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 서부 지역 성장 가능성 높아… 브랜드 가치 높은 1등 주에 투자하라"

[INTERVIEW]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4박자를 고루 갖춘 중국이 공업화에 이어 도시화라는 성장과제까지 추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높은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국이 바라는 도시화는 '안정과 균형'에 목표를 두고 있다.

도시화는 내수소비재 시장 활성화가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내수소비재는 '브랜드'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중화권 한류는 우리나라 기업들, 그리고 투자자들에겐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이 행운을 놓치기 싫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포춘코리아 기자가 만난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브랜드가치가 높은 1등 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중국 내수 시장을 분석한 투자서 '10년의 선택, 중국에 투자하라'를 집필한 중국 투자전문가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시진핑 정부 10년은
한국에겐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입니다." 커다란 중국 지도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집무실에서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제금융을 주도하는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2030년에 중국이 세계 1등, 우리나라가 2등 국가가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아시아가 더 이상 발전하는 시장이 아니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그 동력이 중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인구가 10억 명, 중국이 13억 명, 일본이 1억 명입니다. 그 넓은 시장을 이해하는 데 우리나라만큼 강점을 가진 나라는 없어요. 역사, 문화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어 시장에 진입하기도 쉽고 기술력도 있으니까요. 특히 우리 기업들에겐 중국 진출 경험과 시행착오 과정에서 배운 지혜가 있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이 있습니다." IMF 사태로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노동력이 저렴하고 기업 유치에 나선 지방 정부들의 부동산 혜택도 많아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 공장 이전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노동시장은 그 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자가 묻자 조 센터장은 이렇게 답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건비도 많이 상승했고 부동산 가격도 '버블'이라 불릴 만큼 많이 올랐죠."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지 조 전무는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기업환경은 더 좋아졌어요. 인건비 상승은 구매력 상승과 같은 말이니까요."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상품을 팔 수 있는 13억 명의 새로운 구매자가 생겼다는 얘기다.

조 센터장은 "현지화에만 성공한다면 국내 기업의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리온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2012년 중국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한국 과자 시장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중국에서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건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조 센터장은 중국 내수 시장의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같은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 R&D 투자 등을 통해 중국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까? 조 센터장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구분 짓기보단 그 기업이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재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선호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선호는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기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코카콜라를 단시간에 뛰어넘지 못하는 겁니다. 소비재 시장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분명하죠. 많은 국내 기업들이 가수 싸이에게 고마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강남 스타일'을 히트시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싸이 덕분에 중국 중서부 지방 진출과 비즈니스에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진짜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조 센터장은 말한다. "중국 서부는 메가 트렌드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시진핑은 중서부에 위치한 산시성 출신이고,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죠. 중국 상장기업 70%가 국영기업입니다. 국영기업 대표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에서 임명해요. 공무원인 셈이죠. (집권하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중서부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집권초기에 말입니다. 중국은 늘 집권 초기에 그랬습니다. 후진타오 집권기에는 평균 투자 증가율이 20%였어요. 그중 집권 초기의 증가율이 50%였으니까 두 배 이상이었다는 얘기죠. 내수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부에 위치한 시안지역에 삼성그룹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현대자동차 역시 중서부 지방 신규 수요 덕분에 주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매년 20개 이상의 매장을 개점하며 중국 투자규모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소비 시장' 확대 때문에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준 전무는 중국 부동산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빈부격차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10개월째 상승을 이어가는 부동산 시장과 경제발전, 그리고 경기는 궤를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전인대 첫 날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민감한 시장 반응이 나오자 다음 날 곧바로 완화책을 제시했다. 중국에선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도시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대형도시와 개발이 막 시작된 도시 간에 부동산 가격차가 심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베이징이나 상해 같은 대도시 지역뿐만 아니라 개발지역의 부동산 가격동향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대도시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끊이지 않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 확대와 도시 유입 인구와 관련된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이 그 근본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하나 있다. 도시로 몰리는 젊은 층 중엔 부동산 구매를 위해 저축을 하기보단 소비에 치중하는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재 산업이 들어가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도시로 이주한 젊은 여성들은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해 2012년 중국법인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나 늘었다. 구매력 있는 젊은 층이 도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말한다. "성장동력은 밖에서 찾아야죠. 그리고 우리도 인천 청라지구 같은 곳은 제도적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폐쇄적인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저금리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성장동력이 주춤한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조 센터장은 친절하게 중국 투자를 정리해 주었다. "중국에 가면 모든 게 다 이뤄진다는 건 아닙니다. 불확실한 부분이 여전히 많아요. 그러니까 1등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브랜드 가치가 있는 1등 종목 말입니다. 기본적인 얘기지만 투자할 때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재차 강조하는 거예요. 특히 우리 기업들은 서부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 기회가 있어요. 한국 제품이나 심지어 한국 식당이 없는 곳이 참 많거든요. 우리에게 기회가 계속 오는 건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선점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건비도 많이 상승했죠. 하지만 기업환경은 더 좋아졌어요. 인건비 상승은 구매력 상승과 같은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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