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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톤을 들어 올리는 해상 크레인

사회 초년병 시절 석유시추선 설계자였던 존 카차투리안은 현재 시추선 해체 전문가가 됐다

석유시추선은 24m 높이의 파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때문에 2004년 허리케 인 아이반이 미국 남부를 강타하기 전에는 멕시코만에 세워진 수천 개의 노후 석유시추선들이 허리케인에 의해 쓰러질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이반은 30m의 파도를 몰고 왔고 2005년의 카트리나와 리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7년간 멕시코만을 덮친 초강력 허리케인들은 200개가 넘는 시추선을 붕괴시켰다.

1970년대 말 당시 석유시추선 설계자였던 존 카차투리안은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예견했다.

"시추선 설계 원칙은 매우 간단해요. 폭을 넓게 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높게 만들어 파도가 갑판에 들이치지 않게 해야 하죠. 갑판에 물이 차면 플랫폼이 즉시 휘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에 업계의 내파성(耐波性) 기준은 적절치 않았어요."


그때에도 시추선 설계자들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허리케인도 견딜 수 있는 설계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허리 케인의 규모가 공식 기록된 지 60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100년 만에 찾아올 수 있다는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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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카차투리안은 시추선 설계 일을 그만두고 시추선의 이동 방법 연구에 매진했고 철제 빔을 사용해 시추선 전체를 특정장소에서 들어 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1981년 그의 나이 26세 때 시추선 설치 전문기업 버사바를 설립했다. 이후 20년간 50개의 특허를 획득하며 버사바를 직원 7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부서진 시추선을 해체, 육상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석유시추선의 수명은 보통 25년 이하인데 미국 영해 내의 모든 시추선은 가동 불능 상태가 되거나 원유 시추가 끝나면 5년 내 철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폐기된 시추선들은 쉽게 뽑아내 가져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그래서 신속한 회수를 원하는 해양에너지관리부(BOEM)와 달리 석유시추회사는 가급적 오래 방치해두죠."

그가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시추선의 회수와 처리는 단순히 큰돈이 드는 일을 넘어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기존의 데릭 크레인으로 철거를 하려면 잠수부들이 수심 150m까지 들어가 시추선을 여러 토막으로 분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 잠수시간 이상 작업을 하거나 잘라낸 시추선 토막이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쓰러지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심지어 거대한 쥐가 오리의 공격을 받아 불구가 된 잠수부도 있었다.

게다가 이 같은 방식의 해체작업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카차투리안이 VB 10000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2×91m 크기의 바지선 두 척 위에 25층 높이의 아치형 트러스를 올린 이 해상크레인은 단 하루만에 시추선 철거가 가능하다. 비용도 기존의 25%면 된다. 이렇게 작년 한 해 동안 VB 10000은 30개의 시추선과 70여개의 시추 설비를 회수했으며 처리를 의뢰받은 해저에 침몰된 시추선도 25개나 된다.

"현재 멕시코만 해역에는 7,000여개의 석유시추선이 가동 중입니다. 이들은 언젠가 모두 퇴역해야 하는 우리의 잠재고객이에요. 허리케인이 먼저냐, 저희가 먼저냐의 싸움인 거죠."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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