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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

Colony on MARS

지난해 미국의 민간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 X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는 20년 이내에 화성 식민지의 건설을 시작, 8만명 규모의 식민지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실제 착수된다면 인류의 생활 터전이 다른 행성으로 확장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이는 기업들이 화성을 '돈 되는 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가능할까. 그 길에는 어떤 장애물들이 있으며, 어떤 해결책들이 모색되고 있을까.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화성 거주 프로그램

재사용이 가능한 최초의 민간우주선 '드래곤호'를 개발, 작년 5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역사적 도킹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 그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놀라게 할 발언을 하나 추가했다.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20년 내로 건설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달과 화성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거주지를 건설한다거나 영구적인 이주를 위한 식민지 건설 계획은 이곳저곳에서 심심하면 나오는 스토리였다. 하지만 그런 발표의 대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막연한 상상력의 발로였다.

하지만 스페이스X라면 다소 얘기가 달라진다. 드래곤호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현존하는 민간우주기업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또한 앨론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제조기업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X 등을 운영하며 그동안 이뤄낸 성공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세간의 주목을 끌기 위한 단순한 이벤트로 보이지 않는다.

스페이스X '화성 거주 프로그램(Mars settlement program)'의 핵심 골자는 21세기말까지 약 8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액체산소와 메탄(CH₄)을 연료로 사용하는 재사용 가능한 대형 우주선을 개발할 것이며 화성 이주선의 탑승료는 1인당 약 50만 달러로 예상했다. 그리고 1차로 10명 미만의 소수 인원을 화성으로 보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거주구역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식민지를 건설하려면 화성 대기의 질소(N₂)와 이산화탄소(CO₂), 화성 표면의 얼음을 이용해 비료, 메탄, 산소(O₂)를 생산해 낼 장비들이 필요하다며 전체 투자비용은 약 36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때문에 화성 거주 프로그램을 완성하려면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60억 달러는 한화로 38조6,5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그는 이것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25~0.5%에 불과한 만큼 정부와 기업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말했다. 여기에 8만명에게 받을 우주선 표값이 400억 달러이니 결코 허황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직 달기지조차 세우지 못한 현실을 떠올리면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윤 추구를 지향하는 기업가의 입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이제 화성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식민지 건설의 최적 후보지

과거부터 화성은 우주 식민지 건설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 후보지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우선 화성의 하루, 즉 자전 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24시간 39분이다. 표면 넓이도 비슷하다. 화성의 표면은 지구 표면의 28.4%에 불과하지만 바다를 제외한 지구의 육지 면적과 비교하면 조금 작은 수준이다. 면적만 보면 지금 당장 인류 전체가 이주해서 살아도 수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이 23.44도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화성 자전축은 25.19도 기울어져 있다. 그래서 화성에도 사계절이 있다. 대기가 없는 달과 달리 화성은 대기가 존재한다. 지구의 0.7% 정도로 매우 희박하며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지만 아예 없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대기가 생명체에 유해한 우주선(宇宙線)을 일부 막아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의 화성탐사를 통해 화성에서 얼음의 존재가 확인됐다. 얼음을 녹이면 물이 되고, 물을 전기분해하면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H₂)와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성의 지표면 기압은 지구 34㎞ 상공과 유사하며 평균기온은 영하 60도로 지구의 극지와 비슷하다. 즉 화성은 지구의 생명체가 '어떻게든' 살 수는 있는 환경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화성은 지구와 장 가까운 행성이라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적지 않다. 지구와 가까울수록 인적·물적 왕래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모든 점을 근거로 우주 이민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이 화성을 최적의 후보지로 택했던 것이다. 일례로 1969년 닐 암스트롱과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은 3쌍의 부부로 화성 탐사팀을 파견, 이들이 닦은 기반으로 5년 내 이민자를 30명 이상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2030년까지 화성에 영구 정착할 4명의 선발대를 보내자는 내용의 '100년 우주선(100 Year Starship)' 계획을 지난 2010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인간이 화성으로 가려면 무수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화성은 지구에 비해 우주선과 방사선이 세고, 중력과 광량은 낮다. 지구와 물리적으로 단절돼 있어 실시간 소통도 불가하다. 화성에서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려면 극초단파를 이용해도 14분 가까이 걸린다.

특히 화성까지의 직선거리는 2억4,800만㎞지만 지구와 화성 모두 자전과 공전을 하고, 추진기술 등의 이유로 화성 이주선은 직선 루트 비행을 할 수 없다. 작년 8월 6일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큐리오시티 로봇의 경우 8개월간 5억6,700만㎞를 날아갔다. 과연 인간이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밀폐공간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식량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완화시킬 방안을 반드시 확보해야한다는 얘기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가. 이 난제들 중 상당수는 어느 정도 해답이 도출돼 있다. 첫 번째로 화성 이주선과 그 추진기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며 실용화도 다수 이뤄져 있다. 실제로 화성 이주선은 탑승인원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식량과 물, 공기를 대량으로 실어야해 기존 로켓 엔진으로는 감당키 어려울 만큼 크기와 중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성 이주에는 새로운 추진기관이 필요하다. NASA를 포함한 우주항공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추진기관으로 '극저온 추진제 저장·이송(CPST)', '이온추진시스템', '가변 비추력 자기플라즈마 로켓(VASIMR)'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CPST는 상온에서는 기체지만 빙점 이하에서 응축, 연소성이 강한 액체로 변하는 극저온 추진제를 사용한 추진 기관을 뜻한다.


기존 화학연료 추진제에 비해 효율이 뛰어나 추진제 저장공간을 줄일 수 있어 비행거리와 탑재중량이 많은 임무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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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추진시스템은 화학연료의 연소가스 대신 이온, 즉 대전된 원자나 분자를 방출함으로서 추진력을 얻는 메커니즘이다. 화학연료가 아닌 전기로 추진되는 만큼 연료의 질량 대비 추진력이 매우 크다. 다만 추력 자체가 강하지 않아 우주선을 궤도로 올려놓는 역할은 하기 어려우며 우주공간에서 추진하는 용도로만 적합하다.

VASHIMR의 경우 원자로나 태양에너지 발전기처럼 장기간 작동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 전력으로 수소 기체를 플라즈마로 변환하여 엔진 밖으로 뿜어내면서 추력을 얻는 구조다. 이론상 초속 54㎞의 속도를 낼 수 있어 VASIMR 로켓이 실용화된다면 39일만에 화성까지 도착할 수 있다.

화성으로 가는 동안에 탑승객이 사용할 물과 공기, 식량의 조달 문제는 어떨까. 이 부분 역시 ISS 운용 등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가 쌓여 있다. 식수 확보에는 1998년 NASA가 개발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기는 우주비행사의 대소변과 땀, 침, 입김 등을 원료로 산소와 식수, 퇴비, 전기를 만들어낸다. 공기 또한 재활용 기술이 확보돼 있다. 탑승객의 날숨에 섞인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물과 메탄가스를 만들고,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얻는 것이다.

식량은 '우주 정원(space garden)'으로 해결 가능하다. 과거 러시아는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난쟁이밀을 재배한 바 있으며 NASA도 애기장대를 재배, 40일 만에 열매를 맺게 하는데 성공했으며 ISS에서 상추를 키우기도 했다. 현재는 소형 팩에 상추, 무, 배추, 완두콩 등을 키울 수 있는 '채소 생산 시스템(VEGGIE)'을 개발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태다.

NASA는 이러한 우주 정원이 동결건조 식품, 튜브형 반 액체식품 같은 기존 우주식품으로는 채워줄 수 없는 신선한 재료를 공급할 수 있고 우주비행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 산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우주정원 기술이 궁극적으로 화성의 지구화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장기간의 비행에 따른 스트레스의 극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러시아연방우주청과 유럽우주기구(ESA)가 '마스 500 프로젝트'에 성공한 것. 이 프로젝트는 화성유인탐사에 앞서 사람이 화성으로 날아가 탐사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복귀하기까지 500일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6명의 우주비행사가 2010년 6월 화성탐사선을 모사한 밀폐된 시뮬레이터로 들어가 지난 2011년 11월까지 520여일간 생활했다. 마스 500에서 얻은 각종 데이터는 향후 장기 우주여행에 필요한 실질적이고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화성의 경제적 가치

외계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노력은 근본적으로 먼 미래에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됐을 때에 대비한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 NASA, ESA 등 국가의 우주기구들에 의해 관련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반면 스페이스X는 민간기업이다. 인류애에 기반한 구상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결정일 개연성이 크다. 화성은 정말로 그만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현재까지 화성이 가져다 줄 가장 확실한 이익은 최초의 유인탐사로 얻을 '이름값'이다. 닐 암스트롱이 그랬듯 화성에 첫발을 내딛은 첫번째 인간이 누리게 될 부와 명예는 엄청나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스페이스X라는 기업이 누릴 잠재적 이익의 크기도 막대할 것이 자명하다.

또 화성 식민지 건설은 장기적으로 화성관광지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2001년 미국인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단 8일간 ISS에 머물기 위해 2,000만 달러를 선뜻 지불했던 것처럼 갑부들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화성에서의 자원 채굴은 또 다른 캐시카우다. 아직 화성에 어떤 자원이 묻혀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혹여 희토류 원소, 리튬, 백금 등 희귀금속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이 발견된다면 그야말로 돈 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다. 유용성만 충분하다면 막대한 채굴비용과 운반비용을 감내하고라도 구입할 곳은 적지 않다.

이외에도 현 시점에서는 조금 황당한 얘기지만 화성이 신소재 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를 연구해 신소재나 신약 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화성 생물의 유전자에 특허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헐값의 여행비용

머스크의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주자 혹은 여행객들이 내야할 비용이다. 현재 2시간 30분 동안의 준궤도 우주비행이 10~20만 달러임을 생각하면 50만 달러는 헐값이라 봐도 무방한 수준인 것. 이전까지 전문가들이 예측한 화성 여행비용은 대개 1인당 최소 2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에 달했다.

지금까지 개발됐거나 제시된 우주여행 관련 시스템 중 이 가격을 맞출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다면 '우주 엘리베이터'를 들 수 있다. 지구 정지 궤도에 ISS 형태의 거대한 우주건물을 띄우고 지상에서 그곳까지 케이블을 연결, 엘리베이터를 운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지금은 1파운드(454g)의 화물을 지구궤도에 올리는데 1만2,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라면 100달러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일단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면 저항이 대폭 감소해 엘리베이터의 이동에 큰 에너지가 필요 없는 덕분이다. 이 기술의 실현을 목표로 일본에는 이미 우주엘리베이터협회가 설립돼 있다.

한편 화성 식민지 건설을 구상하고 있는 곳은 스페이스X 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사업가 바스 란스도르프도 지난해 '마스 원(Mars One)'이라는 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 추진을 천명했다. 마스터플랜을 보면 올해 TV리얼리티 쇼를 통해 최초의 화성 우주인 후보 40명을 선발, 화성과 비슷한 환경의 사막에서 거주하면서 화성 적응 훈련이 시작된다. 오는 2016년에는 2,500㎏의 식량과 보급품을 실은 최초의 거주 시설이 발사되고, 2018년에는 무인탄사 로버가 화성에서 최적의 거주지를 물색하게 된다. 그리고 2021년 거주지 건설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화성에 도착하면 2022년 최종 선발된 20명의 우주인 중 4명의 선발대가 화성으로 출발한다. 이후 2년마다 2명씩 추가로 화성으로 떠나 2033년 20명이 거주하는 화성 마을이 완성되는 것이다.

현재 마스 원 프로젝트에는 NASA와 ESA출신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발사체와 우주선은 스페이스X의 팰콘 헤비와 드래곤을 사용할 계획이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주탐사 역시 오랜 노력 끝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첨단기술들이 민간에 이전되며 일반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줬다. 스페이스X의 화성 거주 프로그램과 란스도르프의 마스 원 프로젝트 같은 우주식민지 건설 연구는 그 성패 여부와는 상관 없이 지구에 남아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도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우주선(cosmic rays) 우주에서 쏟아지는 고에너지 미립자와 방사선.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s)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 15개 스칸듐(Sc), 이트륨(Y) 등 17개 원소의 총칭. 산업적으로 유용한 소재지만 매장량이 적은 희귀금속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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