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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특별기획 1

방사성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으로 일본 동북부 지역이 아비규환의 상황에 처했다. 특히 지진에 의해 발생한 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침에 따라 일본 전역에 핵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력 공급 차단으로 냉각 장치가 작동불능에 빠지면서 원자로 6기 중 무려 4기가 수소가스 폭발 또는 화재를 일으키며 상당량의 방사능을 외부로 누출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사능 누출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3월 21일 현재 후쿠시마 원전 주변은 물론 사고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과 가나가와현에서도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방사성 물질의 여파가 국내에는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아직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과연 인체에 어떤 영향이 일어나며 그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대응책과 치료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 알아보자.

암 발별, 기형아 출산율 높아져

방사능이란 불안정한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방출하는 방사선의 세기를 말한다. 이러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 바로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서는 방사선 피폭량을 시버트(Sv) 또는 렘 (rem)이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1Sv는 1,000mSv(밀리시버 트), 1mSv는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다.

비단 이번과 같은 원전 사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우주선(cosmic ray) 등에 의해 연간 2.4mSv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물론 이런 자연방사선으로는 건강에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인공방사선의 경우 병원에서 X레이를 촬영할 때 0.05~0.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며 CT 촬영에서는 이보다 노출량이 10~20배 가량 높다.

이와는 별도로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배출되는 방사선에 대한 연간 허용 기준치는 일반인이 1mSv, 방사선 분야 종사자는 20mSv로 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누적 노출량이 1Sv가 되면 100명 중 5명이 수년 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주민들이 받을 방사선 총량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의 100배 규모인 1mSv, 도쿄 지역 주민은 0.01mSv로 예상된다"며 "이 만큼의 피폭량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는 뼈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로의 핵분열시 방출되는 핵종 가운데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 물질은 세슘(Cs)과 방사성 요오드가 꼽힌다. 이중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로 짧은 편에 속해 100일 정도면 인체에서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100일 동안 베타와 감마 방사선을 방출, 갑상선을 위시한 인체 세포의 변형을 유발함으로써 암 발병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서와 같이 수증기 형태로 대기 중에 쉽게 확산되며 대부분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지만 오염된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통해서도 흡수될 수 있다.

세슘은 30년의 반감기를 가진 동위원소로 신체 내에서 칼륨의 유사물로 작용한다. 자연붕괴 하면서 방사선을 방출, 세포내의 유전자에 손상을 가한다. 이러한 유전자 손상은 누적돼 나타나는데 일정단계 이상의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면 암 발병과 기형아 출산,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

심하면 세포기능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공중으로 흩어진 방사능의 주성분이 바로 세슘이었다.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핵실험 등에 의해서만 생기는 인공 핵종(核種)에 해당한다.





방사선 노출 심하면 사망

짧은 시간 동안에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방사선량과 조사(照射) 부위에 따라 복합적 임상 증상과 증후가 나타난다. 이를 급성방사선증후군(Acute Radiation Syndrome, ARS)이라 한다.

ARS는 단일 방사선 조사로 전신이 1그레이(Gy, 1Gy≒ 1mSv) 이상의 방사선량에 노출됐을 때 일어난다. 방사선에 민감한 세포들이 주로 영향을 받게 되며 발현되는 주요 증상·증후에 따라 조혈계, 위장관계,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또 시간이 경과하면서 전구기, 잠복기, 질병 발현기, 회복 또는 사망 등 4가지 단계를 밟게 된다.

물론 각 단계의 기간은 노출된 선량이 많을수록 짧아진다. 일반적으로 흡수선량이 5Gy 미만이면 조혈계 손상에 의한 증상이 발생하며 1.5 Gy 미만일 때는 회복될 확률이 높지만 8Gy를 초과하면 생존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만일 전신 피폭 선량이 5Gy를 초과하면 위장관계 손상이 발생한다. 위장관 점막의 손상으로 궤양, 위장벽 괴사, 복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선량이 12Gy를 초과하면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기간에 20Gy를 넘는 선량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8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혈관계 이상이 초래돼 저혈압성 쇼크, 무산소성 경련,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전신 또는 상부 몸통 피폭선량이 50Gy를 넘으면 심혈관계와 중추신경계에 변화가 온다. 이를 신경혈관 증후군이라고 부르며 이들 환자는 경련과 함께 불과 수 시간 내에 사망하게 된다.

피폭 시 신속한 약물투여 필요

만일 우리가 방사선에 피폭되면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까. 가장 먼저 내·외부의 오염도를 조사받게 된다. 이때 외부 오염이 확인되면 의복, 가방, 모자, 신발 등 모든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외부 오염원을 제거했음에도 방사능 오염이 감지 될 경우에는 방사선 비상진료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에 긴급 이송돼 정밀검사를 받게 되며 필요시 제염을 위한 약물치료 등도 이뤄진다.





치료는 방사성 물질이 호흡이나 구강섭취에 의해 인체 내부에 유입되었을 때는 이를 체외배출시킬 수 있는 약품을 처방한다.


일례로 세슘 피폭의 치료제로는 프루시안블루 (Prussian blue)가 쓰인다. 세슘은 장을 통해 체내에 흡수 된 후 근육에 모여 지속적으로 인체를 피폭시키는데 프레시안블루는 세슘의 장 흡수를 막고 대변으로의 배출을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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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사성 요오드는 안정화 요오드(요오드화 칼륨)로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방사성 요오드를 흡입하기 24시간 전에 섭취해 갑상선에 모여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혹여 사전 섭취하지 못했을 때는 최소 15분 내에 투여 받아야 90%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4~6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는 50%로 떨어진다.

덧붙여 방사성 요오드의 재흡수를 막기 위해서는 약 7~14일간의 투여가 필요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임상무 박사는 "방사선에 피폭되면 피폭량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며 "임상적으로 특이증상이 발현되는 것은 전신에 1,000mSv 이상의 유효선량을 피폭 받게 될 때로서 조혈기능 손상, 피부 홍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방호약품 비축량 늘려야

방사선 피폭 환자들의 검사와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설립·운용 중이다. 센터에서는 각 원전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총 21개 방사선 비상 진료 지정 의료기관을 선정, 원전사고를 포함한 방사능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 비상의료 지원본부가 되고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펼치게 되는 시스템이다.

방사성 요오드에 대비한 국내 안정화 요오드 보유량은 총 189만정 정도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및 21개의 방사선 비상진료 지정 의료기관에 6만8,516정, 한국수력원자력이 128만정을 확보하고 있다.

세슘 치료제인 프루시안블루의 경우 약 130명을 치료할 수 있는 분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진료기관 보유분은 비상진료 현장에 투입되는 의료 요원과 환자용이며 고리, 울진, 월성, 영광 등 4개 원전지역에서는 원자력사업자가 부지 반경 10㎞ 이내의 주민수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 치료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 전문가들은 두 치료제를 위시한 방사선 방호 약품들의 적정 보유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4개 갑상선 방호약품을 원전부지에 12만5,766인분, 21개 비상진료기관에 6,852인분을 보유 중"이라며 "이는 일본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천재지변에 대비한 것이 아니므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가 적정 보유량을 재산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까지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이 원전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되고 국내 원전사고에 대한 준비가 주를 이뤘다"면서 "일본 사태를 계기로 중국 등 주변국 원전사고 때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대비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INTERVIEW] 노희천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Q.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핵분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핵분열이 일어나면 원자폭탄과 같은 대형 폭발이 이뤄지나?

사용후 핵연료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우라늄235)의 양이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적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은 몰라도 핵분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설령 핵분열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라늄 양이 적어 핵폭탄 같은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 수조 속의 물은 핵분열 시 감속재 역할을 하게 된다. 수조의 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감속재가 사라져 핵분열이 지속되기 어렵다.

Q.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복구가 시작됐다. 전력복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원전의 안전 관련 설비·기기들이 재가동된다는 의미다. 일례로 냉각펌프가 재가동되면 안정적인 냉각수 공급이 가능해져 원전 및 사용후 핵연료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또 냉각수 공급장치에는 고압주입시스템과 저압주입시스템이 있는데 고압주입시스템이 가동되면 원자로의 압력이 평상시보다 높아도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어 사태진정에 도움이 된다. 물론 고압과 저압주입시스템이 동시에 작동되고 물을 채워넣는 기능까지 복구된다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Q.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 뿐인가?

원전 사고로 인해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방사성 핵종)은 사실상 매우 많다. 단지 세슘과 요오드가 인체가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피폭은 특정 방사성 핵종에 노출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사성 핵종이 내뿜은 방사선에 노출된 것을 말하며 방사능은 피폭된 방사선의 총량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Q. 정부와 전문가들이 연일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일본의 방사능이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갖고 있는데?

일말의 심리적인 불안감이 남아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비롯한 국내 원자력안전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과학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내에는 방사능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면밀한 과학적 분석을 거쳐 내놓을 결과에 대해 국민들도 신뢰감을 가졌으면 한다. 만일 한반도로 방사성 물질이 넘어온다고 해도 그 양은 0.001mSv 이하의 미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Q.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도와 비상시 대응체계는?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어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 밖에서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핵연료봉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 폭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재해로 인해 전력이 차단될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 비상 전력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고장률, 이용률 등 정량지표는 전 세계 원전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안전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동안전성, 내진안전성 등의 점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Q. 향후 전망은?

원전 사고는 인류에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가능한한 모든 수준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사고에 대비한 준비도 한층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국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원자력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또한 인접국들 사이의 협력관계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원자력 후발국들이 원전 도입 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할 소지가 있어 국내 원자력 기술 수출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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