한 총포라고 할 수 있는 해군의 함포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대다수 서방국가의 군함에 탑재된 76㎜ 함포, 127㎜ 함포 등의 기본 메커니즘은 모두 지난 1960년대에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총포는 탄환을 날려 보내는 에너지의 근원인 화약과 발 사 메커니즘 자체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총강 내에서 화약을 연소시켰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 중 순수하게 탄환의 비행을 도와주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총강 내에서도 화약의 폭발 에너지는 문자 그대로 탄환이 발사되는 방향뿐 아니라 약실내 모든 방향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때문에 탄환의 비행을 도와주는 에너지만큼 탄환의 진행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에너지가 생긴다. 바로 반동이다.

게다가 열과 빛, 소리 등으로 변해 사라지는 에너지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거의 모든 반자동 화기나 자동 화기들은 이렇게 총알의 진행을 돕지 못하고 사라지는 잉여 에너지를 빼돌려 작동에 활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결국 현 체계에서 크고 무거운 탄환을 고속으로 발사하려면 그만큼 높은 폭발력을 갖춘 화약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총포 역시 그만한 양의 화약이 폭발하는 압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한없이 크고 튼튼해져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초대형 열차포 '구스타프'처럼 말이다. 실전에 투입된 역대 최대 구경(800㎜)의 총포로 남아있는 구스타프는 7.1톤의 철갑탄 발사를 위해 자그마치 1,350톤의 중량과 32.4m의 포신을 가져야 했다.

그럼에도 이 포에서 발사된 철갑탄의 속도는 초속 720m, 최대 유효사거리도 38㎞에 불과했다. 미 해군의 EMRG 수준의 성능을 내려면 그 크기가 얼마나 커야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총포는 다수의 목표를 신속히 제압해야하는 상황에서 미사일보다 우위를 점한다.

막강한 성능의 미사일들이 실전 배치된 지금도 모든 군함들이 아군의 상륙작전 수행 시 화력지원을 위해 함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일건은 기존의 총포가 가진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덩치와 중량의 대폭적 증대 없이 탄환을 멀리 빠르게 발사하려는 연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의 왼손 법칙

레일건은 지난 1918년 프랑스의 발명 가 루이 옥타브 포숑 빌레 플르에 의해 처음 발명됐다. 기존 총포와 달리 레일건은 동극모터의 원리를 이용해 도체로 만들어진 탄환을 한 쌍의 금속제 레일 사이에서 오직 전기의 힘으로만 가속시켜 발사한다.

좀 더 알기 쉽게 풀자면 이렇다. 레일건은 포신 노릇을 하는 한 쌍의 평행한 금속 레일을 하나의 전원에 연결시킨 구조다. 두 레일 사이에 도체로 만들어진 포탄을 물리면 이것으로 포 전체에 전기가 통하는 회로가 완성된다.

이후 전원을 넣으면 전류가 양극 레일에서 포탄을 거쳐 반대편의 음극 레일로 흐르고는 다시 전원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전류의 흐름으로 인해 레일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자석과 같은 속성을 띤다. 두 레일이 포탄이 있는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레일건 회로에 흐르는 전류는 자장 속에서 플레밍의 왼손 법칙에 의거해 운동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플레밍의 왼손 법칙은 자기장 속에 있는 도선에 전류가 흐를 때 자기장의 방향과 도선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으로 도선이 받는 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규칙으로서 왼손 엄지와 검지를 90도 각도로, 그리고 중지를 검지와 90도 각도로 폈을 때 엄지가 힘의 방향, 검지는 자장의 방향, 중지는 전류의 방향을 가리킨다.

이는 레일건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법칙이다. 즉 음극과 양극 레일은 전류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자장이 회전하는 방향도 서로 반대가 된다. 두 레일의 중간지점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이러한 두 자장이 만나는 곳이므로 이곳의 자 장방향은 포의 바로 위쪽인 수직 방향을 향한다.

또한 앞서 말했듯 포탄 자체에도 전류가 흐르므로 플레밍의 왼손 법칙에 의해 포탄에는 포구 쪽으로 움직이려는 운동에너지가 주어진다. 바로 이 에너지에 의해 포탄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가속되는 것이다. 레일건의 최대 장점은 엄청난 속도다.


이론상으로는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탄환을 발사할 수 있다. 이토록 크게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탄환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폭약 탄환과 달리 충분히 큰 전류만 공급된다면 초고속으로 탄환을 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사거리 향상, 이동표적에 대한 명중률, 특히 포탄의 파괴력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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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를 지연시킨 기술적 장벽

발사에 화약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탄두와 추진용 화약이 너무나 커서 둘을 따로 나눠 장전할 수밖에 없는 해군 함포 같은 경우 포탄의 장 전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레일건은 탄두만 장전하면 돼 이론상 장전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만큼 단위 시간 내에 목표에 더 많은 화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적에게 피격돼 도 화약에 의한 2차 폭발 피해가 없으며 화약을 싣던 공간에 탄두를 저장, 화력 증대를 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일건에는 단점도 있다.

최초의 레일건이 개발된 지 90여 년이 지 난 지금까지 레일건이 상용화되지 못했던 이유도 이 단점 때문이다. 우선 레일건은 무기로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암페어 이상의 전류를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게 흘려보낼 수 있는 강력한 전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또한 발사용 레일 역시 발사시 생기는 엄청난 반발력을 견뎌 내는 고도의 내구성이 요구된다. 만약 반발력을 견디지 못해 레일과 포탄 사이에 유격이 생기면 이 틈에 아크가 발생, 레일 표면을 손상시킨다. 이 로 인해 초기의 레일 건들은 단 한 발의 포탄을 쏜 후 레일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소재를 사용할 것인지도 레일 건의 성패에 중요한 문제다. 먼저 레일건설계의 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레일과 전원의 유도 용량, 저항을 들 수 있다. 유도 용량이 높고 저항이 낮을수록 더욱 높은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레일과 탄환은 물리적 성능이 뛰어난 강인한 도체로 제작돼야 한다.

덧붙여 레일은 자장에 의해 발생하는 횡방향의 힘에도 결코 휘어져서는 안 된다. 포 자체의 열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레일에 대량의 전류가 흐르면 아무리 우수한 도체라도 저항이 생겨 열이 발생하고 포탄이 레일과 맞물려 가속될 때도 엄청난 열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레일과 포탄을 열팽창시키고 마찰열 발생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3가지 문제를 발생된다. 레일건 본체의 수명단축, 조작요원의 안전, 적의 적외선 감시장치에의 적발 가능성이다. 따라서 레일 건 소재는 전기를 잘 통과시키면서도 열에 극도로 강한 소재여야 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레일건은 이런 문제들로 골치를 썩어 왔다. 따라서 레일건이 병기로서의 효용성을 갖추려면 전원, 소재, 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국의 레일건 개발 경쟁

빌레 플르는 자신의 세계 최초 레일건에 '포탄 발사용 전기기구'라는 명칭을 붙여 특허를 출원했다. 그리고 미국 특허청은 지난 1922년 7월 공식 특허를 내줬다. 두 개의 버스 바 사이에 포탄을 물린 뒤 전원을 연결해 발사하는 이 레일건은 이미 현대의 레일건이 갖춰야 할 모양새를 다 갖추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병기국의 요아힘 헨슬러은 이 레일건 아이디어를 이용한 대공포를 제안한 바 있다. 그의 목표는 0.5㎏의 폭약이 탑재된 포탄을 초속 2,000m로 발사하는 것이었다.

Fla K 40 128㎜ 대공포의 포좌에 얹어 1분당 두 발의 격발이 가능한 성능을 갖추고 있었던 이 레일건 대공포는 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발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묻혔다. 종전 후인 지난 1947년의 연구에 의하면 만일 헨슬러의 레일건이 실제로 만들어졌다면 이 포의 발사를 위해 시카고 전체의 소비 전력 중 절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50년에는 호주의 물리학자 마크 올리펀트 경이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500메가줄급 동극모터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이 모터를 사용해 과학연구 목적의 레일건을 제작, 사격을 실시하고자 했다. 레일건 연구에는 구 유고슬라비아도 빼놓을 수 없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군사기술연구소는 지난 1985년 7킬로 줄(KJ)급 레일건인 EDO-0를 만들었고 후속 모델인 EDO-1은 길이 70㎝의 레일을 활용, 지난 1987년 0.7g의 탄환을 초속 3,000m, 1.1g의 탄환을 초속 2,400m까지 가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소는 또 다른 실험에서 초속 4,500m까지 성공했는데 최종적인 목표는 초속 7,000m였다고 전해진다.

전쟁 양상의 혁신적 변화

하지만 현재 가장 열심히 레일건을 연구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2㎏의 포탄을 초속 3,000m로 쏘아 보낼 수 있는 9메가줄급 레일건을 이미 개발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전차를 일격필살로 격파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서두에 기술했던 미 해군 수상전센터는 지난 2006년 10월 3.2㎏의 포탄을 쏘는 8메가줄급 레일건을 만들어 발사 시범을 보였다.

미 해군은 또 지난 2008년 1월 10.64메가줄급 레일 건에서 초속 2,520m로 포탄을 발사하는 데도 공했다. 이 레일건은 분당 10발의 사격이 가능하며 이론상 최대 유효사거리가 370㎞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비로소 영국 BAE시스템즈에서 개발한 33메가줄급 레일건의 발사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향후 미 해군은 64메가줄급 레일건을 개발, 함정에 장착할 계획이다. 64 메가줄급 레일건은 현재 미군이 보유 중인 BGM-109 토마호크 미사일 수준의 사거리와 파괴력을 보유하면서 1발 발사에 필요한 단가는 토마호크의 몇 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레일건 기술은 앞으로 매우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주된 사용처는 당연히 군사적 용도다. 기존 화약식 총포로는 초속 1,500m, 유효사거리는 아무리 잘 해도 80㎞를 넘기기 어렵지만 레일건은 이론상 마하 10까지도 가속이 가능한 탓이다. 기존 총포로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전차포, 함포, 미사일 요격 등의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또한 레일건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사람이 휴대가 가능할 정도의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기존의 소총이나 기관 총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을 가진 보병화기도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 소총은 사격 후 탄피를 총 밖으로 버려야 다음 탄을 장전할 수 있는데 반해 레일건은 탄피를 버려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한차원 빠른 발사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해군의 전함을 넘어 전투기나 전차용 레일건이 개발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인공위성에 레일 건을 장착, 우주무기로 활용하는 것도 공상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전쟁과 전투의 양상 또한 완전히 바뀔 것이 자명하다. 이외에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발사 시 기존의 로켓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가속수단이 될 수 있으며 핵융합 발전의 시동장치로도 레일건은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군은 오는 2020~2025년경 이면 군사용 레일건의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레일건이 실용화에 성공해 진화의 정점까지 온 기존의 총포를 대체하는 신개념 무기로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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