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열대어 모르모트

실험용 쥐를 대체할 연구자들의 새로운 파트너

미국 듀크대학의 어느 황갈색 건물. 이곳의 지하에 위치한 동물연구실은 불쾌하리만치 덥고, 수산시장처럼 비릿한 냄새로 진동한다. 연구실 내에 수천 개의 플라스틱 수조가 있고, 각 수조마다 수십 마리의 제브라피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몸길이 약 2.5㎝의 큰 눈을 가진 이 열대어는 최근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모르모트, 쥐 등과 같은 설치류 대신 제브라피시를 실험동물로 활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 듀크대학 동물연구실의 책임자로 희귀병의 원인을 찾고 있는 유전공학자 니코 카차니스 박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런 추세는 1988년 인간이 걸리는 질병에 걸리도록 제브라피시의 DNA를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효용성이 확인되면서 제브라피시를 실험동물로 쓴 생체의학 논문의 수도 1988년 26건에서 지난해 2,10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들 유전자 조작 제브라피시는 비영리기구(NGO)인 제브라피시국제리소스센터(ZIRC)가 2,608종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껏 921개 대학 및 기업 연구소가 이를 사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하버드 의대의 레오나드 존 박사 역시 제브라피시 마니아다. 연구실에는 피부암, 혈액병, 줄기세포 등의 연구에 쓸 제브라피시가 가득하다.

"동료 연구자들의 경우 기면증, 근육질환, 자폐증 관련 대두증 연구를 위해 해당질환에 걸린 제브라피시를 키우고 있죠."

물론 아직까지 실험동물은 설치류, 그중에서도 쥐가 대세다. 2010년 발표된 생물의학 연구 논문 중 실험에 쥐를 이용한 숫자가 전체의 90%를 넘는다. 사실 복합성 뇌장애나 폐 관련 질환 등 몇몇 질환의 실험에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물고기가 아닌 포유류가 적합하다.

"제브라피시 치어는 몸이 투명해 장기가 성장하는 모습을 육안으로 세세히 관찰할 수 있어요."

반면 종양의 성장과정 연구, 신약 개발 등에 영역에서는 제브라피시의 약진이 거세다. 연구자들이 설치류보다 제브라피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번식이 쉽고 빠르다는 것. 쥐는 3주의 임신기간을 거쳐 10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암컷 제브라피시는 수정된 지 단 3일 만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유지비도 훨씬 적다. 쥐 5마리를 키우려면 하루 90센트(약 950원)가 필요하지만 제브라피시 수십 마리는 6.5센트(약 70원)면 족하다. 그리고 제브라피시 치어는 몸이 투명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장기가 성장하는 모습을 육안으로 세세히 관찰하며 이상 징후를 즉각 체크할 수 있다.


현재 카차니스 박사팀은 제브라피시로 선천적 희귀질환에 걸린 유아들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최적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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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질환 연구에는 쥐가 적합하지만 극히 드문 희귀병일 때는 달라요. 생애주기가 짧은 제프라피시가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연구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험과정은 이렇다. 먼저 연구팀은 인근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 유전적 질환의 의심되는 아이들을 선별, 피를 채혈한 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 인간게놈서열센서로 보낸다. 여기서 DNA 염기서열에 이상이 발견되면 연구팀은 즉시 제브라피시 치어들에게 동일한 유전적 결함을 유발, 5일 동안 현미경을 사용해 해부학적 이상 징후를 찾는다. 이렇게 연구팀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20명의 선천적 유전 결함을 연구, 그 원인에 대한 강력한 단서들을 찾아냈다.

"얼마 전부터 심장이 오른쪽에 달린 여자아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변이를 6가지로 압축, 수천 개의 제브라피시 배아에 유전자 변형을 가했죠.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6가지 요인 중 한 가지가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카차니스 박사는 이 연구를 토대로 향후 5년 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제브라피시를 사용하면 쥐보다 쉽고 빠르게 신약의 유효성과 독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후보물질 발굴 후 임상시험에 돌입하기까지의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이미 하버드 의대 존 박사팀은 이 방법으로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500여종의 분자 물질을 제브라피시에게 투여, 혈액 줄기세포의 숫자를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물질을 찾아냈는데 그 기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쥐를 사용했다면 몇 년이 걸렸을 지도 모릅니다. 2009년 화학요법 때문에 혈액세포가 모두 사라진 백혈병 환자 12명에게 이 물질을 임상 시험했고, 이중 10명의 혈구 숫자가 신속히 증가했습니다."

카차니스 박사는 이 같은 사례들이 제브라피시를 활용한 신약 개발 전쟁의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수족관을 들여놓는 연구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두증(大頭症, macrocephaly) 머리가 커지는 증상.
생애주기(life cycle)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주기.






스모그 로그
이스라엘 연구팀은 최근 2002년부터 2010년까지의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데이터를 활용, 인구 200만명 이상 도시의 미립자(에어로졸) 오염도를 도식화했다. 적색은 오염도 증가 지역, 청색은 감소 지역을 뜻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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