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의 대변혁을 초래할 빛보다 빠른 입자의 존재 여부 규명부터 나로호 3차 발사까지 올해 주목해야 할 국내외 핫이슈들을 소개한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박소란 기자 psr@sed.co.kr
Ⅰ빛보다 빠른 입자의 진실
작년 9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빛보다 빠른 입자의 진실 검증이 올해 완료된 다. 당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거대강 입자가속기(LHC)에서 이탈리아 그란사소 실험실까지 중성미자(neutrino)를 발사한 결과, 빛보다 60.7(±6.9) 나노초(㎱) 빨리 도착했다고 발표 했다.
이후 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외부 전문가들의 코멘트들을 참조해 실험을 면밀히 검증하고, 실험에서 사용한 중성미자 1만6,111개 중 1 만5,223개의 클린이벤트(clean event)만을 선별· 분석함으로써 일부 오류를 바로 잡아 중성미자가 빛보다 57.8(±7.8)㎱ 빨리 도착했다고 발표결과를 수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중성미자가 빛보다 10만분의 2.37배 빠르다는 의미로서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그리고 이는 현대물리학의 일대 변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11월 CERN의 중성미자관측 프로젝트 인 오페라(OPERA)팀은 추가 보완실험에서도 중성미자가 62.1(±3.7)㎱ 빠르게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9월 발표된 논문의 통계적 분석 방법에 대한 의구심 제거를 위해 특별히 만든 시간폭이 3나노초 정도로 매우 짧은 양성자 빔을 사용했음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CERN과 학계는 CERN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돼야만 이를 확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의 미노스(MINOS)와 일본 T2K 연구팀이 관련실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내 그 결과가 나온다. 오페라 실험의 한국팀 대표인 경상대 고에너지물리연구팀 윤천실 박사는 "미노스와 T2K에서 오페라 실험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게 거의 확실해진다"며 "T2K는 측정거리나 중성미자 에너지가 오페라 때와 달라 신뢰성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덧붙여 CERN의 오페라 팀도 재실험을 준비 중에 있다. 윤 박사에 의하면 정확한 시기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재실험에서는 저항판 검출기(RPC) 등 정확도가 더 높은 검출기를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테러리스트
NASA는 지구근접물체(NEO) 중 크기 150m 이상, 지구접근거리 748만㎞ 이내의 NEO를 잠재위험소행성(PHA)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Ⅱ소행성 지구 접근, 충돌 위험은?
이달 16일 크기가 710m~1.6㎞의 소행성 '2009 AV'가 지구로 다가온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구접근거리가 44.9LD, 즉 1,724만1,600㎞나 되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1월 31일 37년만에 지구에 가장 근접해서 지나간 크기 13㎞의 소행성 '에로스 (Eros)'보다는 가까운 거리인 만큼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는 다시 한번 황홀한 우주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은 그렇지만 다음에 찾아올 소행성들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지나칠까. 그것은 장담키 어려운 문제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와 이동궤도가 겹치는 직경 1,600㎞급 소행성 중 3분의 1이 지구와 충돌할 개연성이 있다. 위험주기는 약 30만년에 한번 꼴이다.
실제로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길이 50m의 소행성이 지구 상층대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져 주변지역을 폐허로 만든 적이 있으며 1989년 3월에는 지구가 6시간 전에 지나친 지점을 직경 1㎞의 소행성이 통과하기도 했다.
만일 이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다면 핵폭탄 1,000발에 해당하는 타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위시한 많은 우주 항공기관들이 '지구근접물체(NEO)'의 발견과 감시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파악한 NEO 중 위험도가 높은 잠재위험소행성(PHA)으로 분류된 것만 1,281개나 된다.
현재 가장 위험도가 높은 NEO는 직경 130m의 '2009 FD'로 2185년 3월 29일 지구 충돌 확률이 556분의 1이다.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하나. 28년 뒤인 2040년 2월 5일에는 충돌 확률 625분의 1인 직경 140m의 '2011 AG5'가 지구로 다가온다. 2048년 6월 3일 조우하게 될 직경 130m의 '2007 VK184' 또한 충돌 확률이 1,820분의 1로 매우 높다. 세 NEO 모두 지구 멸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시 하나쯤은 가뿐하게 날릴 수 있는 크기다.
그러면 지금 당장 지하벙커라도 파야할까.
물론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 문홍규 박사는 수치 자체에 너무 놀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문 박사는 "충돌 확률이 높은 NEO 대다수는 근래에 발견된 것으로 충분한 관측이 이뤄지지 못해 오차범위가 매우 크다"며 "천문학계는 존재가 파악된 8,500여개의 NEO 중 100년 내 지구와 충돌할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박사는 또 "오는 2036년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우려를 낳았던 270m 크기의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의 경우도 처음 충돌 확률은 450분의 1이었지만 관측데이터가 쌓이면서 현재는 약 13만5,000분의 1로 크게 낮아진 것이 그 실례"라고 덧붙였다.
LD (Lunar Distance) - 행성, 항성 등의 거리 측정 단위로 지구와 달의 거리를 의미한다. LD 외에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뜻하는 AU라는 단위도 있다. 1LD는 약 38만4,000㎞, 1AU는 약 1억5,000만㎞다.
나로호 3차 발사에서는 과학기술위성 2호가 아닌 100㎏급 나로과학위성이 탑재된다.
Ⅲ나로호 삼고초려
두 차례의 발사 실패라는 시련을 겪은 나로호가 올해 마지막 3차 발사를 시도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와 나로호의 2차 발사 실패 원인에 분석을 마치고 개선·보완조치를 적용한 뒤 1단 발사체 제작 점검 및 이송 등의 준비를 거쳐 올해 10월 내 3차 발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측이 맡은 1단 로켓은 이미 제작에 착수됐으며 항우연은 2단의 제작을 4월쯤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나로호 1·2차 발사를 통해 발사체 상단 기술 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3차 발사에 모든 역량을 결집,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나로호는 2단부 비행종단시스템(FTS)의 화약장치를 제거하고 고전압 기폭 장치가 저전압으로 변경되며 페어링 분리용 고전압 장치도 저전압 장치로 바뀔 예정이다.
또한 3차 발사에서는 1·2차 발사 때와 달리 과학기술위성 2호가 아닌 100㎏급 나로과학위성이 탑재된다.
나로과학위성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KAIST 인공위성센터 강경인 실장은 "현재 위 성 제작을 완료하고 이달 내 진동, 환경시험 등 성능평가를 마칠 예정"이라며 "나노호 발사가 성공하면 지구 1,500㎞ 상공에서 1년간 우주방 사선량 측정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신(神)과의 만남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발견에 주력하고 있는 CERN의 아틀라스팀.
Ⅳ신의 입자 수수께끼
신의 입자는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올해 과학계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 규명이다.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처음 주창한 이래 줄곧 학자들의 애를 태워왔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표준모형 이론에서는 우주가 17개 기본 입자로 구성돼 있다고 보는데, 오직 힉스 입자만이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 게다가 힉스 입자는 나머지 16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주체로 추정돼 질량의 기원과 우주생성의 비밀을 밝힐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바로 이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가 올해 최종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LHC를 활용, 힉스 입자를 찾아온 CERN 연구팀에 의해 힉스 입자 존재 가능 영역, 다시 말해 수색해야 할 구간이 질량 기준 115~135GeV(기가전자볼트)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는 CERN의 아틀라스(ATLAS)와 CMS 연구팀이 약 95%의 신뢰도로 각각 116~130GeV와 115~127GeV 영역에서 힉스 입자의 붕괴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올 여름까지 추가적인 실험을 실시한 뒤 10월경 신뢰도 100% 수준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올해 내에는 힉스 입자에 얽힌 오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혹여 발견에 실패한다면? 최기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그때는 표준모형에 치명적 결함이 입증돼 기존 입자 물리학 법칙의 패러다임이 무너진다"며 "물리학계는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복합의 논란
정부 출연연 통합과 관련해 ETRI의 제외와 법인격 해체 문제가 논란을 사고 있다.
Ⅴ정부출연연구기관 단일법인화
국내 과학기술계로 국한하자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거버넌스 개편이 올해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작년 12월 14일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중 19개 기관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가연구개발원(가칭)'으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빠르면 올 상반기 실행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 현재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로 양분돼 운영되고 있는 27개 출연연 중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19개가 국가연구개발원으로 이관된다. 나머지 8개 출연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생산기술연구원은 지식경제부, 한국 식품연구원·김치연구소는 농림부 직할로 남게 되며 기초연구 성격이 강한 한국천문연구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교육과학기술부 기초 과학연구원 부설기관이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연구개발원 밑으로 들어가는 29개 출연연의 경우 법인격 자체가 해체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부처간 칸막이식 연구 개발사업 수행에 의한 예산낭비를 해결하고 출연연 간의 융·복합 연구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올 2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 뒤 6월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일선 과학기술계 현장에서 적잖은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연구노조 등은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 자체는 찬성하지만 법인격 해체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각각의 연구소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와 연구문화가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 한 우려다.
원자력연구원과 항우연 역시 법인격 해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원자력과 항공우주는 중복연구 분야가 없는데다 그간의 브랜드 경쟁력에 타격을 받으면 국제 경쟁력 저하라는 부정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덧붙여 ETRI의 지경부 잔류도 핵심 논쟁 사안이다. ETRI는 27개 출연연 중 예산비중 15.3%, 인력 비중 18%의 거대 기관이라는 점에서 ETRI의 잔류는 당초 통합의 취지를 상실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개편의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서도 이 점을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IT를 중심으로 한 융합기술의 중심축을 담당해야할 ETRI가 배제된 것은 반쪽짜리 통합안"이라며 "출연연 간의 벽을 허무는 것이 융합연구의 단초가 아니라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