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NS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온라인으로 손쉽게 인맥을 넓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가장 현대적 사회 활동이다.
반면 SNS의 글에 실시간 댓글을 달고 회사 SNS 관리가 업무화되는 등 달갑지 않은 역기능도 생겼다.


"인기가수 정엽과 친구 됐어요"


대학생 김지원 씨는 요즘 트위터의 재미에 푹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PC를 켜고 트위터에 접속한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들의 소식을 뉴스로만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트위터 덕분에 웬만한 소식은 뉴스가 뜨기도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트위터를 하면 정엽과 친구를 맺을 수 있다는 말에 가입하게 됐어요. 싸이월드의 일촌맺기는 상대의 수락이 필요해 웬만한 인기인과는 친해질 수 없지만 트위터는 팔로잉만 하면 되니까 무척 편리해요. 게다가 스마트폰이 있으면 언제든 접속할 수 있잖아요."

김 씨처럼 예전에는 엄두도 못 냈을 유명인들을 친구 목록에 넣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은 SNS에 매력을 느낀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 치고 연예인 서너명과 팔로잉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김 씨에게 연예인 외에는 어떤 유명 인과 팔로잉 하고 있냐고 물었다. 빌 게이츠와 이찬진, 박경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빌 게이츠는 윈도를 만든 사람이고 이찬진 씨는 트위터 전도사 아닌가요? 자세히는 모르고 유명해서 추가한 거예요. 그리고 박경철 원장은 잘 알아요. 경제로 유명한 의사잖아요."

그녀는 SNS로 인해 가능해진 새로운 방식의 인간관계 형성법, 그리고 SNS 본연의 기능인 새로운 인맥 구축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때로 이런 편리함이 지나쳐 자칫 화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SNS 주소 알려줬다가는 큰 코 다쳐요"

사회 초년생 최원석 씨는 아직 회사의 모든 것이 낯설다. 그러던 중 우연히 회 식 자리에서 1년 먼저 입사한 선배와 친해졌고 페이스북 주소를 교환했다.

"그 선배는 업무 도중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수시로 확인하고 조언해 주겠다고 했어요. 고마운 마음에 빠르게 친해졌죠."

이후 최 씨는 실제로도 일하는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간단한 안부 인사부터 직속상관의 험담이나 업무 형평성에 대한 불평불만도 격의 없이 적었다고 한다.

"한 달쯤 지났을까요. 저희 부서 대리가 불러서 갔더니 다짜고짜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하라며 선배가 얼마나 우스우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욕을 하고 다니냐고 쏘아 붙이더군요. 그 순간 페이스북이 떠오르며 '아뿔싸'하는 생각이 들었죠. 대리에게 싹싹 빌고 곧 바로 페이스북을 탈퇴했습니다."

예전에는 동기들끼리 회사 옥상에 모여 선배를 험담했지만 요즘은 SNS가 성토장이 되고는 한다. 이를 이용해 경쟁자를 험담하는 '디지털 이간질'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원이 SNS를 최 씨처럼 골칫덩이로 여기지는 않는다. 업무 능률을 높여주는 파트너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관련기사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회의실이죠"

SNS는 인맥을 거미줄처럼 엮어준다 그만큼 의사소통도 쉽다. 굳이 컴퓨터 앞에 앉아 메신저의 다중 대화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도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화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회사 업무에 적용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구성원들 사이의 신속한 의사소통은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 L사의 영업팀에 근무하는 박준모 대리는 얼마 전부터 회사의 방침에 따라 외근직 사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SNS로 한다.

"예전에는 전자메일이나 단체 문자 메시지를 이용했는데 원활한 의사전달이 쉽지 않았습니다. 부서장들도 관리효율이 높지 않다며 불만이었죠.
그런데 SNS를 이용한 뒤부터 빠르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어요. 특히 일정 공유가 많이 수월해져서 정말 편리합니다."

이 회사의 국중호 차장도 바쁜 일정 에 쫓기는 팀원들이 모두 모이지 않아도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효 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SNS를 쓰고 나서는 회의실에 들어 갈 일이 없어요. 각자 있는 곳이 회의실이죠. 어떨 때는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한 점심을 먹으면서 SNS에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혹은 외근 중에 회의를 하러 회사에 들어와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 셈이죠. "

SNS의 이런 장점은 매출과도 직결된다. L사만 해도 영업팀이 SNS를 도입 한 첫 달에만 순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나 올랐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런 부분은 직원들의 스마트폰 구입지원금 외에는 시스템 구축에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직장인들은 이러한 SNS의 특성 때문에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주말에 SNS 당직 서보셨어요?"

모 통신사 홍보실에 근무하는 윤 모 대리는 한 달에 한번 토요일과 일요일에 당직을 선다. 하지만 윤 대리의 당직은 여느 회사의 그것과는 다르다. 윤 대리는 당직을 서는 내내 회사의 홍보용 SNS를 확인, 고객의 글이 올라오면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야 한다.

물론 회사에 직접 출근하지는 않고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작업을 하지만 스트 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말 당직이 있는 주에는 금요일 저녁에도 편하게 술 한 잔 기울이질 못해요. 출퇴근 부담은 없지만 아침부터 정해진 시간동안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야 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에요."

이 회사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SNS를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고객들에게 젊은 기업, 열린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좋은 도구지만 일선 실무자에게는 무조건 달가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혹시 SNS 기능을 살려 주말을 즐기며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작업하면 되지 않을까.

윤 대리는 손사례를 친다. "말도 마세요. 얼마나 자주 알림이 울려대는지 몰라요. 친구를 만나도 얼 굴을 쳐다볼 틈이 없을 정도예요. 간혹 제 선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면 윗선에 보고하고 답변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요."

윤 대리는 당직이 없는 주말에도 편하지 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SNS 툴에 익숙하지 않은 상관이 당직을 서면 수시로 문의 전화를 해대기 때문이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