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캠핑도 럭셔리하게 즐겨볼까

[명품의 세계] 스노우피크


자동차나 캠핑카에 텐트와 취사도구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오토캠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 열풍이 거세지면서 용품 시장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캠퍼들 사이에서 '로망' 으로 통한다. 경기도 양평 캠핑장에서 1 박 2일을 보내며 2008년 국내에 들어온 스노우피크가 왜 캠핑 명품으로 통하는지 알아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일본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으로 향했다. 때마 침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취재요청에 스노우피크 측은 올해 2회째인 '경 기도 레포츠 페스티벌' 에 일부 장비를 지원한다며 직접 캠핑 문화를 체험해 보 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호젓했다. 일 때문에 떠난 길이지만 어쩐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번잡한 일상 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금요일 낮이었지만 남한강변에 맞붙은 강상체육공원에는 이미 텐트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스 노우피크 로고가 박힌 텐트가 눈에 들어왔다. 오토캠핑 최신 장비들이 향연을 펼치는 캠핑장에서 스노우피크는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캠핑장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캠퍼들의 로망 브랜드란 얘기다.

"스노우피크는 제품에 보증서를 첨부하지 않습니다. 메이커가 제품 품질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죠. 스노우피크는 제품 생산 과정에 하자가 있을 경우 기간에 제한 없이 모든 제품을 영구히 보증합니다"

1958년 일본에서 탄생한 스노우피크는 2008 년 11월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스노우피크는 현 재 전 세계 21개국에 법인이 있다. 1996년 일본 을 벗어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첫 해외 거 점인 스노우피크 USA를 설립했다. 이후 2007년 유럽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아웃도어 시장 이 발달한 독일에도 거점을 마련했다. 스노우피 크 제품은 현재 129개국에서 유통되고 있다. 아 직까진 브랜드 명성에 비해 매출은 작은 편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연간 1,000억 원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스노우피크는 한국에 서 선전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연 매출 약 100 억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스노우피크는 국내 시장이 약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경우 그중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자연에서 심신의 에너지를 재 충전하려는 캠핑족이 크게 늘면서 캠핑용품 시 장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캠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캠핑 인구는 1인당 국 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 때 급증합니다. 2009년 1,000억 원 안팎이던 캠핑용품 시장이 지난해 2,000억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캠퍼들은 왜 스노우피크에 열광할 까? 스노우피크 관계자를 만나기 전 가족단위 캠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역시 스노우피크 텐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캠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비는 침실과 거실로 활용할 수 있는 텐트다. 캠핑 경력 4년 차인 김문술 씨 는 자신을 스노우피크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그 가 설치한 텐트 '랜드록' 안을 살펴보니 일반 가 정집과 진배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스노우피크 장비 값만 대략 3,500 만 원 정도 될 겁니다. 편의성과 품질 때문에 구 입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돼버렸네요. 스노우 피크 제품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진가를 발 휘하죠. 더 가볍고 더 튼튼합니다. 방수기능도 다른 메이커 제품과 차이가 나지요. 결로현상이 생겨도 물이 떨어지지 않고 텐트를 타고 흘러내 립니다. 질 좋은 애프터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 는 스노우피크의 장점입니다."

캠핑 경력 6년 차인 박병희 씨는 스노우피크 제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노우피크가 오 토캠핑을 제안한 브랜드이다 보니 업계 표준이 되다시피 했어요.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모방하 고 있을 정도니까요. 가격이 비싸 부담스럽긴 하 지만 특별한 물건이라 정말 마음에 들어요. 특 히 원액션테이블(스노우피크가 자랑하는 명품 제품 중 하나로 한 번에 테이블을 접고 펼 수 있다)과 로우체어는 정말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문술 씨가 사용하고 있는 랜드록 텐트 가격은 208만 원이다. 가격이 비싼데도 인기가 높은 이 유가 있다. 엄격한 필드 테스트를 거친 뛰어난 품질과 사용하기 편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덕분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긴 일본은 극단적인 계절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스노우피크 제품은 여름은 시 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기상조건에서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지 엄격한 필드 테스트를 거친다. 이 필드 테스트는 짧으면 1년에서 길면 4~5년이 걸린다. 야마이 토오 루 사장 자신이 캠퍼이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검증하고 있다.

스노우피크가 만드는 모든 텐트에는 공통된 개발 콘셉트가 적용된다. 비바람에 강해야 하고, 내 구성이 높아야 하며, 설치와 철수가 쉬워야 한다. 스노우피크 텐트는 다른 텐트에 비해 높이를 최소 한으로 억제하고 실루엣을 둥글게 처리해 바람이 텐트 위를 지나가도록 설계됐다. 실내가 높은 텐트 는 일어선 채로 작업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편하다. 하지만 다양한 기상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자 연에서는 바람 때문에 프레임이 파손되거나 심하면 텐트가 무너지기도 한다. 스노우피크는 이를 막 기 위해 내구성이 뛰어난 초경량 두랄루민을 텐트 프레임으로 사용한다. 또한 프레임 교차점을 늘 려 내구성이 강한 프레임 구조를 완성했다.

이미 초가을에 접어들었지만 따가운 햇살이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타프(천막) 밑에 설치한 원액 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스노우피크 박일성 부장과 마주 앉았다. 자신도 캠퍼인 박 부장은 스노우 피크가 가진 제품 철학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스노우피크는 제품에 보증서를 첨부하지 않습니다. 메이커가 자사 제품 품질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죠. 스노우피크는 제품 생산 과 정에 하자가 있을 경우 기간에 제한 없이 모든 제품을 영구히 보증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스노우피크 장비 값만 대략 3,50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편의성과 품질 때문에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돼버렸네요. 스노우피크 제품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스노우피크 제품 가격은 타사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비용에 관계없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대신 영구적으로 제품을 보증한다면 고객들이 비용을 비싸게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가 가진 철학이다. 박 부장은 일례를 들었다. "올해 초 일본에서 대 규모 리콜이 있었습니다. LV095라는 폴딩리빙체어 세 개가 부러진 일 때문이었는데요. 문제는 의자 를 접는 경첩에 있었어요. 경첩 제조 과정에서 기포가 생긴 경우가 있었는데, 전체 제품 중 약 5%정 도로 추정됐습니다. 스노우피크는 이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고객들에겐 환불을 해줬어요. 이후 회사는 LV095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제품군에서 빼버렸습니다." 박 부장은 덧붙였다. "당시 야마이 토오루 사장은 '만약 고객이 현장에서 스노우피크 제품을 사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캠핑에 대한 추억은 악몽으로 바뀔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나는 용납할 수 없다' 라고 말했어요. 품 질로 커온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스노우피크는 야마이 유키오가 1958년 설립한 야마코 쇼지 상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철물 제 품을 수집해 파는 회사였다. 야마이 사장은 산을 좋아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아이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야마이 사장은 직접 아이젠을 만들어 사용했다. 지인들에게도 이 아이젠을 나눠줬는데 반 응이 좋았다. 이후 등산, 낚시 용품에 쓰이는 철제 제품을 조금씩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스노우피크가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캠핑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야마이 유키오 사장의 아들인 야 마이 토오루가 1986년 입사하고부터다. 당시 캠핑은 산에 가서 텐트를 치고 버너와 코펠로 식사를 해결하는 게 전부였다. 야마이 토오루는 오토캠핑을 최초로 개척했다. 텐트에 거실로 사용할 수 있 는 공간을 만들고, 코펠과 버너도 가장 작게 수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박 부장은 말한다. "1986년 스노우피크가 최초로 내놓은 텐트 가격은 26만 엔이었습니다. 당시 사 회 초년생 월급이 8만~9만 엔 정도 할 때였어 요. 당연히 많이 팔지 못했죠. 세상에 나온 텐트 중 가장 튼튼하고 좋은 텐트를 만들자는 생각 으로 만들었지만, 일반인이 바라보기엔 터무니 없이 비싼 텐트였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성공 이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오토캠핑 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 스노우피크는 이미 업계 최고 제품으로 통하고 있었다.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 도 아웃도어 마니아 사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 으며 업계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스노우피크는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고객과 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 해 1997년 스노우피크 웨이를 개최하기 시작했 다. 스노우피크 사용자와 직접 만나 제품에 대 한 정보와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한국에선 2010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이 행 사가 진행됐다.

박 부장은 말한다. "다른 브랜드에서 스노우 피크 제품과 함께 쓸 수 있는 규격의 제품을 내 놓을 정도입니다. 타업체가 스노우피크를 그대 로 모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죠. 하지 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객 인식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행사에 참여해 제품을 비교해 보면 금방 차이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스노우피크는 2000년 일본에서 보호 동맹 The Conservation Alliance이 설립되자 이 단체에 바 로 가입해 수익의 일부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 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 World Wide Fund for Nature에도 법인회원으로 가입해 지원하고 있다. 박 부장은 스노우피크가 가진 또 다른 철학을 들려줬다. "스노우피크는 제품이 망가졌다고 해 서 버릴 게 아니라 제품을 수리해서 쓰기를 권장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쓰는 물건에 애착을 가지 고 계속 사용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자원을 아끼 자는 취지가 반영되어 있어요."

"캠핑 인구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 때 급증합니다. 2009년 1,000억 원 안팎이던 캠핑용품 시장이 지난해 2,000억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노우피크는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 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부장 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액션테이블을 손가락 으로 튕기며 말했다. "스노우피크는 2006년부 터 모든 제품의 상판 소재를 대나무로 교체했 어요. 대나무는 3~5년 만에 목재로 쓸 수 있을 만큼 성장이 빠릅니다. 대나무가 잘 자라기 위 해서는 정기적으로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스노우피크는 바로 그 솎아낸 간벌재를 소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되죠."

화롯대에서도 자연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스노우피크 개발진은 어느 날 강가 곳곳 에 남아 있던 불에 탄 흔적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 후 스노우피크는 지표의 손상을 줄 일 수 있는 화롯대 개발에 착수했다. 화로에서 나오는 열기를 차단해 흙 속에 있는 미생물과 작은 곤충을 보호하는 것이 개발 콘셉트였다. 이렇게 해서 1996년 화로 전용 장비가 탄생했 다. 올해에는 지표면으로부터 화로를 더 멀리 떨 어뜨리기 위한 스탠드도 개발했다.

휴대용 젓가락 역시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을 담은 제품이다. 1996년 처음 개발한 휴대용 젓가락은 스테인리스 파이프에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수납해 휴대할 수 있다. 일회용 젓가 락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젓가락을 휴대해 환 경을 보호하자는 생각에서 개발됐다. 이 제품 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2003년 미국 백패 커지에 우수 장비로 소개되기도 했다. 내셔널지 오그래픽 어드벤처 매거진도 2007년 우수 장 비로 이 젓가락을 선정했다.

박일성 부장은 캠핑 장비도 중요하지만 누구 와 함께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이 우선인 가장이 캠핑을 와서 가족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을 벗어나 가족과 함께 느끼는 여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 움입니다. 여유가 없다면 캠핑을 떠나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마음 먹고 캠핑을 나오면 거기서 또 다 른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캠핑 붐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서천범 소장은 캠핑 시장이 커진 이 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가족 여행객이 웰빙과 레저 문화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겁니다. '1박2일' 등 캠핑 TV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캠핑 동호회나 가족단위 캠핑객이 크 게 늘어나기도 했죠. 정비를 잘한 캠핑장이 늘고 용품이 기술적으로 발전해 누구나 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펜션이나 콘도가 아닌 텐트에서 자면서 자연을 느끼려는 트렌드의 변화가 두 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요."

어느덧 해가 지고 그 자리엔 별이 빛나고 있었다. 마른 장작을 꺼내 모닥불을 피웠다. 고기를 굽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소주잔도 기울였다. 감자와 고구마를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 숯이 돼가는 모닥불 에 던져 넣었다. 모닥불 주변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바빠서, 아이들 뒷바라지에 힘겨워서, 공부에 치여서 그동안 대화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핑장에선 사람들이 서로 끝없 는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술 한 잔에 취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취했다. 누군가 "캠핑장에선 즐겁 게 먹고 마시면 됩니다" 라며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를 권했다. 앞뒤 재며 팍팍한 생활에 길들여진 몸 안으로 자연을 닮은 진한 커피 한 잔이 들어왔다.

짧은 1박2일의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캠핑은 자연 속에 몸을 맡겨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뭐 별건가. 거대한 자연 속에 웅크 린 텐트 속에서 행복은 영글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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