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태양전지 성능평가 우리 손으로 한다

에기硏·표준硏 협력연구 통해 1차 기준 태양전지 교정기술 국산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난 10 년간 태양광 발전 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100%의 성장세를 과시했으며 올해 시장규모는 500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전망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에 이르러 메모리, 시스템, 광소자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산업의 시장규모까지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국내기업들도 삼성, LG 등 다수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인 태양전지 사업에 적극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뢰성 있는 태양전지 성능 평가가 독자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국내 태양 광 관련 산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태양광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1차 기준 태양전지 교정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태양전지 성능 측정의 시금석

일반적으로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나 태양광 모듈의 출력, 효율 같은 성능은 반드시 국제규격으로 통용되는 표준시험조건에서 측정한 값으로 표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빛의 세기는 1㎾/㎡, 빛의 파장별 분포는 AM(에어매스) 1.5, 태양전지 온도는 25℃로 정해져 있다. 측정시험은 최대한 이 조건에 맞아야 하며 조건에서 벗어나면 그 만큼 보정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 공인된 시험기관이나 생산 현장에서 태양전지의 성능을 측정할 때는 자연 태양광 하에서 수행하지 않는다. 옥내에서 자연 태양광과 세기나 파장 분포가 매우 유사 한 솔 라 시뮬레이터(인공 태양광원)를 이용해 측정한다. 자연광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가 심해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지며 생산현장의 경우 실시간 측정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솔라 시뮬레이터는 보통 제논 램프, 할로겐 램프에 여러 종류의 광학 부품 등을 조합해 구성한다. 또한 일명 '1차 기 준 태양전지'를 사용해 방출되는 빛의 세기를 1㎾/㎡로 설정한다.

1차 기준 태양전지는 앞서 언급한 표준시험조건 하에서 생성되는 전류 값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전류 값이 나올 때까지 솔라 시뮬레이터의 빛 세기를 조절하면 된다. 이렇게 하고 나서야 실제 태양전지 시료를 놓고 성능 측정을 하는 것이다.


즉 1차 기준 태양전지는 일반 태양전지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비교기준으로서 고도의 정밀도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측정 결과의 신뢰성이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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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같은 1차 기준 태양전지의 교정기술, 다시 말해 정해진 전류 값이 나오도록 하는 기술이 없어 해외에서 교정한 제품을 사용하거나 성능이 공인된 다른 태양전지로 1차 기준 태양전지를 대체해 사용했었다. 그만큼 측정의 신뢰도가 낮았다는 얘기다.

99.5% 이상 측정 일치도 확보

에기연, 표준연 공동 연구팀이 1차 기준 태양전지 교정기술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솔 라 시뮬레이터의 절대복사도 측정 방법과 미분 분광 감응도 측정방식을 활용해 세계적인 측정 태양전지 교정 기관과 99.5% 이상의 측정 일치도를 보이는 교정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표준연 이 지닌 분광 복사 조도 교정용 표준 전구와 분광 감응도 교정용 실리콘 광다이오드 기준을 에기연의 솔라 시뮬레이터에 공급하여 측정한 결과, 독일 국가표준기관의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 것.

이동훈 표준연 광도센터 박사는 "태양전지 교정의 정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기준 태양전지를 포함한 측정 장치들의 위치 정렬과 사용된 측정 표준들의 교정 정밀도"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1차 기준 태양전지 교정시스템은 솔 라 시뮬레이터를 중심으로 여기서 나오는 전체 빛의 전체 세기와 파장별 분포를 측정하는 절대복사계 및 분광복사계, 태양 전지가 출력하는 단락 전류 측정기, 그리고 파장별빛에 대한 태양전지의 감응도를 측정하는 분광 응답 측정기로 구성된다.

측정의 정밀도 확보를 위해 분광복사계와 분광 응답 측정기는 최상위 측정표준을 이용해 사전에 교정해야 하는데 분광복사계는 분광복사조도 측정용 표준 전구, 분광 응답 측정기는 표준 광검출기를 사용해 교정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표준연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검증받은 분야다.

이 박사는 "이처럼 다수의 정밀 장치들이 요구되는 것은 기준 태양전지의 출력 전류신호를 표준시험 조건에서의 값으로 환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광복사계, 절대복사계, 분광 응답도 측정기 등은 환산을 위한 보정인자도출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어 "이번 성과는 국가 측정표준의 확립과 보급, 태양광을 연구하는 최고 기관들이 상호 협력해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팀은 향후 1차 기준 태양전지 교정기술을 바탕으로 국제규격으로 정해진 2차 기준 태양 전지를 표준 기준물로 개발, 국내 산업체와 시험기관에 보급·교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윤경훈에기연 태양광센터 박사는 "태양전지 성능평가 기술의 자립성을 확보해 국내 태양광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태양전지 기술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태양광 산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 평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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