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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 달 탐사 프로젝트

Korean Lunar Exploration Project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의 우주강국에 더해 중국과 인도가 올해 외계 우주탐사 레이스에 본격 도전장을 던진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의 도킹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달착륙선을 실은 달 탐사선 창허3호(Chang'e-3)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행보도 한층 빨라졌다. 나로호 발사 성공에 이어 최근에는 2025년으로 예정됐던 달착륙선 발사 일정을 2020년으로 5년 앞당기는 등 우주개발 레이스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외계 행성 탐사의 교두보

지난 1월 30일 나로호(KSLV-I)의 발사 성공은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우리 땅에 건설한 우주센터에서, 우리가 만든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우주발사체, 그리고 우주발사체에 궤도선이나 탐사로버 같은 탑재체를 실어 보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그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우주강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시 최종 목표는 외계 행성의 탐사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화성, 목성, 토성 등의 행성과 이들의 위성들이 주 타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외계 행성 탐사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중간 기착지가 하나 있다. 바로 달이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외계 행성 탐사의 교두보이자 우주항공 기술력을 점검할 최적의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폴로 11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 미국도 재차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차세대 달 착륙캡슐 '오리온(Orion)'의 개발에 착수했으며 오는 5월 달의 대기와 먼지를 관측할 궤도선 '라디(Ladee)'를 쏘아올린 뒤 2021년 유인 달 탐사선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맞수라 할 수 있는 러시아도 오는 2015년 무인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쏘아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에 속하는 일본, 중국, 인도도 이 같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가구야 1호', '창어 1호', '찬드라얀-1호' 등 달 탐사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달 궤도선의 발사에 성공한 상태다. 우리가 달 궤도선을 보낼 때쯤이면 한 발 앞서 달착륙선 또는 유인 달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달 탐사를 위해서는 최소 1.5톤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가 필요하다. 나로호의 경우 발사 가능한 탑재체 중량이 100㎏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궤도선 및 착륙선 제작·운용기술, 발사체에서 방출된 탐사선을 달 궤도까지 보내는 기술, 지상 3만6,000㎞의 지구정지궤도(GSO)보다 10배 이상 먼 거리에 있는 달 궤도에서 운용할 원격통신기술 등 필수적으로 확보해야할 기술이 하나 둘이 아니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이 달 탐사로 가는 첫 걸음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다는 얘기다.



달로 떠날 한국형 발사체 KSLV-Ⅱ

앞서 언급했듯 달 탐사에는 일단 새로운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나로호의 후속모델이자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700~800㎞의 저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오는 2018년 발사될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SLV-Ⅱ는 3단 로켓으로 설계될 예정이며 중량 약 200톤, 길이 45m, 직경 약 3.3m의 모습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달 탐사에 활용하려면 발사체의 추력을 키우거나 지구궤도에서 달 궤도까지 탐사위성 및 착륙선을 보낼 일명 TLI(Trans Lunar Injection)를 맡을 4단 로켓을 추가 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TLI는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며, KSLV-Ⅱ의 추력 등을 고려할 때 중량이 2,010㎏(고체추진제 1,710㎏, 자체 중량 300㎏) 이하로 개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달 탐사를 위한 또 다른 양대 핵심요소는 달 궤도선과 달착륙선이다. 달 궤도선은 쉽게 말해 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의 일종으로 달 표면 촬영, 지질구조 분석 등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바로 이 궤도선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착륙선의 착륙지점 및 세부 임무가 확정되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ST 등의 국내 인공위성 전문가들은 적어도 착륙선과 궤도선의 개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형급 위성인 아리랑 1호·2호와 GSO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을 개발·운용한 경험, 그리고 올해와 내년 중 발사될 아리랑 5호, 과학기술위성 3호, 다목적실용위성 3A호를 통해 쌓아질 기술력을 감안할 때 충분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아리랑 시리즈와 같은 중·저궤도 위성은 선진국 대비 약 80%, GSO 위성은 60% 정도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며 "위성분야는 향후 10년 이내에 선진국 대비 약 90%의 기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탐사 프로젝트 3단계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오는 2020년 궤도선과 착륙선을 보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항우연이 이를 목표로 기획연구에 착수했으며,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에 통과하면 내년부터 관련예산을 확보해 달 궤도선 및 착륙선의 개념설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달 탐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논의되고 바에 따르면 달 탐사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에서는 달 표면의 100㎞ 상공을 도는 궤도선을 보내 달의 정밀영상을 촬영함으로써 지형분석과 착륙지점 조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후 2단계는 달 표면에 터치다운할 착륙선을 보내 지질조사, 지진계 설치, 달의 열유량 등을 조사한다. 마지막 3단계는 착륙선 또는 탐사로버가 채집한 달의 암석이나 토양을 지구로 가져와 직접 연구·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수행해온 달 탐사 과정과도 일치한다.

항우연은 1단계인 궤도선 개발에 약 1,8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KSLV-Ⅱ를 이용한다는 가정 하에 KSLV-Ⅱ의 노즈 페어링 사양과 발사 성능을 고려해 궤도선과 착륙선의 중량은 550㎏ 내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중 궤도선에는 고해상도 광학망원경, X선 분광계, 소형 영상 레이더(SAR) 등의 탐사장비가 탑재될 예정이다.

2단계인 착륙선의 경우 착륙선 자체의 개발에는 물의가 없지만 달 지면으로의 착륙기술 확보가 다소 까다로울 전망이다. 우주탐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 항공우주국(NASA)조차 작년 8월 700만 달러를 들인 무인 달착륙선 '모르페우스(Morpheus)'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해 사망선고를 받았음을 보면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특히 달 표면은 14일간은 낮, 15.5일은 밤이어서 1년간의 임무수명을 유지하려면 고성능 배터리 등의 전력시스템 기술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 덧붙여 착륙선에 탐사로버를 탑재한다면 그에 대한 추가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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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는 더 어렵다. 달에서 재이륙하는 기술, 궤도선과의 도킹 기술, 지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요구된다. 이는 1~2단계에 적용됐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도 기술이다.

그러나 항우연 달탐사기반연구팀 주광혁 박사는 "KSLV-Ⅱ 개발이 2017년까지 완료되고 내년부터 궤도선 및 착륙선의 개념설계가 본격화된다고 전제할 때 이르면 2018년 달 궤도선, 2020년 착륙선의 독자 발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루나 레이스
항우연 주광혁 박사팀의 달 탐사선 기본설계안. 궤도선은 높이 1.5m, 너비 1.6m며 착륙선은 높이 1.35m, 너비 1m로 디자인 됐다.

기초연구 병행 필요
달 탐사와 관련해 발사체나 궤도선, 착륙선은 항우연의 주도하에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달 탐사와 관련된 원초적 질문, 즉 '왜 달을 탐사하려 하는가'에 명확히 답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추가적인 기초연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천문연구원은 달 탐사 시 각종 궤도 정보와 달 궤도 진입에 따른 기초정보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천문연 우주천문연구부 최영준 박사는 "NASA에서 추진한 엘크로스(LCROSS) 프로젝트의 관측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며 "달의 기원과 달 분화구 형성 등의 연구와 함께 달 궤도 정보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크로스는 달 표면에 얼음 형태의 물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2009년 2.4톤의 대형 충돌체를 달의 극지점에 투하했던 프로젝트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국내 주도로 개발된 최초의 GSO 위성인 천리안에 통신장비를 탑재한 경험을 토대로 달 탐사선에 원격지 통신장비를 지원하는 연구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현재 행성지질 기초기반기술 연구를 수행 중이다. 다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연구용으로 공개한 달 탐사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달 지형도와 지질도를 제작하거나 월석, 운석 등을 통해 달의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질연 원천지질과학연구실 이승렬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만한 실효성 있는 데이터의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며 "달 탐사의 성공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에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1단계인 궤도선 개발에 약 1,8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류량 (heat flow) 물체의 열이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이동하는 양.



한국형 달 탐사선 개발

항우연 달탐사기반연구팀 주광혁 박사팀은 오는 2020년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달 탐사선의 개념 설계 및 핵심 기반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기본 설계에 따르면 궤도선은 높이 1.5m, 너비 1.6m 정도로 나로과학위성보다 약 50% 정도 크다. 착륙선의 경우 높이 1.35m, 너비 1m, 중량은 550㎏이며 연료는 효율이 높은 하이드라진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이미 작년 12월 전남 고흥군 소재 항공센터에서 달 탐사선 지상모델의 성능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날 시험은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활용, 달의 환경을 가정하고 시험용 구조플랫폼에 달 탐사선 시험모델을 설치하여 추력성능과 달 착륙 제어성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지상시험 모델은 약 100㎏의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는 200뉴턴(N)급 대용량 추력기 5기와 자세제어용 5N급 추력기, 밸브제어장치, 착륙제어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지구 중력장에서 1㎏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약 10N 정도이기 때문에 200N급 추력기 5기를 사용하면 1,000N의 추력 생성이 가능해 100㎏의 물체를 들 수 있다. 달의 경우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정도이므로 들 수 있는 중량은 약 600㎏로 껑충 뛰어오른다.

특히 달 중력에 맞춰 무게를 6분의 1로 축소한 탐사선 착륙용 다리를 개발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보는 충격흡수 실험도 수행했다. 이 다리는 지구상에서 중량 대비 강도가 가장 센 육각형 벌집 구조로 내부 골격을 제작, 탐사선이 받게 될 물리적 충격을 최소화했다.

현재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개념 설계를 수정하면서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우주에 있는 탐사선을 지구에서 제어하는 원거리 제어기술 등 미진한 분야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 박사는 "성공적 달 탐사선 개발을 위해서는 대용량 추력기 기술, 달 임무 설계 기술, 달 유도항법기술, 달 착륙 기술, 심우주 통신기술, 달 환경 모사·분석기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시험은 달 궤도선 및 착륙선에 장착될 추진시스템의 추력 성능과 착륙제어성능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한국형 달 탐사 계획의 초석을 놓았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는 또 "달 궤도선은 70% 이상, 착륙선은 50% 정도 기존 기술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뉴턴(N) 힘의 단위. 질량 1㎏의 물체에 1m/sec2의 가속도를 주는 힘을 의미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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