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 연료 화재를 잡으려면 어림잡아 1만ℓ에 달하는 포말 소화제를 뿌려야 한다. 또 제트 연료 화염은 최대 1,400℃에 이를 만큼 뜨겁다.
이런 상황에서 기내의 승객들은 화재 발생 후 3분이면 화염과 연기 질식으로 쓰러진다.
때문에 공항의 항공기구조·소방대(ARFF)용 소방차는 화재현장에 1초라도 빠르게 도착해 대량의 소화제를 신속히 살포해야만 한다.
탁월한 가속성능과 대규모 탑재성능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오시코시의 '스트라이커(Striker)'는 이 점에서 2001년 첫 모델이 출시된 이래 업계를 선도하는 ARFF용 소방차가 됐다. 2010년에는 출시 9년 만에 최초로 디자인과 제어장치를 한층 개선한 2세대 모델이 나왔다. 현재 3종의 라인업을 갖춘 스트라이커는 대당 가격이 60~80만 달러에 달하지만 백악관과 거의 모든 미 공군기지, 200개소 이상의 민간공항에서 운용되고 있다.
거구의 스프린터
미 화재방지협회(NFPA)는 중량 40톤급 ARFF용 소방차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80㎞ 도달 시간을 1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중량 44톤의 '스트라이커 3000'의 시속 80㎞ 도달시간은 단 35초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불필요한 부품을 제거하고 나머지 부품들도 경량화시킴으로써 1세대 모델 대비 910㎏를 감량했다.
스노즐
동체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관들의 내부 진입이 불가할 경우에 대비 스트라이커 3000에는 '스노즐(Snozzle)'이라는 특수장치가 구비돼 있다. 소방요원은 이 노즐의 뾰족한 창으로 동체에 구멍을 뚫고, 내부에 직접 포말 소화제나 건식 화학 소화약재를 분사할 수 있다. 피부를 뚫고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기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길이 1.4m의 스노즐은 20m짜리 접이식 철제 암(arm) 끝에 부착돼 있는데 승객 탈출용 슬라이드 위에서 1분당 950ℓ의 물을 우산모양으로 뿜어내 승객을 화염에서 보호할 수도 있다.
5명 vs 1명
스트라이커 3000에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항공기 화재진압 교육을 이수한 소방관 5명이 탈 수 있다. 하지만 제작사는 다수의 직원을 보유하기 어려운 중소 공항들을 위해 단 한 사람만으로도 차량 전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별도의 조종간을 활용, 범퍼와 지붕에 설치된 소화제 분사 노즐의 통제가 가능하며 분사할 소화제의 종류도 스위치 하나로 전환할 수 있다. 소화제 분사거리는 최대 90m며 분사속도는 1분당 최대 1만ℓ에 이른다.
포말 소화제
스트라이크 3000은 물 1만1,356ℓ와 안정제·용매 등의 화학약품이 첨가된 포말 약재 1,590ℓ를 탑재할 수 있다. 소방관이 화염에 분사할 소화제의 농도를 선택하면 전자유량계가 그에 맞춰 물과 포말약재를 적정 비율로 혼합한다. 포말 소화제는 연소물에 피막을 형성, 산소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발화를 막는다.
건식 화학약재
포말 소화제로 진압이 어렵다면 건식 화학약재인 탄산수소칼륨(KHCO3)이 동원된다. 최대 500㎏의 탑재가 가능하며 포말 소화제가 노즐에서 발사되기 직전 추가로 혼합된다. 이 물질은 연소에 필요한 산화반응을 막아준다.
소방호스 선반
소방관들의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해 스트라이커 3000에는 두 개의 크로스레이(crosslay)가 마련돼 있다. 이는 소화제 저장탱크와 미리 연결된 소방호스를 놓아두는 일종의 선반으로 90m 길이의 호스가 다 펴지면 자동적으로 소화제 발사가 이뤄진다.
적외선 카메라
지붕의 적외선 열 영상 카메라가 화재현장의 실시간 영상을 조종실의 디스플레이로 송신한다. 소방관은 이 영상을 통해 육안으로는 파악이 어려운 화재의 중심지역을 찾아 진압 작업을 집중할 수 있다. 짙은 안개 등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악천후 속에서 출동할 때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도 있다.
차체 하단 노즐
불붙은 제트연료가 활주로에 흐를 경우 자칫 진압 중이던 소방관들이 불 속에 갇힐 수 있다. 이때는 차체 하부에 채용된 6개의 분사노즐로 차량 주변에 소화제를 뿌려 화염을 차단할 수 있다.
동력 분배장치
700마력급 V8엔진은 차량의 구동에 더해 소화제 분사 노즐의 펌프에도 동력을 제공한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동력 분배기가 차축과 펌프에 필요한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 차량을 이동하면서 원활히 소화제를 분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