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손가락이 일을 내는 시대가 왔다. 지금 세계는 공업혁명, IT혁명에 이은 스마트한 'S(Smart)혁명의 시대'다. 손가락 하나로 세계와 접속하고 앱 마당에 올린 어플 하나로 수백억 원을 버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도 손가락 때문에 하루 매출 8,000억 원에 이익 1,100억 원을 올리는 회사가 등장했다. 세계 휴대폰 업계 1위로 부상한 삼성전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젠 휴대폰 안에 음성, 데이터, 비디오 등 컴퓨터 3대가 들어 있는 시대에 정보의 양은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 정보의 해석능력과 이 정보 플랫폼을 이용한 창의성 넘치는 작품이 돈이 되는 시대다.
지금 세계 증시에서 시가 총액 최대 기업은 자동차도, 반도체도, 비행기 회사도 아닌 바로 애플이다. 지금 세계 증시에서는 매출액 489조 원, 영업이익 83조 원의 세계 최대 기업 엑슨모빌보다 매출액 203조 원, 영업이익 52조 원짜리 애플의 시가총액이 더 크다. 연간 50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영업이익이 겨우 5조 원에 그친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금융가의 전문가들은 석유도, 유통도, 정보만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노키아를 제친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과는 애플의 실력에 비하면 약과다. 삼성은 201조 원 팔아 29조 원을 벌어 영업이익률이 14%였지만 애플은 203조 원 팔아 52조 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6%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애플은 단 한 대의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설계만 하고 모든 제품은 중국에서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판다. 애플의 대성공 뒤에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과 중국 노동자의 눈물이 함께 있다. 아이폰은 소비자에게는 499달러에 팔리지만 정작 휴대폰을 만든 중국의 노동자에게는 6달러가 돌아간다.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회사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의 '탄센트'사다.
인구 5억 명이 인터넷에 가입해 있고 10억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제 S혁명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글로벌화 2.0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를 엄지 손가락 하나로 연결하고 어플 하나로 수백억 원을 버는 시대가 왔다. 미국 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이버상에서 물건을 팔고, 한국 가수 싸이는 하루아침에 국제 가수가 됐다. 땅이 넓어 전국 유통망을 갖추는 것에 대해 전 세계 어떤 유통 대기업도 두려움을 느끼는 중국대륙에서 단 한 개의 점포도 없이 1조 위안, 한화 180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전자상거래업체 '타오바오'가 나왔다. '타오바오'는 중학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알리바바닷컴을 세운 마윈이 만든 회사다. 손가락혁명이 부의 순위를 바꾸어 놓았고, 정치를 바꾸어 놓았고, 연예인의 인기순위를 바꾸어 놓았다.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지 못하면 돈도, 정권도, 인기도 잡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금융위기가 완전히 수습될 향후 5~10년간 다른 나라의 내수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내수 시장 공략은 미국이 수출한 스마트한 정보기기와 시스템에서 결정 난다. 글로벌화 2.0 시대의 시장공략 핵심은 결국 정보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물자, 사람이 국경을 넘을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세관이지만 달러와 정보는 국경선이 없다. 엔터 키 하나로 전 세계 어느 나라로든 갈 수 있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바로 미국이 만든 달러 기축통화시스템과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거래되는 스마트한 정보다.
미국이 강했던 것은 IT기술을 통해 인간능력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는 혁신능력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3억 명의 시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보화로 무장한 3억 인구가 진정한 미국의 경쟁력이었다. 정보화에 뒤진 나라는 자원이 많아도 2류다. 그런데 손가락이 만드는 스마트혁명시대에는 정보기기는 플랫폼일 뿐이고 이것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혁명시대는 태생적인 디지털DNA가 중요하다. 뱃속에서부터 알고 태어나는 '모태 디지털인'과 성인이 되어서 배운 '학습 디지털인'은 경쟁이 안된다. 미국이 강했던 것은 '모태 디지털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뱃속에서 디지털 태교음악을 듣고 유아시절 엄마대신 장난감 컴퓨터를 갖고 노는 것이 미국이다. 이것이 IT 최강국의 비밀이다. 그러나 아시아는 급속한 IT화를 통해 미국을 뛰어넘는 디지네이브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10~20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미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회사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의 '탄센트'사다. 인구 5억 명이 인터넷에 가입해 있고 10억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들이 곧 중국 IT의 힘이다. 전 세계 온라인 관련회사의 창업자는 상당수가 이미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인의 상상력과 논리력이 미국의 여권을 이용해 세계의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술의 시발점과 종착역이 같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침반과 화약의 시발점은 중국이었지만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 무기와 항해술로 꽃을 피워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증기기관이 영국에서 발명되었지만 꽃을 피운 곳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었다. 고속도로 길이가 가장 긴 미국은 자동차산업의 천국이 되었다. 소련의 폭격에서 안전하게 정보를 분산시키려고 만든 인터넷과 대포의 탄착점과 적의 동향을 신속하게 알리는 통신병의 역할을 하는 무전기에서 출발한 휴대폰이 결합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21세기 손가락혁명을 가져왔다.
스마트혁명 시대는 어디서 만개할까? 스마트혁명은 휴대폰 가입자가 가장 많은 곳에서 꽃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혁명의 시작은 실리콘밸리였지만 종착역은 10억 휴대폰 가입자가 있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돈이 가진 본질은 정보다. 돈을 움직이는 것이 정보다. 스마트한 정보시스템과 단말기는 미국이 만들었지만 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지금부터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과 스마트혁명이 꽃필 중국의 성공공략은 스마트한 정보혁명을 누가 잘 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