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에너지 혁신이 미래다 3

ENERGY INNOVATION

에너지는 국가와 산업 발전의 최밑단 원동력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미래성장동력을 가졌어도 충분하고 원활한 에너지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마치 휘발유 없는 슈퍼카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이 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는 현재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토로 에너지 혁신에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MEMBRANE ELECTROLYTE ASSEMBLY
7 연료전지 MEA
연료전지의 심장 막 전극 접합체

연료전지는 차세대 녹색산업의 중심이다. 수소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물 이외에 어떤 유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데다 효율성, 소음 등의 측면에서 기존 내연기관 대비 월등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적용 가능한 폭넓은 활용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의 녹색혁신을 주도할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작년 약 6억7,000만 달러에서 2017년 280억 달러로 수직 상승이 예견되고 있으며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주목할 만한 성과가 도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이 국내 최초로 연료전지의 심장이라 불리는 '막 전극 접합체(MEA)'의 양산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

양태현 단장은 "MEA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의 실질적인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 전기가 만들어지는 부분"이라며 "공정 자체가 극비로 취급되고 있을 만큼 3M, 듀폰, W.L. 고어 등 소수 거대기업만이 양산기술을 확보한 첨단기술 분야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번 양 단장 연구팀의 MEA는 차량용•가정용•발전용 등 모든 종류의 연료전지에 쓰일 수 있는 것으로서 50㎾급 연료전지 스택 모듈에 적용한 결과, 현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제품과 동등한 성능을 나타냈다. 내구성의 경우 20% 가량 더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양 단장은 "스택에 사용한 수백 장의 MEA 중 몇 개만 성능이 떨어져도 전체 출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무려 320여장의 MEA로 만든 스택 모듈의 실험결과이기 때문에 양산공정의 품질 균일성과 MEA 성능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 단장은 이어 "현재 단위면적 1㎠당 1.2암페어(A) 이상의 전력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태현 단장 연구팀의 양산화 기술을 적용한 국산 MEA로 제작된 연료전지 스택 모듈



연구과정에서의 최대 난제는 MEA 전극필름의 박막 코팅. 막 위에 촉매 전극을 코팅한 형태인 MEA는 고가의 백금이 주성분인 촉매가 필름에 얼마나 얇고 균일하게 코팅되는지에 따라 경제성과 성능이 결정되는데 양 단장이 "그토록 애를 먹을지 몰랐다"고 토로할 만큼 촉매 구성물질들은 잘 섞이지도, 퍼지지도, 코팅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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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구팀은 3년여의 연구 끝에 결국 촉매 파우더와 바인더를 혼합해 잉크 형태로 만드는 촉매 슬러리 균질화 기술, 이 촉매를 약 10㎛ 두께로 코팅하는 박막 균일 코팅 기술을 독자 개발하며 고성능 MEA 양산공정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코팅된 필름을 전해질 막에 옮기는 전사(轉寫) 기술에 있어서도 전사 압력과 공정시간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단축시키며 효율성과 경제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양 단장은 "차량용•건물용 중대형 연료전지시스템을 중심으로 실제 산업화에 요구되는 내구성과 경제성 달성을 위한 후속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3년 정도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STEAM METHANE REFORMER
8 수소 생산용 개질기
화석연료로 친환경 수소 만드는 마법사

수소는 포스트 화석연료 시대를 이끌 미래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다. 세계 각국은 2015년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를 전후해 이른바 수소경제시대로의 이양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초기 수소경제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과 수소연료전지차를 위한 중소형 수소생산시스템, 특히 천연가스 증기 개질(SMR) 공정용 개질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수소 생산은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것이 친환경에너지, 무한에너지라는 수소 본연의 가치를 살릴 이상적 방법이다. 하지만 SMR이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수소 제조공정이라는 점에서 최소 2020년까지 연료용 수소 생산을 생산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SMR의 핵심인 개질기의 개발은 수소경제 연착륙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윤왕래 박사팀은 명실공이 이 분야의 국내 최강 연구팀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개질기 국산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연구에 주력, 국내 최초로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에 채용된 1㎾급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용 개질기의 개발에 성공한 것.

윤 박사는 "개질기의 성능을 판단하는 척도는 열효율과 크기"라며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열효율 80%, 크기 13ℓ로서 세계 최강의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연구원들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1㎾급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용 개질기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과제는 내구성의 확보다. 개발시기가 3~5년 앞선 일본 기업들은 성능과 내구성이 모두 검증된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정운호 박사는 "현재 현대하이스코에 기술이전을 완료,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 모니터링 및 그린홈 보급 사업을 활용한 장기 운전 안정성 검증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박사팀은 1㎾급 개질기를 모태로 이미 3㎾와 5㎾급 모델의 국산화에도 성공한 상태다. 정 박사는 "50㎾급 PEMFC용 개질기의 개발을 최종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며 "일단 올해 말까지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10㎾급 모델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수소연료전지차를 위한 수소충전소용 SMR 개질기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06년 에기연 내에 설치된 시간당 수소생산량 20N㎥의 수소충전소에 자체 개발한 개질기를 탑재, 운용 중에 있는 것.

정 박사는 "수소충전소용 개질기는 상대적으로 크기보다는 가격이 중요하다"며 "설계•운용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 향후 2~3년이면 국내 수소충전소를 상대로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이어 "전체 SMR 방식 수소생산시스템에서 개질기의 가격 비중이 약 30%를 차지한다"며 "전 세계 연료용 수소 수요가 2010년 775톤에서 2015년 5만5,000톤, 2020년 41만8,000톤으로 폭증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개질기의 국산화는 국가 에너지 혁신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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