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홈메이드 주사전자 현미경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DIY 프로젝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엔지니어 벤 크라스노우는 항상 이상한 기계를 만들어온 괴짜 발명가다. 에어컨으로 액체질소 발생장치를 만들기도, 소화기를 이용해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시원하게 냉각시켜주는 자칭 '갈증 해소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빡센' DIY에 도전키로 결심했다. 물질의 미세구조를 원소 단위로 볼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이 그것이다. SEM은 실험실에서 쓰는 하이엔드급 모델의 가격이 25만 달러가 넘는 첨단 연구장비로 지금껏 누구도 DIY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의 도전정신을 한껏 일깨웠다.


DIY의 첫 단계는 공부로 시작됐다. 수주에 걸쳐 SEM과 관련한 복잡한 물리학 이론을 학습했다. 그리고 이베이에서 부속품들을 구입하고 창고를 뒤져 전력공급장치 제작에 필요한 부품들도 확보했다. 끝내 구하지 못한 부품은 직접 만들기도 했다.

SEM은 가느다란 전자 빔을 발사, 시료에 부딪혀 반사되는 전자들을 검출하여 영상화 하는 방식으로 시료를 분석한다. 이에 벤은 텅스텐 와이어로 전자 주사총을 제작, 전압을 가해 가열함으로써 다량의 전자가 방출되도록 했다.

바로 이 자유 전자들을 가는 구리 파이프를 통해 가속시켜 시료로 발사하게 된다. 초기 실험에서 벤은 전자 빔을 시료에 정확히 발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현미경을 감싼 유리 진공챔버 주변에 냉장고용 자석을 붙여 전자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탄생한 DIY SEM의 배율은 50배다. 1,000배 이상인 상용 SEM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미경 전문가들은 배율이 낮다고 벤의 발명품을 폄하하지 않는다. 캐나다 앨버타대학의 화학자 로버트 월코우 박사는 '환상적 걸작'이라 평가했고 엔지니어이자 한때 최초의 DIY SEM을 개발코자 했던 윌리엄 비티 박사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HOW IT WORKS
제작기간: 100시간
제작비용: 1,500달러

디스플레이


SEM은 시료의 표면에 전자 빔을 주사해 해당 시료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벤은 이러한 영상 구현을 위해 중고 오실로스코프를 구입했다.

관련기사



빔이 시료의 표면에서 움직이면 시료로부터 전자가 방출되는 모습이 바뀌는데 오실로스코프가 이런 물리적 데이터를 동영상으로 바꾸는 것. 다만 이 방식은 오실로스코프가 전자의 모습을 스캔할 시간이 15분의 1초 밖에 없다.

그런데 스캔 시간이 짧을수록 영상의 해상도는 자연히 낮아진다. 때문에 벤은 현 SEM의 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오실로스코프를 컴퓨터로 대체해 해상도와 배율을 높일 계획이다.

진공 냉각

전자 빔을 가늘게 유지하려면 모든 종류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자 빔 발사장치 전체가 투명 유리로 덮여있으며 유리 속은 2대의 진공펌프에 의해 진공상태로 유지된다.

벤은 진공펌프 중 1대가 과열 우려를 보이자 어항의 공기공급 펌프로 자동차 엔진 냉각수를 공급, 열을 낮췄다. 진공펌프의 열을 빼앗아 뜨거워진 냉각수는 개조한 벽걸이 에어컨을 통과하며 다시 차가워져서 펌프로 재공급된다.

복고풍 디자인

오실로스코프와 두 대의 전원공급장치는 마치 1960년대 우주개발에나 사용됐을 법한 모습이다. 벤은 이에 맞춰 SEM을 아예 복고풍 스타일로 만들었다.

전원장치와 동일한 색상의 받침대를 구해 부속물들을 올려놓았으며 회백색 면판(面板)을 구입한 뒤 크롬색 토글스위치와 적색 표시등, 손잡이, 계기 등 분위기에 어울리는 부품들을 부착했다.

THE H2WHOA CREDO: DIY는 위험할 수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발행 전에 모든 실험을 검토하지만 독자의 안전은 궁극적으로 독자의 책임이다. 항상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며,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