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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의 敵 알츠하이머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 발생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가장 흔한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년마다 두 배씩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50년에 이르러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1억만명을 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첨단 영상의학과 진단기술의 도움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기전이 조금씩 밝혀지며 치료에도 희망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자료제공 : 지멘스 Pictures of the Future


수천억 개의 교차로가 존재하고 수천억 대의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고가지만 신호등 하나 갖춰져 있지 않은 도시. 하지만 이곳에서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서 교 차로는 인간의 신경세포(뉴런)며 이 도시는 바로 건강한 두 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교차로가 낡아 부서진다 면? 전체 치매의 60~89%를 차지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가 바로 이런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표지자 추적

65세 이상의 노령으로 진입하면 알츠하이머 발병률은 통상 2배 가량 늘어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3,500만명. 의학계에서는 오는 2050년께면 1억3,000만 ~1억5,000만명의 환자가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게 될 것으 로 예상한다. 연평균 발병률이 약 50% 증가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현재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무려 95%에 해당하는 530만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알츠하이머협회(A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 70 초마다 한 명씩 알츠하이머 환자가 발생한다. 독일 역시 오 는 2050년이 되면 환자수가 220만명으로 지금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논문에 근 거하면 남미와 아프리카의 치매 발생 건수는 2040년까지 235~393% 증가할 것이며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 아 국가들의 치매 발생건수도 같은 기간 314~336%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약 47만명에 이 르는 치매 환자가 2050년경 2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 된다. 이 같은 어두운 전망이 대두되며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 은 알츠하이머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양전 자방출단층촬영(PET) 기법을 활용, 알츠하이머 표지자를 추적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병리학적 특징 을 기반으로 한다. 그 특징이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형성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모든 뉴런 내 존재하는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hyperphosphorylation) 되면서 일어나는 신경섬유다발의 병변을 말한다.

이로 인해 뇌 신 경세포가 사멸하면서 퇴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 질이 '올리고머(oligomer, 소중합체)'라는 덩어리 상태로 변 한다.

또 뉴런의 세포 골격을 형성하고 세포의 물질 수송을 돕는 타우 단백질은 신경섬유다발 병변으로 인해 정상적 기 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들 단백질의 존재는 뇌 에서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표 지가가 되는 셈이다.

핵심은 베타 아밀로이드

이와 관련 독일의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연구팀은 20년 간의 연구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형태가 변한 곳에서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플루오 린-18'의 추적 물질을 개발했다.

이를 알츠하이머 환자에 주 입하고 PET 영상을 찍으면 플루오린-18이 변형된 베타 아 밀로이드 단백질의 찌꺼기에 침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렇게 알츠하이머의 병리학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 이 추적 물질은 현재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물론 지멘스 연구팀은 신경섬유다발 병변과 연관된 타 우 단백질의 추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팀의 수 장인 하르무르트 콜브 박사는 "타우 단백질이 베타 아밀로 이드 단백질 보다 나은 선형적인 알츠하이머 진단 표지자 라고는 할 수 없지만 타우 단백질과 결합하는 추적 물질이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한다.

연구팀은 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촬영한 영상을 바 탕으로 타우 단백질 또는 다른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마 커의 개발 연구도 병행하고 있으며 연구 과정에서 정상인의 뇌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사이의 차이점을 다수 발견해냈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뇌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뇌 세포의 손실을 겪는 등 흔히 알려진 해부학적 변화 외에도 포도당 대사 및 신경전달활동의 감소 등 생리학적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머지않아 이 연 구의 진척이 이뤄지면 뇌 영상을 촬영, 알츠하이머의 조기 검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다수의 연구팀들도 지멘스처럼 베타 아밀로이드 단 백질의 병변, 그리고 영상의학과 진단기술을 이용해 알츠하 이머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추구하고 있다. 수년 전 베타 아 밀로이드 단백질과 결합하는 화학 마커인 'FDDNP' 분자 를 개발한 UCLA 연구팀이 대표적. 이 연구팀의 실험 결과, FDDNP를 정맥 주사한 후 PET로 진단하자 나이가 많을수 록 뇌의 FDDNP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안고 있는 잠재 환자들 역시 기억에 관여하는 뇌 전 두부의 FDDNP 농도가 높았다. FDDNP가 베타 아밀로이 드 단백질,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의 추적물질로서 충분한 효력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뉴롭틱스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수정체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 레이저 및 형광 측정을 이용해 이를 관찰하는 장치를 개발 중이다.

이 장치는 지난 2008년 시행된 쥐 실 험에서 수정체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된 쥐와 그 렇지 않는 쥐, 즉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와 정상 쥐를 구별해 냈다. 이런 연구에 발맞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축 적되는 것을 막는 획기적인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는 상태 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와 존슨앤존슨, 엘란 이 공동 개발 중인 '바피뉴주맙'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이 혈액에서 뇌 속으로 진입하는 것을 매개하는 뇌 혈관벽 수용체(RAGE)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3사는 이르면 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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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진단검사 연구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의 세부적인 발병 기 전과 증상의 진행과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 지만 지멘스의 콜브 박사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결국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과인산화 된 타우 단백질에 의한 것으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때는 10년 안에 알츠 하이머를 진단·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 봤다.

비단 베타 아밀로이드가 아니더라도 알츠하이머 정복 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혁신적 진단기술 연구들은 더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로완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 드렉셀 대학 공동 연구팀은 뇌전도(EEG)를 통해 초기 알츠하 이머를 높은 정확도로 진단해 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저주파 및 고주파음을 들려주고 고주파음을 들을 때마다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고주파음은 사건 관련 전 위(ERP)를 발생토록 하는데 여기서 몇몇 피험자 들은 자극 제시 후 약 300초 후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 일반인에 비해 약하거나 아 예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상 태가 초기 알츠하이머에 의해 손상된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예로 미국 뉴욕대학 연 구팀은 60세에서 79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EEG를 분석, 알츠하이머가 실제 발병하기 최대 7년 전에 발병 여부를 90%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도 했다.

그리고 최근인 작년 12월에는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 동원 교수팀에 의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자기장으로 자 극하면 뇌기능이 호전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양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두개자기 자극술(TMS)을 실시했다.

기억, 단어 등록 등에 중요한 역 할을 하는 좌측 전측두엽 부위에 총 8주간, 주 3회씩, 매회 20분 동안 10㎐의 고주파 자기장을 가한 것. 그러자 환자의 뇌 혈류량이 늘고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현재 알츠하이머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진단 기술이 연구·개발 되고 있다.

2011년 2월 현재 알츠하이머를 완치시킬 치료법은 존재 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주로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 다. 하지만 기술한 바와 같이 알츠하이머 정복을 위한 연구 는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에 알츠하이머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기술 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인류가 알츠하이머에서 해방될 날도 이제 머지않아 보인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노인들이여 , 인생을 즐겨라 !

가상시나리오: 노인 사업가 다이어리



서기 2050년 2월 1일. 날씨 맑음.
올해 여든을 맞은 나는 여전히 일벌레로 통한다. 종합클리닉센터와 휘트니스클럽을 운영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카이다이빙을 즐긴다.

사람들은 내게 왜 은퇴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여전히 일을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다. 십 년 전 나는 노령 인구를 위한 서비스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마흔 살이 되던 때 종합클리닉센터와 노인 전용 휘트니스클럽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클럽에서는 회원들에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 기초한 신체 및 정신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동, 수면, 식생활 등 개인별로 맞춤화된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해준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만 해도 대다수 회원들은 10점 만점의 건강점수에 3~4점만 달성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런 회원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1980년 이후에 태어난 행운아들은 고품질 의료 서비스의 혜택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20여년 전 상용화되며 수많은 노인들의 생활을 바꿔준 맞춤형 외골격 로봇이 그중 하나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등 근육에 무리를 주거나 허리를 다칠 위험이 있는 일을 할 때면 입는 외골격 로봇은 원래의 근력보다 10~20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간 수백만명에게 상해를 입혀 온 자동차는 이제 우리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로봇으로 변신했다.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능력은 물론 모든 교통시스템과 차량들이 네트워크로 묶이며 다른 차량과의 충돌사고는 일어나려야 일어날 수가 없다. 의료기술 역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오늘날 사람들은 MRI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으며 심부전,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암, 알츠하이머, 정신질환 등 장애나 사망을 야기했던 대부분의 난치성 질환들도 조기 검출해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마지막 장벽이라 불리던 알츠하이머는 그 치료에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 사실 나는 지난 수십년 동안 절친한 친구들과 회원들이 알츠하이머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랬던 알츠하이머에 실질적 치료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나온 것은 2025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전 세계 연간 5,000만명의 환자가 알츠하이머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치료제 출시 후 10년 뒤, 진단 기술의 보급화 덕분에 모든 사람들은 알츠하이머 징후가 나타나기 전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게 됐다. 이제 알츠하이머는 의학서적에서나 나오는 질병이다.

과거 노인 수백만명의 삶을 지배했던 우울증, 고소공포증 등의 정신질환도 약물이 아닌 영상의학에 의해 해소됐다. 나 또한 그 혜택을 받았다. 극심한 고소공포증에서 벗어나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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