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경쟁력이 미흡한 국내 기업들의 부실화가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활로를 찾지 못해 한계상황에 도달한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것이 바로 기업회생절차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업회생 절차의 과정을 알아보고, 관련법률의 바람직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본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 교수
경제 위기의 충격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국적기업보다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가장 먼저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는 것은 조직 및 사업의 재구성과 같은 내부적 구조조정이다. 상황이 보다 심각한 기업의 경우,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등 타기업과의 적극적 구조조정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심각한 부실로 소위 '한계 기업'에까지 이른 경우에는 통합도산법에 의한 기업회생절차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번 칼럼에선 기업회생제도의 개괄적인 절차를 알아보고, 아울러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와 MBO(Management Buyout: 경영자 매수)제도 같은 특정 방안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부실 기업의 경우 타기업과의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합병의 경우는 소멸되는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존속회사) 양자에게 메리트가 많은 제도로, 특히 부실화된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멸 회사 입장에선 독립된 하나의 기업에서 존속 회사의 한 사업부문의 형태로 외형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존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존속 회사 입장에서도 규모의 경제, 세무상 이점 등 많은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합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제도적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회사분할도 좋은 구조조정의 사례이다. 부실한 사업부를 정리함으로써 과도한 관리비를 줄이고, 좀더 전문화된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업구조개편을 활성화하는 거래소나, 그 절차와 방법에 관한 자세한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전문회사의 설립 등 지원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회생절차로 들어가 보자. 기업은 갚아야 할 채무를 제대로 변제할 수 없거나 파산의 위험이 있는 경우 '회생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절차는 법정관리절차라고도 불리며, 법원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이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금융기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워크아웃'이 있다. 워크아웃은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의 협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종의 사적화해절차다.
먼저 법원은 회생신청접수를 받으면 개시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이나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이 기간 동안 채권자들의 집중적인 권리행사로부터 잠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고 관리인이 선임된다. 관리인으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의 대표자가 선임된다. 이는 기존관리인 유지제도(DIP)라고 불리며, 미국 파산법의 한 종류인 '회생절차법'에서 그 방식이 유래한다. 재산 유용 같은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기존의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는 이사에 대해 도산신청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기존관리인 유지제도의 목적은 부실기업의 대표자가 조속히 기업회생신청을 하도록 유도하고,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기존의 경영진이 회사의 회생작업을 주도하게 한다는 것이다. 제3의 관리인이 회사를 맡을 경우 회사사정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부실기업의 경영진이라면 회생절차에서 이처럼 경영권이 보장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기업회생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리인이 선임되면 기업회생채권의 조사와 확정 절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관리인은 채권신고를 받아, 불명확한 신고에 대해선 부인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채권자는 채권조사 확정재판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정하게 된다.
이 후에는 정리계획안의 작성, 협의, 채권자단의 결의 및 인가단계가 이어진다. 현행 통합도산법은 청산 가치가 계속 가치보다 명백히 큰 경우에는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었다. 계속 가치와 청산 가치를 비교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회생절차 폐지가 강제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정리계획안이 작성되면 회생담보권자단의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단의 3분의 2 이상, 주주단의 2분의 1 이상의 찬성과 법원의 인가를 받아 회생절차가 종결된다. 그 이후부터 기업은 인가된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를 하면 된다. 보통 정리계획안은 채권원금을 3분의1 수준으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출자전환시키고, 이자는 면제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회생 기업은 부담이 경감되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회생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후 기업은 회생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M&A 등을 통해 신규자금 투입을 도모한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차입매수(LBO)에 의한 M&A다. LBO에 의한 M&A를 고려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예컨대,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빌리는 행위는 대법원이 소위 '신한 LBO판례'를 통해 담보제공의 합리적인 대가가 없는 배임행위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위 합병형 LBO의 경우는 형사책임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지만(한일합섬 LBO 판례), 현재 명확한 구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으므로, LBO 활성화를 위해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적 기준제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에선 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 것을 무효로 하고 형사상 책임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경우 배임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규제보다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LBO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일본에선 기업 경영진이 기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수하는 경영자매수(MBO)를 할 때 MBO지침을 두고 규제를 하고 있다. 그 내용의 근간은 주주의 적절한 판단 기회를 보장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의성을 배제하며,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보장이 있으면 법적인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규제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향후 보다 명확한 지침이 설정되어 LBO와 MBO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업회생절차의 목적은 한계 기업을 살림으로써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다하도록 함에 있다. 따라서 좀더 기업친화적이고 유연한 입법과 법 운용이 필요하다. 관리인의 전문성 제고와 M&A에 대한 유인책 부여, 채권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자치권한의 부여, 법원 역할의 전문화와 재정립이 여기서 요구되는 것들이다. 특히 회생절차 과정에서 LBO와 MBO가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적절한 MBO는 임직원이 주인이 되는 바람직한 기업구조조정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 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