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획기적인 '컬트 브랜드' 만들기

[MARKETING] Creating the Ultimate Cult Brand


반 윙클 Van Winkle 가문은 버번 위스키 사업을 100 년간 영위해 왔다. 이 가문의 사업 비결은 무엇일까?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되 공급량은 적게 유지하는 것이다. By Brian Dumaine

버번 위스키는 미국인들이 오래 즐겨온 술이다. 데이비드 크로켓 David Crockett (*역주: 19세기 미국의 정치인도) 버번을 즐겨 마셨고,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포커 게임을 하면서 버번을 홀짝거렸다. 은막의 스타였던 탈룰라 뱅크헤드 Tallulah Bankhead는 30분 만에 버번 한 병을 싹 비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버번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유서 깊은 버번은 거의 '컬트' 에 가까운 신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고급 버번은 섬세한 증류 과정을 거친 뒤 떡갈나무 통에 담아 수년을 숙성시킨다. 때론 거의 25년을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 후에야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상품을 만든다는 건 비쌀 뿐더러 찾기도 힘든 고급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켄터키주에서 소규모 최고급 버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줄리언 반 윙클 3세 Julian Van Winkle III(61)도 바로 이 전략을 활용한다. 그는 이를 '희소성의 전략' 이라고 부른다.

2010년 매출액 200억 달러 규모인 올드립 반 윙클 Old Rip Van Winkle 증류소는 한 해 딱 7,000상자만 판매했다. 주류 업계 기준으로 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다. "두세 번만 시중에 물건을 푼다" 고 말하는 반 윙클은 재고를 몽땅 팔아치울 뿐만 아니라 매해 계속해서 값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전략은 반 윙클과 그의 아들이 자 마케팅 담당자인 프레스턴 Preston(33) 두 사람이 운영하는 기업이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나 와일드 터키 Wild Turkey와 같은 대형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 윙클의 접근 방식은 대형업체와 경쟁에 나서야 하는 영세기업이 써볼 만한 승부수다.

급하게 몸집을 키우려고 하는 기업은 곤란에 빠지게 마련이다. 양질의 상품을 만들되 생산량을 적게 유지한다면, 불황 속에서도 재고가 쌓여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반 윙클의 신념이다. 그는 "많은 버번 제조업체가 몰락해 왔다" 며 "제조량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브랜드의 특성을 잃게 된다" 고 말했다.

반 윙클이 말하는 희소성 전략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그의 회사가 만든 70달러짜리 패피 반 윙클 Pappy Van Winkle 15년산 버번 한 병을 구입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반 윙클이 만드는 버번 위스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시음 테스트 표 참조). 뉴욕 시에 위치한 주류 가게 몇 곳에 들렀을 때,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가게 중 한 곳엔 재고가 있었지만, 소매가의 두 배 이상인 150달러라고 했다.

내가 아무리 패피 버번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그 돈을 주고 살 생각은 없었다. 패피 버번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닌 가게 수가 20곳에 달했다. 결국 웨스트 72번가 액커머럴 앤 컨디트 Acker Merrall & Condit의 여직원이 필자를 대기자 명단에 올려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다음에 물건이 들어오면 즉시 연락을 주겠다며 친절하게 나를 대했다.

그녀는 "저희 고객 대부분이 이렇게 기다렸다가 사가곤 한다" 라며 "추가 주문량도 도착 즉시 팔려나간다" 고 말했다. 반 윙클은 자사 버번 제품은 주류 가게에 도착하는 즉시 팔려나가기 때문에 진열대에 진열해놓을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곧 팔려나갈 물건 때문에 시간과 진열대 공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단골 고객을 위해 반 윙클 버번 제품을 카운터 뉴욕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 아웃싱커 Outthinker 의 창립자이자 '미소 뒤에 비수를 감춰라 Hidea Dagger Behind a Smile'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국식 전략을 차용하라는 책)의 저자인 케이헌 크리펜도프 Kaihan Krippendorff는 기업은 종종 최고급 한정판을 출시해 자사의 다른 제품 라인에까지 그 후광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한 병에 230달러인 조니 워커 블루 라벨 스카치는 이보다 저렴한 자사 제품에 까지 고급 이미지를 심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폭스바겐과 피아트가 명품 자동차 회사인 벤틀리와 페라리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는 데서 같 은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반 윙클 같은 소규모 기업이 최고급 제품만을 판매하는 경우는 어떤가? 크리펜도프는 "(소규모 회사의) 최고급 제품에 대해 충분한 인지도를 쌓는 게 관건"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정된 마케팅 예산을 갖고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고품질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반 윙 클은 주로 입소문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 회사의 성공에는 약간의 행운도 작용했다. 줄리언 의 조부 패피 반 윙클 Pappy Van Winkle은 시트 젤 웰러 Sitzel-Weller라는 양조장을 운영했는데, 1950~60년대 전성기에는 버번 위스키의 1일 제조량이 80만 배럴에 달할 정도로 성업을 했다. 유명상표인 올드 피츠제럴드 Old Fitzgerald도 이곳에서 양조됐다.

패피 반 윙클의 초상화는 오늘날 반 윙클에서 생산하는 모든 버번의 라벨 에 그려져 있다. 흰 양복, 지팡이, 시가 담배를 입에 물고 한 손엔 버번 잔을 든 전형적인 켄터키 주 신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패피의 경영 신조는 "우리 회사는 좋은 버번을 만든다.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항상 좋은 버번을 만든다" 였다. 독자 여러분은 그가 걸쭉한 남부 사투리로 이 신조를 외치는 걸 상상할 수 있으리라.

패피의 신념에 맞춰 회사를 경영하기란 쉽지 않다. 연방법에 따르면 버번은 미국 내에서 만들어야 하고 옥수수 함유량이 최소 51%는 되어야 한다.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꼭 켄터키 주의 버번카운티에서 만들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사실 루이스빌 Lousville에 위치한 반 윙클은 버번카운티가 아닌 켄터키 주 프랭크포트 Frankfort에 있는 버펄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증류소를 아웃소싱 업체로 선정해 자사 버번을 만들고 있다.


대개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 함유량이 70~80%를 차지하고 그 외 호밀, 맥아보리, 효모의 혼합물 등이 들어간다(반대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는 맥아만 증류해 만든다). 호밀 대신 밀을 쓰는 것이 패피 버번의 양조비법이다. 반 윙클은 말한다." 호밀과 밀의 맛 차이를 생각해보라. 호밀로 만든 버번 위스키는 풍미가 깊고 약간 쏘는 맛이 있으며 혀에 닿는 감촉이 조금 거칠다. 밀은 좀 더 달고 부드럽다."비밀은 또 있다. 패피 버번에 들어가는 밀은 떡갈나무 통에 넣어 오랜 기간 숙성시키기 때문에 씁쓸한 탄 맛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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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년간 숙성시킨 버번을 시장에 내놓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반 윙클은 말한다. "저장고에 위스키 5 배럴이 있다고 가정해보라. 다섯 통 모두 맛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우리 회사에 선 매해 위스키 견본을 채취해 왔다. 숙성 과정에서 연도에 따른 풍미의 기준을 정해 품질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위스키 한 통의 기준 풍미가 다르면, 폐기 처분하거나 풍미가 개선될 때까지 더 숙성시킨다."

숙성 과정 동안 양이 줄어든다는 점도 버번 위스키가 비싼 이유 중 하나다. 배럴 한 통에는 버번 30상자에 해당하는 버번이 들어 있는데, 서서히 증발하기 때문에 23년이 지나면 7상자 분량만 남게 된다.

버번 회사 경영이 언제나 요즘처럼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1981년 반 윙클이 기업을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버번의 인기는 럼과 보드카에 밀리는 추세였다(미국의 주류 선호도는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 같다). 가업인 양 조산업을 매각한 상황에서 반 윙클이 소유한 것이라곤 소규모 주류 유통업체와 반 윙클이라는 브랜드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숙성 버번 위스키를 판매하는 업체가 전혀 없었다.

반 윙클은 자사 제품을 만드는 양조장 중 경영난을 겪는 업체로부터 오래된 재고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숙성된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사들였다. 반 윙클은 "다른 비숙성 제품에 비해 특색 있는 숙성 버번이 좋았다" 고 과거를 회상했다. 90년대 중반 반 윙클은 패피 반 윙클을 출시하며 숙성 위스키를 팔기 시작했다. 1998년 반 윙클의 20년산 버번은 시카고의 저명한 주류 시음 협회로부터 역대 최고 평점인 99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뒷맛이 긴 여운을 남긴 후 시가 상자와 위스키가 비싼 이유 중 하나다. 배럴 한 통에는 버번 30상자에 해당하는 버번이 들어 있는데, 서서히 증발하기 때문에 23년이 지나면 7상자 분량만 남게 된다.

버번 회사 경영이 언제나 요즘처럼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1981년 반 윙클이 기업을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버번의 인기는 럼과 보드카에 밀리는 추세였다(미국의 주류 선호도는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 같다). 가업인 양 조산업을 매각한 상황에서 반 윙클이 소유한 것이라곤 소규모 주류 유통업체와 반 윙클이라는 브랜드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숙성 버번 위스키를 판매하는 업체가 전혀 없었다.

반 윙클은 자사 제품을 만드는 양조장 중 경영난을 겪는 업체로부터 오래된 재고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숙성된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사들였다. 반 윙클은 "다른 비숙성 제품에 비해 특색 있는 숙성 버번이 좋았다" 고 과거를 회상했다. 90년대 중반 반 윙클은 패피 반 윙클을 출시하며 숙성 위스키를 팔기 시작했다. 1998년 반 윙클의 20년산 버번은 시카고의 저명한 주류 시음 협회로부터 역대 최고 평점인 99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뒷맛이 긴 여운을 남긴 후 시가 상자와 달콤한 담배, 가죽, 말린 감귤 등의 향취가 차례로 밀려온다" 고 평가했다. 반 윙클에 따르면 최고 평점을 받은 후부터 회사에 주문 전화가 밀려오기 시작했고, 결국 품귀현상까지 오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숙성 버번이 언제까지나 저장고에 남아 있을 리 없었다. 반 윙클은 2002년 버펄로 트레이스와 계약을 맺고 패피 제조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정된 양만 제조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반 윙클은 자사위스키 제품의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일레븐 매디슨 파크 Eleven Madison Park 나 맨해튼의 바 아메리케인 Bar Americain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 위스키를 납품하고 있다. 이런 레스토랑에선 패피 23년산 한 잔이 무려 50달러에 팔린다.

버펄로 트레이스의 국내 영업부는 미국 내 35개 주의 선별된 주류 상점을 통해 버번 위스키를 유통한다. 미국 전역을 누비는 반 윙클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주최하고 한 해 네 차례 열리는 위스키 박람회에 자사 제품을 내놓는다. 반 윙클은 "이 모든 게 우리 회사 이름을 홍보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의 효과는 상당한 듯하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필자가 아직도 "패피 15년산이 입고됐다" 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패피 버번의 성적표

패피 반 윙클이란 라벨을 달고 10년산에서 23년산까지 켄터키 버번이 나온다. 제품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본 품평은 100% 주관적으로 작성됐다.

20년산 / $110
양질의 코냑과 맛이 유사하다. 갈비를 배불리 먹고 난 후 시가 한 대를 물고 조금씩 마시기 좋다. 주류 시음 협회로부터 역대 최고점인 99점을 받은 데에는 깊은 황갈색의 아름다움과 깊은 향취도 한몫을 했다.

15년산 / $70
시음협회로부터 20년산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점수를 받은 버번이다. 가벼운 맛을 선호하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버번이기도 하다. 15년산은 빼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 균형을 이룬 제품이라 할 수 있다.

10년산 / $35
20년산이나 15년산에 비해 세련된 풍미를 자랑하거나 가벼운 맛을 갖추지 못했다.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한바탕 퍼마시는 파티용에 적합하다. 그러나 이 가격조차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역주: 미국의 버번 위스키업체 )애호가들의 마음을 돌릴 정도로 저렴하지는 못하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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