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희대의 주택담보대출 사기범


한 천재 사기꾼과 그 일당이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해 주택 소유주의 은행 대출 계좌에서 수백만 달러를 빼돌린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댈러스 스트립클럽의 한 댄서는 경찰 진술에서 "그는 돈을 그저 보슬비 내리듯 뿌린 게 아니었다. 소나기 오듯 뿌려댔다" 고 말했다.


댈러스의 W호텔 럭셔리 스위트는 세계를 정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적어도 2007년 토베키 온우하라 Tobechi Onwuhara가 그곳으로 자신의 일당을 불러모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예닐곱 명으로 구성된 일당은 그 장소에서 자주 만났다. 이중 일부는 이안 플레밍의 007소설에나 나올 법한 C, Q, E 등의 별명을 썼다. 다른 이들은 무키, 오르지, 우체로 불렸다. 명품 소파나 객실 내 설치된 바 주변에 흩어져 앉아 3개의 링 바인더를 열고 추적이 어려운 카드형 무선모뎀이 연결된 노트북을 켰다. 탁자 위에는 지역별 번호를 써 붙인 선불형 휴대폰들이 놓여 있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용, 버지니아 북부용 등 온우하라가 찾아낸 '큰돈' 이 되는 지역마다 전용 휴대폰이 하나씩 있었다.

그 당시 큰돈 벌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택시장 붐으로 온 나라에 자금이 넘쳐났다. 은행은 경험 없는 대출자들에게 닥치는 대로 대출을 해 주었다. 머리가 비상하고 귀여운 외모에 트루 릴리전 청바지와 에드 하디 셔츠를 좋아하는, 이 선견지명을 가진 27세의 온우하라에게는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었을 것이다.

댈러스 도심의 휘황찬란한 고층빌딩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그의 일당들도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는 약속에 쉽게 넘어갔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오더마스 피제 손목시계 위로 햇살이 반짝이고 있는데 안 믿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는 몇 달이 멀다 하고 신형 마세라티나 벤틀리 스포츠카를 구입했다. 마이애미, 댈러스, 피닉스에 고급주택도 여러 채 있었다. W호텔에 마련한 전용 아방궁으로 야한 옷차림의 여자들이 얼마나 많이 드나들었던지 한 호텔직원은 1세대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인 그를 포르노 감독이라고 확신할 정도였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모국에 있었다면 온우하라는 아마 족장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온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이버사기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규제가 허술한 은행 및 대출시스템을 요리하는 천재적인 범죄자가 되었다. 3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온우하라가 훔친 금액은 FBI가 확인한 것만 4,400만 달러. FBI는 총액을 8,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죄를 하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은 휴대폰과 인터넷 뿐이었다.

온우하라는 그것을 '세탁' 이라고 불렀다. 고급 호텔에 사업장을 만들어(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도 애용했다) 부유한 피해자들의 정보를 세탁했다. 그리고 은행계좌도 세탁했다. 일당 중 일부는 데이터베이스와 웹사이트를 이용한 온라인 검색으로 이름, 출생 연월일, 모기지 정보를 모았다. 이들이 피해자의 정보파일을 만들면 다른 일당이 은행에 전화를 걸어 계좌고객 행세를 했다. 전화를 건 범인들은 보안정보 및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러면 온우하라가 해당 계좌에 접근해 아시아에 미리 심어 놓은 자금운반조직으로 돈을 송금한다. 이 돈이 세탁을 거쳐 다시 미국 내 그의 계좌로 이체되는 것이다.

FBI 특수요원 마이클 네일은 "나는 이 사건을 현대판 은행강도라고 부른다. 슬리퍼와 잠옷 차림으로 집에서 노트북 하나면 은행을 털 수 있다" 고 말한다.

온우하라는 은행이 주택 소유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금원인 주택담보대출 HELOC(힐록) 전문이었다. 그는 일단 HELOC 계좌에 접근할 수만 있으면 몇 초 만에 고액의 자금을 빼낼 수 있었다. 무기는 바로 설득력이었다. 그 덕분에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고액 배팅 룸에서 밤새 도박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공범들은 물론 자신의 아름다운 약혼녀 프레셔스 매튜스 Precious Matthews조차도 그가 실제로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공범 중 한 명인 폴라 깁슨 Paula Gipson 에 따르면 "그는 우릴 모두 속였다. 은행, 우리, 프레셔스, 모두 속았다" 고 했다.

깁슨을 포함한 온우하라의 공범들과의 대화, 가족middot;수사관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수백 쪽 분량의 공판기록을 보면 비상한 창의성과 속임수에 능한 디지털 세계의 비열한 사냥꾼을 만날 수 있다. 온우하라는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주택 소유주들의 신상 정보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개별 정보 하나하나는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을 한데 취합하면 거의 모든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 온우하라가 불법을 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기까지는 불과 몇 년이면 충분했고 그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한 상태다.

나이지리아 아비아 Abia 주는 북부 평원에서 남부의 강기슭이 만든 대지까지 이어져 지도상으로는 기린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 드넓은 참마middot;캐슈 농지가 펼쳐진, 이그보 Igbo 족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고장이다. 이그보족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민족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사업으로 성공하였기에 스스로를 '검은 유대인' 이라고 농담 삼아 부른다. 아비아 주는 그들의 고향이다. 이 지역은 1960년대 말에는 불행히도, 엄청난 양의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어 분리주의를 주장해 온 비아프라 Biafra 주에 편입되어 있었다. 나이지리아 내전이 발발해 100만 명 이상의 비아프라 주민들이 전쟁과 기아로 사망했다. 온우하라의 부모는 내전의 생존자들이었다.

그의 아버지 도리스는 나이지리아 최초로 위성방송용 TV를 수입했던 몇 안 되는 사업가 중 한 명이었다. 도리스는 아비아의 주도 우무아히아Umuahia에 최초의 호텔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이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춤추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다. 우무아히아가 성장하면서 땅값이 올랐고, 도리스의 영향력도 커졌다. 그는 정치에 입문해 당선되었고 성공적인 아비아 주지사 선거전을 치렀다.

온우하라의 어머니 캐서린도 성공한 인물이다. 변호사이자 문학평론가인 그녀는 아비아 주교육위원회 이사장을 지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네 딸은 잘 자라 간호사와 목회자가 되었다. 하지만 다섯째인 외아들은 달랐다. 미국인이었다. 토베키를 임신한 지 5개월이었을 때 캐서린은 휴스턴의 한 대학에서 유학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떠났다. 그리고 1979년 '토비 Tobe' 가 태어났다.

캐서린은 토비가 아직 아이이던 때에 그를 휴스턴의 한 삼촌에게 맡기고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 유대감이 남다른 그곳의 교민사회가 그를 보살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비가 청소년이 되자 그는 학교를 빼먹고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가족은 15살이었던 그를 나이지리아로 불러들여 엄한 교육으로 유명한 마리아 수도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입학시켰다. 온우하라는 졸업 후 아비아주립대의 의예과에 입학했다. 그는 누가 봐도 말수는 적어도 언변이 좋은, 똑똑하지만 수줍은 아이였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1999년 온우하라는 텍사스로 돌아갔다. 댈러스에 아파트를 빌리고 잠시 브룩헤이븐 대학을 다녔다. 이후 캐피탈 원 Capital One에 취직해 대출담당원으로 일하며 관련 문서와 절차들을 공부하며 은행 내부의 사정에 대해 배웠다(캐피탈 원은 온우하라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그는 범죄자의 길을 걷는다. 공판기록에 의하면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에 연줄이 있는 한 친구의 도움으로 온우하라는 실제 고객 명의의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를 복제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이용해 CompUSA에서 전자제품을 샀다. 레스토랑과 클럽도 애용했다. 그곳에서 그는 베일러 대학에서 화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미인 여대생 프레셔스 매튜스를 만났다. 매튜스는 웨이트리스였고 온우하라는 치근대기 좋아하는 단골손님이었다. 업소에서 온우하라의 카드 사용에 대해 미심쩍어 한다고 프레셔스가 그에게 귀띔해 주었을 때 온우하라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둘은 데이트를 시작했고 곧 약혼했다.

2002년 온우하라는 신용카드 사기혐의로 텍사스에서 세 번이나 구속되었다. 경찰이 그의 아파트를 수색해 불법 증거물들을 찾아냈다. 온우하라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명의도용 수법을 일부 익혀 공범과 함께 10만 달러 이상을 훔쳤지만 아직은 사소한 실수투성이의 애송이 범죄자에 불과했다. 사기행위를 벌이기 위해 직접 업소나 은행을 찾아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적도 있다. 나중에 그는 범죄행위로부터 자신을 멀리하고 자신이 연루될 수 있는 단서를 남기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텍사스에서 활동하기 힘들게 되자 온우하라는 'Q' 로 알려진 동향 친구 아벨 응나부에 Abel Nnabue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떠났다. 2002년 12월 12일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워싱턴 주린우드의 한 은행에 들렀고 지갑에는 가짜 신분증과 불법복제 신용카드가 가득했다. 응나부에는 대여한 금색 플리머스 네온 안에서 기다렸고 그동안 온우하라는 은행에 들어가 5,000달러의 현금서비스 인출을 시도했다. 은행이 경찰을 호출하자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온우하라는 은행에서 뛰어나와 네온에 올라탔다. 응나부에는 전속력으로 정지 신호도 무시하며 비에 젖은 도로를 질주했다. 이 추격전에 참여한 경찰차가 두 대 더 늘었고 온우하라는 차창밖으로 지갑을 버렸다. 경찰은 한 한인 교회 주차장으로 이들을 몰았다. 온우하라는 차를 버리고 달아나 연못에 은신하던 중 경찰견에 의해 발견되었다. 2003년 5월 그는 징역 1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나는 정말로 마음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는 불법적인 일에는 발도 들이지 않을 것이며 나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는 연방판사에게 말했다. 그가 출소했을 때 즈음하여 주택시장에는 버블이 생겨나고 있었다.

엉덩이를 비벼대는 댄서와 남부 백인들로 가득한 국도변 한 창고건물에, 텍사스에서 가장 야한 성인클럽으로 통하는 댈러스 젠틀맨 클럽이 있다. 이곳에는 유명 운동선수나 랩 가수 등 큰 손들이 모이지만 온우하라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그가 업소에 들어서면 스트립 댄서들이 일렬로 서서 휴대폰 불빛을 비춰주며 그를 맞이했고 전화를 걸어 "이리와! T가 떴어" 라며 비번인 동료들까지 불러냈다. 그들은 그가 뭘 해줄지 알고 있다. 650달러짜리 크리스털 샴페인, 동행인들에게 나눠주는 2,000달러짜리 뭉칫돈, 그가 다 써버릴 5만 달러가 든 돈가방. 노래 한곡이 진행되는 동안 그가 너무 많은 돈을 뿌려대 댄서들은 이어진 두 번째 곡이 끝날 때까지도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다 쓸어 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는 이런 행차를 일주일에도 몇 번이고 벌였다.

한 댄서는 경찰 진술에서 "그는 그저 비 내리듯 뿌린 게 아니었다. 소나기 오듯 뿌려댔다" 고 말했다.

FBI 수사관에 따르면 온우하라는 새벽이 되면 30만 달러짜리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클럽 주변을 서성이며 댄서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댄서가 있으면 손짓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되었다. 그 여성은 W호텔로 그와 동행했다. 여성 편력이 그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스트립 댄서와의 관계는 그에게 감추고 싶은 잘못이었다. 하지만 결국 프레셔스가 알아낼 것이었다. 아직 약혼한 상태로 그녀는 온우하라와의 동거에 들어갔다.

학구적이고 말투가 상냥했던 토비는 이제 없다. 현재 'T' 로 불리는 온우하라는 랩 전문 레이블 SWAT 업 엔터테인먼트를 소유했고, 댈러스에 고급 아파트와 플로리다 주 미라마 Miramar에 저택을 보유했으며, 목에는 자동차 견인용줄 굵기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했다. 목걸이에는 만화영화의 은행강도처럼 돈주머니들을 들고 웃고 있는 자신의 모양을 한 장식 인형이 달려 있었고 그는 점점 그를 닮아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용의주도한 사이버범죄자가 HELOC을 범행 목표로 삼은 이유는 당연해 보인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HELOC을 받은 주택소유주비율은 10.6%에서 18.4%로 껑충 뛰었다. 대출액도 크게 늘었다. 사기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온라인 상에 공개되어 있었다. 이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관건이었고 온우하라는 그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직거래 사이트인 리스트소스를 이용해 그는 가격이 100만 달러를 넘는 주택을 소유한 부부들의 모기지 정보를 모았다. 바로 HELOC 신청 적격자들이었다. 공개 데이터베이스와 유료 정보사이트를 통해 리스나 대출신청서를 찾아내 포토샵으로 주택 소유주의 서명을 복사했다. 그리고 사람 찾기 사이트를 이용해 돈을 내고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검색해 정리해 두었다. 이를 통해 생년월일, 사회보장 번호, 친척의 성명, 전 주소지, 고용내역 등등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어머니의 결혼 전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앤세스트리닷컴 Ancestry.com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그는 3대 신용평가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애뉴얼크레디트리포트닷컴 annualcreditreport.com에서 피해자들의 신용도를 조회했다. 온우하라는 이 중 엑스페리안 Experian이 운영하는 페이지가 객관식 본인확인용 보안 질문을 하는 과정에 버그가 있음을 발견했다. 사용자가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답을 선택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온우하라는 브라우저상에서 새로고침을 하면 일부를 바꾼다는 점을 알아냈다. 고쳐진 것들은 분명히 오답이었다. 온우하라는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정답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여러 번에 걸쳐 새로고침을 하면 결국 정답이 드러났고 온우하라는 신용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엑스페리안의 대변인은 회사가 수사당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사건 발생 후 보안 프로토콜을 강화했다" 고 말했다). 신용정보를 통해 온우하라는 피해자의 HELOC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역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신용조합을 통한 HELOC을 선호 했는데, 보안이 허술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사기범의 예술적 면면이 발휘되는 시점이다. 온우하라는 스푸프카드 SpoofCard라는 전화회사를 이용해 발신자번호표시창에 자신이 원하는 전화번호가 뜨도록 만들었다. 스푸프카드만 이용하면 은행들로 하여금 그가 건 전화가 피해자의 전화로 건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위해 건네는 질문들을 훤히 꿰고 있었다. 계좌번호, 잔고, 패스워드 등의 답들도 거의 다 가지고 있었다. 전문 연기자 뺨치게 굵은 자신의 원래 목소리를 숨기고, 인종, 나이, 억양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목소리를 바꿨다. 고객서비스 직원은 속이기에 손쉬운 상대였다.


일단 계좌에 접속한 후에 온우하라는 HELOC 대출금을 국외로 빼돌렸다. 은행은 이체신청서를 그가 미리 열어둔 인터넷 팩스 사이트의 주소로 보냈고 팩스는 다시 이메일 형식으로 변환되었다. 수신된 양식에 포토샵으로 복사된 서명과 조작된 헤더를 붙여 넣은 후 그는 신청서를 재전송했다. 돈은 아시아에 있는 은행으로 이체되었고 온우하라가 고용한 중간책이 돈을 인출해 자신의 몫을 남기고 다른 계좌로 송금하거나 자금 출처를 묻지 않기로 유명한 아랍식 송금업자 하왈라 hawalas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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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돈은 미국으로 재송금되어 온우하라가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왔다. 4,000만 유로라는 돈이 일시에 들어온 적도 있다. 그는 들어온 돈을 카지노에 맡겼다가 며칠 후 수표로 찾는 방법으로 세탁하기도 했다. 또 최고가의 승용차를 구입해 몇 달간 사용하다 나이지리아로 보내 높은 이윤을 남기고 되팔기도 했다. FBI에 따르면 온우하라가 세탁한 규모는 2 주마다 700만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천재적 범죄자는 사기의 구체적 비법을 최측근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프레셔스 매튜스와 폴라 깁슨이 가장 많이 안 편이었는데, 온우하라가 전화로 여자 흉내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자 계좌주 행세를 해야 했고 따라서 더 많은 정보를 가르쳐줄 수밖에 없었다. 응나부에는 모기지 정보와 대출서류를 취합했고, 온우하라가 애제자로 키워온, 댈러스 출신의 전도유망한 대학생 에젠와 온예데벨루( 'E' ) Ezenwa Onyedebelu가 돈세탁을 맡았다. 덩치 큰 의예과 학부생 헨리 오빌로는 온우하라의 경호원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정보 전담역을 겸했다.

온우하라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이익을 나눴다. 전화를 맡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보다 더 받았고, 일당은 전화를 담당하기 위해 경쟁했다. 말솜씨가 능란하지 못하면 온우하라는 즉시 검색 업무로 돌려보냈다. 모든 돈과 정보는 그에게 보고되었다. 그는 절대로 민감한 정보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으며 대신 파괴하기 쉬운 USB메모리에 담았다. 하지만 아무리 단서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결국 꼬리는 잡히는 법. 언젠가는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리게 마련이다.

2007년 12월 8월 '듀크' 로버트 쇼트는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때는 오전 10시였고, 몇 시간 후에 그는 부인과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자택 근처의 한 식당에서 주말 외식을 즐길 참이었다. 쇼트는 미 상원 연방신용조합에 개설한 자신의 계좌를 조회하고 싶었다. 전직 미 상무부 소속 수사요원인 쇼트는 근무하던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떠나 상무부의 국내수사국장으로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해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비서실장도 지냈다. 그는 30년간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했다. 다시 말하면 쇼트는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날 아침 쇼트는 자신의 계좌에 접속할 수 없었다. 누군가 비밀번호를 바꿨고 신용조합은 닫혀 있었다. 월요일이 되자 쇼트는 전화를 걸었다. 계좌를 조회했을 때, 그는 주로 이체 한도가 큰 HELOC 계좌에서 28만 달러가 빠져나갔음을 확인했다.

"은행에서는 이 돈이 한국으로 이체되었다고 했는데" 라며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직원은 '이체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냐?' 고 물었고 나는 '내가 그 정도 액수의 돈을 한국으로 이체했다면 설마 모르겠느냐' 고 말해줬다" 는 것이다.

조합에서는 쇼트가 입은 손실 전액을 보전해주도록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온우하라의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신분도용과 추락한 개인신용도로 충격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금전적 피해는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보상받았다.

쇼트는 알렉산드리아 경찰, 정보기관, 그리고 FBI에 신고했고 며칠 뒤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관들은 쇼트의 계좌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된 IP주소로부터 첫 단서를 찾아냈다. FBI는 누군가 쇼트의 비밀번호를 바꾸기 위해 조합에 전화를 걸어 중년 백인 억양을 흉내 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전화에서 범인은 아들이 새로운 컴퓨터를 설치해 주면서 자신의 계좌에 접속하기 위한 자동로그인 기능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바꾸고도 범인은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쇼트의 계좌에 접속했다. FBI는 추적할 수 있는 구체적인 IP주소를 확보한 것이다. 추적한 결과 그 주소는 버라이즌와이어리스의 인터넷 모뎀카드의 것으로, 명의는 가짜였으나 플로리다 미라마르의 실제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후 FBI는 이 주소가 온우하라의 저택에서 몇 집 떨어진 곳임을 알아냈다).

온우하라는 선불형 체크카드를 이용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등록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 하게 해 놓았다. 하지만 서비스 대금 지불을 위해서는 버라이즌 매장을 방문해야만 했다. 쇼트를 상대로 한 범죄와 관련해서 서비스 계약을 위해 그는 두 차례 계좌이체를 한 사실이 있었다. 두 건 모두 텍사스 주 플라노에서 이루어졌다. 수사관들은 매장의 감시카메라 비디오를 입수해 남자 세 명을 확인했다. 한 명은 모조 다이아몬드로 된 해골 장식으로 뒤덮인 에드 하디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수사관들을 이들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신용조합이 이체 내역 확인을 위해 쇼트에게 건 전화를 이 범인이 도중에 가로챘다는 사실을 수사관들은 알고 있었다. 온우하라는 쇼트의 전화회사를 속여 그에게 걸려온 전화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연결해 주도록 했고, 이것은 그가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고객의 자택전화가 연결된 전화번호 목록을 입수하면서 이 수법은 그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이 목록에서 그들은 선불형 휴대폰 번호를 다수 발견했다. 이 번호로부터 전국의 은행과 스푸프카드사의 1-800 무료전화번호로 다수의 통화가 발신되었다. 이것이 사기단의 가상지문인 셈이었다.

FBI의 압수수색을 통해 의심스러운 스푸프카드의 계좌로 연결된 1,500통의 통화 녹음내용을 입수했다(스푸프카드는 일반적으로 자사시스템을 통한 통화내용을 기록하지 않으며 기록 여부는 통화자의 선택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테이프들은 수사당국에는 당첨된 로또나 다름없었다. FBI특수요원 해들리 에티엔은 "목소리가 다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답을 알고 있었다. 준비를 철저히 한 것이 분명했다" 고 말한다.

수 개월에 걸쳐 수사관들은 결정적 단서를 기대하며 통화녹음을 들었다. FBI수사장 마이클 네일은 "좋은 소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 그냥 마냥 읽고 또 읽고 계속 읽어 내려가게 된다. 이번 수사도 그랬다. 주말에 집에서 통화녹음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그놈의 통화를 찾아낸 거다" 라고 말한다.

그 통화에서 온우하라는 CVS약국에 전화를 걸어 처방전을 불러주면서 중년 백인 의사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밸트렉스라는 포진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었다. 환자는 토비 온우하라였다. 드디어 수사관들은 이름을 찾아낸 것이다. 그들은 텍사스 주 교통당국으로 부터 온우하라의 사진을 입수했다. 그 모습이 버라이즌 매장의 카메라에 찍힌 후드티의 남성과 일치했다. 사냥감이 수중에 들어오기 직전이었으나 증거물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2008년 4월 요원들은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온우하라, 응나부에, 매튜스, 오빌로 일당을 잠시 묶어둘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들은 오는 길에 런던의 리츠에도 잠시 묵었다. 온우하라는 자신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하고 갔다. 수사관들은 범인들에게 통상적인 여행객 검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테이프에서 들은 목소리와 별명의 동일 여부, 그리고 범죄에 이용한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온우하라의 전화를 모니터하고 감시작전을 위해 그의 미라마 저택 외곽에 차량도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온우하라는 공항에서의 조사로 내심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댈러스의 파파도 레스토랑에서 밥을 곁들인 생선요리를 먹었고, W호텔 옥상의 고스트바에서 멋드러진 파티를 연일 열었다. 하지만 폴라 깁슨에 따르면 그의 일당들은 겁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응나부에는 보수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깁슨은 범죄행각에 괴로워하면서도 손해는 은행만 보는 것이라며 애써 정당화하려 했다. 매튜스는 우울증이 악화했다. 그녀는 온우하라가 제공하는 명품가게에서의 쇼핑, 최고급 호텔에서의 주말, 수영장을 새로 설치한 저택 등 사치스러운 생활에는 만족했지만 둘의 관계는 점차폭발 직전으로 변해갔다. 그녀와 온우하라는 싸웠다. 한 차례 말싸움 끝에 그는 미라마 저택을 뛰어다니다 플라즈마TV 화면을 박살내 버렸다.

바로 이 즈음 온우하라는 경찰당국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FBI요원들은 그의 휴대폰에 이용상황 기록장치와 추적장치를 달아 그에게 걸려오고 그가 거는 모든 전화번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신통하게도 온우하라는 이 사실을 알아냈다. FBI의 검찰 측 진술서에 따르면 그가 이동통신사 싱귤러 AT&T에 전화를 걸었을 때, 회사가 '실수로' 그를 추적중인 FBI소속 기술요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온우하라의 지인들은 그것을 우연한 일로 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사실을 털어놓게 만드는 그만의 수완이 있다" 고 깁슨은 말한다.

2008년 6월 30일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하고 FBI가 추적하지 않는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꿨다.

FBI는 현재 그의 행방을 모른다. 외국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일까? 긴급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이틀 후 남부 플로리다의 어느 맑은 밤, 온우하라 자택을 감시하던 요원들은 한 차례 소란을 목격했다. 매튜스가 집에서 뛰쳐나왔고 이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내가 따라 나왔다. 매튜스는 자신의 아큐라를 쏜살같이 몰았다. 그 사내는 온우하라 명의의 검은색 BMW X6를 타고 뒤따랐다. 이들이 시속 160km가 넘는 속도로 국도를 질주하는 동안 요원들은 이들을 추격했다.

네일은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속도를 내달아나고 있다. 지금 체포해야 하는가?' 라는 전화였다" 고 말한다.

네일은 에티엔, 그리고 사건을 맡은 연방검사보와 상의했다. 구속하기로 결론 내렸고, 현장요원들은 포트로더데일의 하드락 카지노로 속도를 내던 도주 차량들을 추격했다. 아큐라와 BMW는 카지노 정문에 급정거했다. 두 사람은 안으로 급히 달려들어갔고 지역경찰관이 곧바로 이들을 잡아 억류했다. BMW에서 나온 사내는 온우하라가 아닌 그의 제자 에젠와 오네이데벨루였다. FBI가 체포하기 위해 수갑을 들고 현장에 도착하기 불과 몇 초 앞서, 매튜스는 빛의 속도로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당장 떠. 우린 잡혔다" .

그 하드록 카지노 안, 어딘가, 그가 애용하던 크랩스 테이블에서 역대 최악의 사이버사기범이 휴대폰을 확인하고 유유히 뒷문으로 빠져나가 택시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곤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온우하라는 "아버지는 뒤따르는 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그만의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 최악의 지명수배자의 길. 그에게 는 2만5,000달러의 포상금이 걸려 있다.

온우하라의 공범들은 거의 대부분 기소되어 유죄를 인정했다. 프레셔스 매튜스는 51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다니엘 '오르지' 오르진타는 4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협조한 아벨 응나부에는 감형된 27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폴라 깁슨과 에젠와 온예데벨루도 검찰에 협조해 각각 15개월과 14개월로 감형되었다. 헨리 오빌로만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88개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FBI는 온우하라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공범은 그가 아직 미국 내에 머물고 있다고 맹세한다고 했다. 새로운 시스템에서 새로운 약점을 찾아 사이버 공간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누나 중 한 명은 "수수께끼 같은 아이다.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나?" 라고 말했다.

By Luke O'Brien
ALL PHOTOGRAPHS COURTESY OF THE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번역 홍철진 indier99@gmail.com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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