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가정용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뜬다

SF영화에 등장했던 가정용 도우미 로봇을 실제 우리 가정에서 사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여러 전문가들은 불과 10여 년 뒤 휴대폰을 사용하듯 로봇을 이용하는 '1인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비해 세계 각국에서는 가정용 지능형 서비스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자료 제공 : 지멘스 Pictures of the Future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양로원. 최근 이곳 노인들은 물 심부름을 해주는 로봇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이 로봇은 독일의 세계적 응용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생산기술연구소(IPA)의 '케어-오-봇3(Care-O-Bot3)'이다. IPA의 비리깃 그라프 박사는 "예상과 달리 양로원 노인들이 로봇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 시대 도래

케어-오-봇3는 집안에서 물건을 옮기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서비스 로봇이다. 일주일간의 양로원 실습 기간 동안, 이 로봇에는 스스로 정수기로 이동하고 정수기의 취수 버튼을 누르며 팔을 이용해 쟁반에 받친 물컵을 노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입력됐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작업 같지만 이의 개발은 수년이나 걸렸다. 일례로 IPA는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회피 하는 능력 확보를 위해 머리에는 색상 식별 카메라를, 바닥 부에는 레이저 스캐너를 장착했다.

물건을 잡는 팔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모두 정교한 계산에 따른 결과다. 케어-오-봇3와 같은 가정용 지능형 로봇은 갈수록 그 중요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환자들이 집안에서 혼자 생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고 가정용 지능형 로봇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양로원의 노인들이 케어-오-봇3 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도 그만큼 로봇의 유용성이 확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라프 박사에 따르면 당초 일부 노인들은 로봇이 도입될 경우 양로원 직원들이 자신들을 로봇에게 맡긴 채 관심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로봇이 직원들의 허드렛일을 줄여준 덕택에 오히려 직원과 노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이처럼 가사도우미 혹은 간호보조 역할을 하는 일명 '서비스 로봇'은 조만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분야로 손꼽힌다. 최근 우리 정부의 발표에서도 현재 세계 로봇시장 규모 94억 달러 중 서비스 로봇의 비중이 이미 3분의 1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그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해 오는 2018년경 세계 로봇시장의 약 85%를 서비스 로봇이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까지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대 다수 로봇은 집안을 청소하는 가사도우미 역할을 맡겠지만 향후 10 년간 간호사 로봇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간호 로봇으로 노령사회 대비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로봇 강국이다. 지난 1973년 세계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와 봇-1(WABOT-1)'을 시작으로 현존 최고의 휴머노이드 '아시모'에 이르기까지 줄곧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 내의 로봇 연구팀이 총 160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 저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도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져 일본의 경우 지금 당장 도입을 시작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지난 2007년 와세다대학이 개발한 키 147㎝, 중량 111㎏의 '트웬디-원(Twendy-One)'은 이러한 일본에서도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 로봇이다.

가정의 일상적인 업무, 그중에서도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웬디-원은 전신에 214개의 압력감지 센서를 부착,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람과 같은 관절을 보유 해 이동 및 움직임이 자유롭다. 그중에서도 손가락은 사람을 능가할 만큼 섬세하다.

손가락 끝에 소형 6축 역각센서를 탑재하고 손바닥에는 241개의 압력센서가 있어 손으로 잡은 물건의 크기는 물론 부드러움까지 감지한다. 토스터 속의 빵을 부스러지지 않게 집어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양 팔은 각각 22㎏의 무게를 지탱해 화분을 혼자서 옮길 수도, 노인과 환자를 안아 이동시킬 수도 있다.

덧붙여 트웬디-원은 전방향으로 이동 가능한 바퀴와 4 단계로 접히는 몸체로 바닥 청소까지 해낸다. 이 로봇 하나면 웬만한 집안일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작업이 음성인식에 따라 이뤄진다는 사실 이다.

현재 연구팀은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안전하게 약물 과 음료수를 가져올 수 있도록 구동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있으며 오는 2015년경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화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리바(RIBA)'도 대표적 서비스 로봇이다. 키 140㎝, 몸무게 180㎏의 리바는 친근감을 일으키는 곰돌이 생김새를 한 힘센 간호사 로봇. 음성인식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를 안전하게 옮기는 게 주특기다.


이 로봇이 안아서 옮길 수 있는 환자의 무게는 최대 61㎏며 팔 안쪽에 촉각센서가 있기 때문에 팔에 안긴 환자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휴머노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애완용 로봇 '파로(Paro)'도 현재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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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바다표범 외관을 한 파로는 부드러운 털 아래에 센서를 장착, 눈을 깜박이거나 지느러미를 움직여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 지난 2005년부터 일본과 덴마크에서 정식 시판되기 시작했으며 주로 치매 환자의 안정과 스트레스 저감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로봇 가정부, 가사도우미 로봇

이렇듯 일본이 간호보조 로봇에 집중한다면 유럽 최고의 로봇 강국 독일은 일상의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가사도우미 로봇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한다.

대표적 모델이 지난 2007년 개발된 독일항공우주센터(DLR)의 '저스틴(Justin)'이다. 우주탐사용 휴머노이드로 개발된 이 영리한 로봇은 사람처럼 두 손을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가루 차(tea)가 담긴 병뚜껑을 열고는 병을 기울여 손가락을 이용해 컵에 차를 담을 수 있다.



그리고는 온수까지 부어 사용자에게 차를 대접한다. 이 사소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저스틴은 사물을 완벽히 인식하고 물체에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해야 할지를 정확히 계산하도록 설계됐다. 아울러 이런 행동의 수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섬세한 손이다.

저스틴의 손은 5개의 손가락과 4개의 관절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손과 비교해 크기 가 조금 클 뿐 다른 부분은 거의 흡사하다. 이 손으로 저스틴은 날아오는 공도 잡을 수 있다. 저스틴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DLR의 게르하트 히르징거 박사는 최근 저스틴이 손을 사용할 때 쓰이는 구동장치를 사람처럼 손이 아닌 팔뚝에 두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54개의 소형 모터와 특수와이어를 통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히르징거 박사는 "몇 개월 후에는 인공 손과 팔이 더 민첩하고 유연해져 현존 로봇 중 사람의 손동작과 가장 유사한 로봇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틴과 함께 최근 칼스루에 기술연구소(KIT)가 개발한 '아마(ARMAR)'도 매우 유용한 로봇으로 손꼽힌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간단한 물체를 집을 수 있는 손을 가진 아마는 식기세척기를 열고 접시를 넣어 작동시킬 수 있다. 특히 KIT의 뤼디거 딜만 교수는 아마를 보다 친인간화 하기 위해 로봇 스스로 사람을 관찰하며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 결과 이 로봇은 행주로 테이블을 닦거나 다리미질 동작을 어깨너머로 배워 흉내 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독일의 서비스 로봇 개발 트랜드와 관련 IPA가 주관하고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가 후원한 독일 서비스 로봇 개발 프로젝트(DESIRE)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이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지난 2005년부터 진행된 DESIRE가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멘스, 쿠 카 등의 기업을 비롯해 여러 연구소와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DESIRE를 통해 개발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스테레오 카메라와 지능형 알고리즘이다.

이는 로봇이 고도로 복잡한 환경에서도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적 기술로서, DESIRE팀은 이를 통해 로봇이 특정 장소 및 사물을 향해 이동하면서 가능한 모든 주변 환경을 탐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거쳐 3D 위치정보로 변환·입력되며 향후 로봇이 사물을 잡거나 이 동시켜야 할 때 유용한 정보로 활용된다. 연구가 마무리될 시점에서 이 시스템을 채용한 로봇은 주변에 있는 100여 개의 사물을 인식하고 구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3대 강국도약

일본, 독일과 함께 세계 3대 로봇 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 역시 가정용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아직 KAIST의 휴보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마루·아라를 전면에 내세운 우리 나라보다도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워낙 폭넓은 분야에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추격속도가 만만치 않다.

서비스 로봇 분야 또한 강력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플랫폼 개발을 후방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미국 서비스 로봇 중에는 조지아텍의 목욕 돕는 로봇 '코디(Cody)'가 눈에 띈다. 코디는 몸체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저를 이용, 환자의 몸을 스캔한 후 수건이나 스펀지로 팔, 다리 등을 닦아준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 로봇이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로 때의 색깔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어디에 얼마나 때가 남아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기술로 인해 코디는 환자의 때를 최대 96%까지 제거할 수 있다. 피부관리사로 취직해도 무방할 만한 실력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결코 이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휴보와 마루, 아라에 더해 에버, 앨버트 휴보, HSR시리즈 등을 잇달아 개발하며 이미 로봇 강국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단지 서비스 로봇, 그중에서도 가정용에서는 상대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홈 네트워킹 기능을 갖춘 집 지키는 로봇 '미르', 애완용 감성 로봇 '코비'와 '래비', 체지방·혈압·맥박측정기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웰빙로봇 '로보엑스' 등이 개발됐지만 일본·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무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월 KIST인지로봇센터 유범재 박사팀이 공개한 '마루-Z'는 국내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 로봇이다. 이 로봇은 전자레인지를 조작, 구운 토스트와 음료를 주인에게 가져다 준다. 이 같은 작업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마루-Z에는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각 기반 제어 기술이 탑재됐다.

눈에 달린 카메라 외에도 천장에 붙여 놓은 마커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한다. 이를 이용한 마루-Z의 위치인식 오차범위는 약 10㎝에 불과하다. 아직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지만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면 국내 가정 용 서비스 로봇 분야에도 대내외적으로 내놓을 만한 자랑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연구팀은 마루-Z를 향후 사람처럼 인지능력을 통한 학습 가능 로봇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부도 이의 지원을 위해 차츰 서비스 로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작년 12월에도 지식경제부가 오는 2018 년까지 세계 3대 로봇 강국 달성을 위한 서'비스 로봇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서비스 로봇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예견한다. 그리고 시장이 한 번 형성되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아픈 할머니나 다친 친구를 돌보는 로봇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았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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