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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막을 수 있는 시점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현역 기후 과학자 중 98%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대기의 온도가 이미 상승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며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나있는 길 위에 서있다.

앞으로 대기온도가 얼마나 더 올라가면 최악의 상황과 직면하는 일을 돌이킬 수 없게 될까.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기후 민감도는 아직 논란의 소지가 큰 민감한 연구대상이며 최악의 상황이라는 표현도 연구자에 따라 정의가 다를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유엔(UN)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450ppm 이상이 돼서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했을 때를 그 시점으로 본다. 이날이 오면 인류는 전례가 없는 가뭄과 강력한 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한다.

더 나쁜 소식도 있다.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0.8℃ 이상 올랐다. 게다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임스 한센 박사 등 다수의 기후학자들은 450ppm 이하, 심지어 396ppm 이하에서도 기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믿을 만한 근거들을 갖고 있다.

위험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가까이 와 있다. 지구 평균기온은 앞으로 2℃ 이상 상승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인류가 지금 당장 모든 CO₂ 배출을 중단하더라도 21세기말이 되면 지금보다 대기 온도가 1.7℃ 더 높아 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전 인류가 지속적이고 투지 넘치는 노력을 기울여야 기온 상승률을 안전한 수준의 두 배 이하로 간신히 유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금세기 내에 5.5℃의 온도가 상승한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이상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2100년이 되면 해수면은 상승하고, 가뭄은 확산될 것이며 그로 인해 수백만을 넘는 동물과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한 준비 과정을 '기후적응' 혹은 '기후순응'이라 부른다.

기후 민감도 (climate sensitivity) -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증가량에 따른 대기의 온도 상승 정도.

✽ ✽ ✽
2009년 한 학회에서는 옥스퍼드대학, 틴들 기후변화연구센터,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기후변화센터의 연구자들이 모여 지구 기온이 4℃ 또는 그 이상 상승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한 적이 있다. 이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을 때 지구환경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과학적 조사를 펼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예측결과를 일부 살펴보면 이렇다. 이르면 2060년경 지구 평균기온이 4℃ 상승한다. 지구가 1,000만년 만에 가장 더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100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8m 상승, 해안지대에 살던 수억 명의 주민들이 이재민이 된다. 바다의 상당부분은 데드존으로 변할 것이며 빙하와 산호초 대부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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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서 친환경 저탄소 도시를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조성하고, 수자원 및 에너지시스템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이고, 국가와 세계의 긴급사태 대응력을 키우고, 과소비와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생활습관을 들인다면 그런 세상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몇몇 변화들은 우리의 기후 적응력으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우리는 실질적이고 실존적 위협, 즉 기후변화가 좀 더 탄력을 받으면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도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완화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머뭇거리면 후세들은 뜨겁고, 통제 불능인 지구에서 살아야 한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2300년 지구상의 육지 중 50%가 너무 더워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고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기후모델을 시뮬레이션한 시나리오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이 불가하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근거해 혹자는 그저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펼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왜 준비를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 과학이 가진 커다란 불확실성은 미래가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얼마나 더 위험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예상보다 나아질 확률보다는 악화될 확률이 높다. 확률 곡선의 기다란 꼬리 끝에는 작지만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확률이 거의 무한대에 수렴한다. 일례로 지구의 주요 대륙빙하 중 몇 개만 녹아도 수 세기 내에 해수면이 12m나 높아진다.

지금까지 열거한 전망들은 한 가지 결론으로 모아진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을 가급적 낮게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몇몇 변화는 이미 회피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중 하나를 선택하면 안 된다. 반드시 둘 모두를 해야 한다.

데드존 (dead zone) - 용존산소가 충분치 않아 생물이 살 수 없는 해역.

✽ ✽ ✽
적응이라는 말은 보통 특정 조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기 쉽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니까 연비가 좋은 차량을 구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온상승에 적응해야 할지, 지구 기온이 다시 안정될지는 아무도 모르며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모를 것이다. 인류가 적응해야할 대상은 특정 조건이 아니다. 불확실성 그 자체다.

우리는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해야 한다. 고속도로, 댐, 송전선, 철도, 세금 등 대다수 인프라는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뉴욕의 지하철 네트워크가 그 실례다. 뉴욕 시민들은 100년전 설계된 것을 아직도 이용하지만 향후 100년 뒤에는 맨해튼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 여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불확실하고 위험한 미래에 대비해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 이제부터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제시한 답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들의 해법은 실현 가능하다. 단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STORY BY David Roberts
ILLUSTRATION BY Nick Jacques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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