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화가 퇴조한다

GLOBALISM GOES BACKWARD

누군가 우리에게 세계화에도 후진 기어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알려주지 않은 듯하다. 이제 국가와 기업은 '내부경제 Inside Economy'를 받아들일 채비를 해야 한다.
By JOSHUA COOPER RAMO
*Inside Economy: 영국의 경제학자 A. 마셜에 의해 도입된 개념으로 조직 내부의 경영 능률 개선으로 이뤄지는 생산비 감소 효과를 의미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자 열정적인 프랑스 출신의 파스칼 라미 Pascal Lamy 는 지난 9월
아침 경제학자들이 가득 모인 회의실에서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연례 발표를 했다. 그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제성장 둔화와 고실업률, 그리고 최근 발표된 세계무역 통계는 전과 다를 바 없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런 진단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우려할 만한 새로운 통계수치에 대한 그의 언급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0년간 무역 성장은 세계 GDP 성장을 거의 항상 웃돌아 보통 2배는 높았다. 지난 2006년 (금융위기 전 탄탄한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던 마지막 해다) GDP는 3.5% 증가에 그쳤지만 무역 성장률은 8%에 달했다. 무역은 마치 세상을 더 가깝게 이어주는 '황금나사'(a golden ratchet) 같았다. 하지만 지난 24개월 동안은 거의 무역쇼크라고 부를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무역량이 두 배 성장은커녕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부 주요 지역에선 무역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올해는 지난 20년 평균치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화에 대한 열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해외 자산 투자율은 2008년 50%에서 현재 거의 40%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경제학자들은 세계화가 퇴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세상이 더욱 긴밀히 연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파스칼 라미가 언급했듯이 최근 통계는 우려를 자아낸다. 우려의 목소리는 시장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 보호주의가 판쳤던 세상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있으며, 협력 없는 세상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지도 잘 알고 있다. 또 "상품이 국경선을 넘지 못하면 군대가 국경선을 넘어온다"고 경고했던 18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 Frederic Bastiat의 냉철한 한마디를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상대로 교역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린 어떤 국가가 갑자기 무역 개방에 반대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 마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현재 미국인의 3분의 2는 교역량 증대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 암울한 무역 수치가 의미하는 좀 더 거시적이고, 심오한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자. 바로 현재 진행 중인 '내부의 부상'(the rise of inside)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세계화로 인해 연결성이 강화됐고, 이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라이프'를 만들어냈다. 냉전 종식 후 세계는 긴장된 호흡을 크게 내쉬며 세계화의 시동을 걸었다. 기업도, 인간의 본능도, 휴가도 지구 반대편 가장 먼 곳까지 우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세계가 내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 외부 세계가 그랬듯 이젠 내부가 성공을 규정하고 성장을 창출하는 (기업과 국가, 심지어는 우리의 커리어까지 해당된다)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다음을 살펴보자.

중국은 지난 20년간 개방과 낮은 인건비 덕분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망가진 내부시스템을 즉각 개선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베이징 관료들이 지난해 5개년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언급했듯이 "세계화의 황금기는 이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금융계에서도 가장 건실한 은행은 이제 말할 것도 없이 지역 은행이다. 그들은 고객과 그 자녀를 통장 잔고 여부와 관계없이 단번에 알아본다. 외부 확장에 주력하는 은행들의 효율성이 한때 크게 어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제적 이점을 거의 상쇄하는 위험 요소가 되어버렸다. 라구람 라잔 Raghuram Rajan 시카고대 경제학교수는 마치 내부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선언서를 낭독하듯, 2008년 위기의 근원을 지적했다. 그는 "내부 배관을 당연시하고 설계해야 배관 시설의 고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먹는 음식, 입는 옷 등 일상을 살펴봐도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유명 레스토랑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지난 수십 년 동안은 마리오 바탈리 Mario Batali , 앤서니 부르댕 Anthony Bourdain 같은 유명 쉐프의 요리를 직접 맛보는 것이 큰 유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 전통 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펜하겐의 유명 레스토랑 노마 Noma 가 좋은 예이다. 또 베이컨, 맥주 등 음식부터 재봉이나 뜨개질, 액세서리까지 직접 만들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파워 바스 Power Bars 와의 차별화를 통해 급성장한 카인드 스낵스 Kind Snacks의 선견지명을 주목해야 한다. 그건 바로 안이 보이는 투명한 포장 방식이었다. 음식 내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꿰뚫어 본 것이다.


재앙의 지배자

물론 외부 세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수백 년에 한 번 찾아오던 폭풍이 이제 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평생 한 번이나 겪을만한 금융위기에 몇 번이나 직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많은 기관과 지도자들이 이 시대와 동떨어진 사고에 의존한다는 명백한 사실은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외부세계에 대한 그들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조지프 로타 Joseph Lhota 뉴욕교통청(MTA) 청장이 "허리케인 샌디는 우리가 상정한 최악의 상황보다 더 최악이었다"고 인정한 황당한 사건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내부의 격변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2007년 연준의장 벤 버냉키 Ben Bernanke 는 "서브 프라임 사태가 금융 시장과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제 가능할 것"이라며 의회를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과연 우리가 새로운 질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은 과거에도 있었다. 1880년대 증기기관차와 철도혁명, 당나라 시대의 실크로드를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새로운 물결은 당시에도 국가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이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최근 세계화의 확대에 앞장섰던 미국은 다가올 '내부 시대'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응급실부터 폴란드의 데이터베이스까지 지구상의 모든 시스템은 미국인들이 일궈낸 혁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또 내부 세계에서의 성공은 직관을 갖출 때만이 가능하다. 이 직관이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강력한 기업의 엔진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혁신·신뢰·시장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나라는 현재로선 미국이 유일하다.


외부의 내면

모습·의상·음악 등 그 시대를 풍미하는 미(美)는 당시의 직관을 반영한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의 선율을 몇 마디 들으면,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 거세게 불었던 르네상스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현 시대에도 우리는 내부 세계가 전면에 부각하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위치한 바클레이즈 센터 Barclays Center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평론가들은 올해 미국에 지어진 가장 중요한 신축 건물로 꼽는다. 바클레이즈 센터는 외부 세계를 안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혁신적인 외형을 자랑한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거대한 유리와 스크린을 통해 건물 안에서 누가 노래하고, 농구하고, 운동하는지 밖에서도 모두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 건물은 구조적 변화만큼이나 세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부동산 개발업자 브루스 래트너 Bruce Ratner 는 과도한 비용을 이유로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의 설계 디자인을 교묘하게 바꿨다. 게리의 우아하고 관통할 수 없는 건물 정면은 '외부는 가장 새로운 외부다'(Outside is the new outside)라는 20년 전의 건축 혁명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래트너는 베이비 붐 이후 세대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SHoP라는 건축 회사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내부 시대(the Inside Age)의 첫 번째 위대한 건축물이 될지도 모를 걸작을 세우게 되었다.

표면에서 내부에 초점을 맞춘 건축계의 변화는 가장 기본적인 네트워크 발전법칙을 따른다.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초기 성장 국면에서 옅은 층을 구축하며 확산된다. 그러나 무척 광범위하게 연결된다. 이는 전기회로망이나 전화망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몇 개의 선으로 시작해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결국은 두꺼운 망이 형성된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점차 확장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안으로 굽기 시작하고 마치 근력이 강화되듯 더욱 단단해진다.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 후 첫 1~2주 동안 어떻게 인맥을 형성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이름과 출신 정도만 알고도 수많은 사람을 가볍게 사귄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 흥미를 잃고 만다.

그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도 줄어들면서 몇몇 사람과 좀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네트워크는 150년 전의 생산라인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상징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녕, 만나서 반가워"를 외치는 네트워크 확장 시대에서 벗어나 좀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좀더 깊다는 것은 좀더 가깝고, 지역에 바탕을 둔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요인들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한다. 예를 들면, 최근 몇 년간 연료비 인상으로 인해 해상·항공 화물운송비도 덩달아 오르면서 근거리의 이점이 부각되었다. 지난해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당하면서 국제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기술업체들은 회사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사업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셰일가스 등 저렴한 에너지원이 등장하면서 지역기반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GE는 미국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가전제품 제조공장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는 세계화의 물결이 시작됐을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은행권의 위험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며, 테러리즘과 같은 비대칭적 위협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또 다른 나라의 정권이 무너질 때마다 미국적인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혁명이 시작되면 급격한 변화에 맞닥뜨린 지도자들은 대부분 상황을 오판한다.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느냐는 혁명의 시기를 맞닥뜨린 세대들에게 역사가 던지는 하나의 시험대다. 혁명적 기질과 수동적 기질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 이 시험대를 통해 갈리게 된다.

예를 들면, 애플과 델, 볼테르 Voltaire *역주: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역사가, 문학자이자 계몽주의 운동의 선구자와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역주: 18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보수주의 정치가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세속적 지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때 트렌트 회의(Council of Trent) *역주: 로마 가톨릭 교리를 만들고 가톨릭이 용납할 수 있는 종교 개혁의 내용과 범위를 규정한 회의가 했던 일이나, 산업화로 국제무역이 급격히 증가했을 당시 영국이 곡물조례(Corn Laws) *역주: 곡물의 수출입을 규제하기 위하여 제정한 영국의 법률 를 제정한 것이 좋은 사례다.


내부 세계의 승자

내부 세계로의 변화가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곳은 현 시대를 주도하는 정보기술분야다. 블랙베리 출시 이후 15년 동안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만들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유통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그들은 스마트폰 내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과 특허를 둘러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첫 번째 네트워크시대가 모든 이를 하나로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면, 이제는 네트워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 마이닝 Database mining 기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을 분석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아마존에서 우리가 무엇을 구입하는지, 포스퀘어 FourSquare *역주: 미국의 대표적인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어느 호텔에 체크인 하는지, 인스타그램 Instagram에 어떤 사진을 올리는지 분석하면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조합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은 인공지능(IR) 혁명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사고가 가능한 기계를 일컫는다.

인공지능은 그 어떤 것보다 오싹할 정도로 혁신적인 내부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초창기 컴퓨터는 인간도 할 수 있는 계산을 단지 빨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계는 외부통제를 벗어나 스스로의 지능으로 작동된다. 시장이 붕괴하고, 회사가 파산하고, 위기가 도래하는 것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법과도 같은 이러한 기계들에 버그가 생기면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부 시스템 왜곡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왜곡으로 2010년 5월 뉴욕 증시에 심각한 폭락사태가 발생해 다우지수가 단 몇 분만에 9%나 급락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부 시스템이 정확히 어떻게 잘못됐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내부 시스템 문제는 농담처럼 회자되는, 어떤 감정 없는 조종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 한 조종사가 동료 조종사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라고 외쳤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몇 년 전부터 조종사들은 서로가 아닌 비행기를 향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라고 외치게 됐다고 한다.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같은 기업을 둘러싸고 무언가 흥미롭고도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후 절대 밀려날 수 없는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는 경제학 법칙을 벗어나는 일이다. 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경쟁이 가열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외부 경쟁자들이 수도 없이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이 만든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즉, 구글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시스템은 더욱 스마트해진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더 스마트해지는 과정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같은 기업이 더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내부 알고리즘을 잘 형성해놓으면, 저항할 수 없는 자석 같은 힘을 발휘하는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진다. 그 네트워크에서 제외된다면, 그 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규모의 경제 논리는 향후 미국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다음을 한번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달러화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GPS를 확인하는 행동을 할 때 (즉, 네트워크 연결과 관련된 무언가를 이용할 때) 이들은 사실 미국의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연결시스템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시스템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 하나의 실리콘밸리, 단 하나의 월가만이 가능해진 것이다. 터무니없는 것은 현재 미국이 외부 경쟁이 아닌 내부 문제 때문에 시스템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규제 강화로 엔지니어들이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거나, 탐욕스러운 자금 운용 때문에 미국의 번영을 가능케 했던 기본 토대가 스스로 잠식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유지 등 미국이 정한 기준을 계속 지켜나가면, 통합시스템을 바탕으로 긴밀히 연결된 국제사회에서 최고의 전략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위를 잃어버리면 그 어떤 국제적 위협보다 미국 안보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이러한 미국의 기준을 발 빠르게 잘 지켜나가고 있을까? 외부 세계에 의지해 경제성장을 하는 중국과 인도에 우리의 미래를 빼앗길까 걱정할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대처능력 부족으로 미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외부 세계에서 내부 세계로의 변화는 브랜드 가치와 커리어에 대한 우리의 관념도 바꿔놓고 있다. 구시대에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이 성공하고, 사람들도 '스스로를 브랜드화함으로써'(The Brand Called Me)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치와 문화를 지닌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엔론, 리먼 브라더스, 캘리포니아 주처럼 겉으론 그럴듯해 보여도 내부는 부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거대 브랜드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국가나 기업이 더 오래가고 더 잘 운영된다. 최근한 연구는 실리콘밸리가 성장을 거듭할 때, 보스턴 외곽에 있는 128번 도로*역주: 컴퓨터와 전자 산업 관련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구역가 왜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 조사했다. 자금과 인재는 두 곳 모두 충분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는 128번 도로와 달리 '협력'이라는 내부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부 세계로의 회귀는 통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일부는 예측 가능하고, 미지의 세계에 맞닥뜨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또 일부는 수십 년의 소모적인 세월과 지난 몇 년간의 격변기를 거친 후, 우리 자신을 혁신하고 개혁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긴밀히 연결된 미래사회에서 성공은 내부 세계로부터 온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로 떠올랐다. 하지만 내부로의 회귀는 큰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최근 대선에서 불거진 극심한 지역주의에서 보듯, 내부에 집착하면 리더에게 필요한 비전을 가질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내부문제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 바로 우리 내면부터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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