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콘텐츠 경영 이렇게 하라"

[3분 매니지먼트]lt;brgt;도서출판 업체도서출판 업체 CEO 3이 말하는


도서출판 제작사업을 공통분모로 가진 CEO 3인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들은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각각의 CEO에게 출판사 운영과 콘텐츠 생산에 대한 노하우, 앞으로의 경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더북컴퍼니 이소영 대표


1 새로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철저한 시장 조사가 중요합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은 앉아서 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가 7년 전 창업하면서 잡지 '싱글즈' 를 만들 때 타깃 독자층에 대한 조사만 6개월 이상 했습니다. 전문 조사기관의 힘을 빌리되 예상 독자층에게 물어볼 질문을 직접 만들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 저희가 내용을 재조정해나갔습니다. 그 결과 '싱글즈' 는 1년 만에 흑자를 내는 잡지가 됐어요. 지금까지도 콘셉트를 바꾸지 않을 만큼 실패 없는 기획이었습니다. 예상 독자층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서, 구매력 등을 심층 분석하는 것이 좋은 잡지, 잘 팔리는 잡지, 광고가 살아있는 잡지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편집, 광고, 판매, 마케팅이 서로를 부추기고 움직여야 합니다.

2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20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로컬 잡지인 '싱글즈' 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당시는 라이선스 잡지가 대세를 이루던 시대였으니까요. 모 두가 망할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보기 좋게 성공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중앙m&b에서 20여 년 동안 있으면서 길든 타성에서 벗어나, 작고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조직원 사이에 싸우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소통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우수한 인력을 키우고 발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 힘들지 않았던 것이 없었습니다.

3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첫째, 싱글을 타깃으로 한 잡지를 콘셉트로 잡았 는데 블루오션이었습니다. 론칭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니까요. 그 덕분에 조기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둘째, 회사가 지닌 인적 자원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전개했습니다. 잡지 론칭과 동시에 광고 대행, 제작사인 레드 슈즈를 만들었죠. 또 화장품 회사인 마임의 기업잡지 도 저희가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출처를 확보한 것이지요. 셋째, 창업 2년 만에 큰 기회가 왔습니다. 가야미디어가 국내판권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 패션잡지 '마리끌레르' 와 라이프스타일 잡지 '메종' 을 저희 더북컴퍼니가 인수한 것이죠. 중견잡지사로 도약하는 계기였습니다. 매출액도 두 배로 늘어났어요.

4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매체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등장은 지루하고 답답했던 종이 매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북컴퍼니가 펴내고 있는 잡지인 '싱글즈' , '마리끌레르' , '메종' 모두 아이패드용 매거 진 The Magazine을 국내 최초로 론칭 했습니다. 현재는 무료지만 앞으로 유료 전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광고 매출은 지금도 나오고 있어 요. 지난해 9월에는 뷰티 전용 앱인 뷰티플 beauty 을 론칭 했습니다. 뷰티 브랜드와 협 업해 그들의 광고와 제품 정보를 소개하고 전반적인 미용 정보를 보여주는 앱으로, 현재 7만 명이 다운로드를 받았습니다. 더북컴퍼니는 전체 직원 100명 중 15명이 뉴미디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디지털 혁명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지만 더 큰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5 회사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두려워 말고 세상의 변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북컴퍼니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겁니다. 새로운 미래사업의 기초 영양분을 만들려면 조직이 변해야 합니다. 통합하고 종합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해요. 구체적으로는 스토리텔링과 디자인 체력을 좀 더 키워야 합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유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수적입니다. 더북컴퍼니는 멀티플레이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6 성공비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첫째, 장기비전이 분명하되 신속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단기목표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입니다. 둘째, 책을 만들 때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셋째, 조직원들이 지닌 전문성과 근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김영사 박은주 대표

1 새로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기획에서 편집, 디자인, 제작, 홍보, 그리고 마케팅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콘셉트가 유지되고 있는가?' 입니다. 저희는 예상 독자층을 1차, 2차, 3차, 잠재 독자군으로 나눕니다. 책을 낼 때는 1차 독자군을 타깃으로 기획합니다. 기획 전 과정에서 흔들림 없이 콘셉트가 유지될 때 1차 타깃 독자에게 사랑 받는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사랑 받기 시작하면 2차, 3차 타깃 독자에게 책이 확산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원복 교수의 '먼 나 라 이웃나라' , 허영만 화백의 '식객' , 김우중 회장의 '세 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 김영사가 그 동안 만 든 책 중 1,000여권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2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경제불황의 여파로 출판계가 위축되기도 했고 IT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책 시장의 내리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흔들림이 없는 마음으로 일관성 있게 경영하려고 합니다. 특히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숫자의 함정' 을 경계해야 합니다. 매출이나 순이익 등 숫자로 보여지 는 경영 결과에만 집착할수록 경영내용은 부실해집니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매출 확대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건전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담는 것이 생명인 출판업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3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1983년 시작한 김영사가 부침 심한 출판 업계에 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단순히 어떤 계기가 있어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를 따르지 않고 더욱 참신하고 독창적인 책을 정성 들여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영사는 인물에세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해 밀리언셀러를 만들었습니다. 어린이책으로 취급 받던 만화를 교양서로 탈바꿈시키기도 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외면 받던 인문서 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켜 주목 받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죠. 지금까지 문학, 인문, 교양, 과학, 경제경영, 실용, 종교 분야에 서 2,600 여종의 책을 발간하며 부침 없이 꾸준히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 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관련기사



4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매체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매체의 다변화로 출판 환경은 더욱 다양한 기회의 장을 맞았습니다. 사회에 이익이 되는 책이라면 전자책과 종이책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신하고 새로운 기획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가장 적확한 매체로 제공하는 것이겠죠.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통찰력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사는 지난 연말에 모든 직원들에게 아이패드를 보급하고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나서서 모든 직원들이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가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5 회사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김영사 사무실에는 월별, 연도별 실적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없습니다. 숫자나 그래프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책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한 권 한 권 정성껏 책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히 따르다 보면 꽃도 피고 새도 울곤 하겠지요. '김영사의 도서목록이 곧 양서목록이어야 한다' 는 뚜렷한 다짐 아래 언제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책, 마음 놓고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물론 전자책 사업도 이끌어 나가야겠지요. 김영사는 50여 개 출판사가 힘을 합쳐 만든 전자책 사업기구인 KPC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6 성공비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첫째, 독자와 직원, 파트너사에 대한 존중 경영입니다. 둘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투명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영, 기획, 제작,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자족하지 않는 꾸준한 자기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린비 유재건 대표

1 새로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지금 출판계는 브랜드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베스트셀러를 내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다른 출판사가 하지 못하는 전문적이고 독창적인 출판물을 내는 방 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나오는 신간이 대략 5만종 정도 되는데 그 중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출판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분명해집니다. 전문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전문출판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린비출판사는 전문성, 독창성, 소통성, 즉 깊이가 있는가, 새로운가, 대중과 얼마만큼 소통할 수 있는가를 책 출간의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생각합니다.

2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역시 인재를 얻는 문제가 가장 어렵지 않나 생각 합니다. 이 문제는 한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 판업계 전체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출 판업은 타 산업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희망직종 순위에서 후순위로 한참 밀려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입니다. 출판문화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을 바꿀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출판은 경쟁력을 잃고 말 거라는 위기감 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또 출판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웹 서비스화 될 것입 니다. IT업계의 우수한 기획 개발 인력이 출판분야와 만나기 위해서도 출판산업에 대한 사회 적 인식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역설적이지만 1998년 외환위기가 회사 성장의 계기였습니다. 그때 대형도매서점들이 연달 아 부도 나면서 우리 출판사도 존폐 위기에 섰었거든요. '10년, 20년 단위의 중장 기적 플랜을 갖지 않으면 망하는 건 시간 문제겠구나' 그런 위기감 속에서 생산과 유통의 프로세스를 리모델링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출판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출판은 한 권 한 권 베스트셀러로 승부하는 업종이 아니라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속에서 예측한 만큼 사업의 규모를 만들어가는 업종이라는 깨달음을 그때 확실히 얻었습니다. 외부에서 느닷없 이 들이닥친 위기가 오히려 출판사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좋은 약이 된 셈이죠.

4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매체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종이매체의 미래라는 표현보다는 출판의 미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싶습니다. 종이 매체와 출판을 동일시하는 건 지금까지 출판 콘텐츠를 종이에 인쇄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해 왔기 때문입니다. 출판을 포함해서 모든 미디어는 당대의 기술과 결합되어 고객에게 제공됩니다. 인류는 쓰기문화에서 인쇄문화로, 이제 다시 웹 문화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웹 시대인 지금 대중, 특히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젊은 세대는 디지털과 웹에 친화적인 감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쇄문화에서 비롯된 감성을 고집해서는 출판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종이책이 죽어야 출판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5 회사 성장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 출판사는 인문학 전문출판사를 지향합니다. 전문출판사로서 올해 우리 출판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웹 기반의 지식서비스 인프라를 갖추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인문 포털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포털 사이트 하면 흔히 대규모 사이트를 생각하는데 출판은 원래가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이 맞는 업종이기 때문에 중소 규모의 전문포털 사이트를 만들면 독자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시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독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종이책, 전자책, 동영상 강의 등 사용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을 제공하려 합니다.

6 성공비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업에 성공하려면 인재, 예측력,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출판계는 격심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는 새로운 시도를 요구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서는 결코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미리 보고 반발 앞서서 실행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 남보다 반발 앞서서 어떤 일을 하려면 위기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내에 우수한 인재와 그에 걸맞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지금 말씀 드린 여러 요인들은 결국 인재 문제 하나로 모아질 수 있는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와 함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