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Stanley Bing (포춘 칼럼니스트)
꿀맛 같은 은퇴생활이 겨우 이틀째 되던 날 홉스 Hobbes가 나를 찾아 왔다. 아침 7시 15분 무렵 다시 잠들기 위해 이불 속을 뒹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쾅쾅 두드렸다. 나는 이 시간에 누 군가 싶어 벌떡 일어나 나갔더니 빳빳한 흰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호루라기와 클립보드 메모판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서 일어나세요!" 그는 소리쳤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 대체 누구요?" 나는 약간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좀 쉬엄쉬엄 지내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즐길 수 있는 단계에 돌입하기도 전에 빡빡 한 하루 일과표를 가지고 온 깡패 때문에 나는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 다. 그냥 꺼지라고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은퇴생활에 살짝 질려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창한 수요일 아침 이 시간 즈음이면 샤워와 면도를 마치고 자몽 반 쪽을 먹고 있었 기 때문이다.
"저는 당신의 은퇴코치 홉스라고 합니다." 그는 말했다. "임원퇴직패 키지의 일환으로 인사부에서 제공하는 은퇴생활 자문 서비스지요."
"계속해 보세요." 나는 말했다.
"엎드려 팔 굽혀 펴기 50회 실시!" 그는 소리치며 호루라기를 불었 다. 깜짝 놀란 내 코커스파니엘 애완견 에디는 깨갱하며 벽으로 돌진했 다. "군살이 붙어서 몸매가 엉망이 되면 인생의 황금기를 즐길 수 없습 니다!"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난 이제까지 쭉 몸매가 영 별로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걸 바꿔야 하는 거지? 하지만 한편 으로는 비록 내 커리어는 끝났지만 처음으로 인생에서 게으름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엎드려 팔 굽혀 펴기 4회를 실 시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갈아입기 실시!" 홉스는 명령했다. "친구 들을 사귀러 노인센터에 가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당황했다. 나 는 사람을 나이로 구분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게다가 난 내 친구들 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도대체 왜 그래야 합니까?" 나는 절대 따를 생각이 없다는 듯 반문했다. "난 여기 내 고향 펜들턴 Pendleton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페이스북이나 하려 했어요."
"바로 그게 당신 같은 사람들의 문제예요!" 홉스는 19인치나 되는 그의 목에 핏대가 서도록 소리쳤다. "세상과 단절되고 더 이상 성공을 위해 말쑥하게 면도를 하고 좋은 옷을 차려 입는 일도 없어지고 사람 들과 연락이 끊기고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은퇴 후 인생의 황금기는 외 로움과 절망의 메마른 툰드라로 변해버린다는 말이오!"
"홉스 씨" 나는 말했다. "만나고 싶지도 않고 나랑은 별로 상관도 없 고 어쩌면 다시는 안 볼 사람들과 의미 없고 형식적인 만남을 계속 가 진 게 내 회사생활의 대부분이었어요. 내가 왜 그런 생활을 다시 시작 하고 싶겠어요?"
"그 다음은 보스턴 미술관 Museum of Fine Arts 방문입니다." 그는 트레 이닝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봉을 꺼내 나를 쿡쿡 찌르며 큰 소리로 말 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 안내원으로 일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시 간을 조직적으로 활용합니다. 다음은 점심으로 건강식 샐러드를 먹습 니다. 그 후에는 낮잠을 자고 한 시간 동안 컴퓨터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산책을 하고 저녁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떤 활동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지역주민센터에서 주최하는 민속음악파티와 헤이라이드 hayride (*역 주: 트럭이 끄는 건초 더미 위에 올라타고 가는 놀이) 행사입니다." 홉스 는 약간 의욕적으로 대답했다. "그 다음에는 노후 자금 안전 투자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립니다. 일정이 빡빡합니다. 하루가 끝나고 셰리주 한 잔 마실 때쯤이면 지쳐 곯아 떨어질 겁니다."
"홉스 씨," 나는 목욕 가운 벨트를 좀 더 꽉 조여 매고 키는 다소 줄 었지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당신은 해고야."
"휴, 다행입니다." 홉스는 말했다. "저도 지쳤어요. 우리 같은 인사부 퇴직자들이 이런 일이라도 해야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 수 있다는 걸 모를 거예요."
번역 홍철진 indier99@gmail.com
※ 포춘 미국판의 유명 칼럼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 게재합니다. 유려한 비즈니스 영어 문장 속에서 알찬 경제 정보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