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주)에이엔티 21
친환경 수처리 산업계의 다크호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도 상승한다. 이를 증명하듯 선진국들의 환경 규제와 관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엄격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과제였던 4대강 공사는 일종의 수질관리라 표현할 수 있다. 에이엔티21은 바로 이러한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다.
까다로운 기술력과 조건을 요구하는 오폐수 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 중동지역까지 외연을 확대하면서 수질처리의 전 공정을 관리하는 수질컨설팅 회사로 도약해 나가고 있다.
임직원의 30%가 연구원
지난 2001년 대덕특구에 설립된 에이엔티21의 고명한 대표는 공학박사 출신이다. 과거 충남대학교 산업기술연구소의 연구원이자 환경분야 교수로 재직했던 고 대표는 화학적 폐수처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고 한다.
"기존의 하수처리장과 오폐수 처리장은 시설 노후화와 오염물질 부하 증가 등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죠. 대학에서 연구활동과 현장컨설팅을 폭넓게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과 관련한 기술적 노하우를 쌓으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결국 그는 2001년 대학을 떠나 지인 5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고대표가 창립과 동시에 가정 먼저 한 일은 연구 전담부서의 설치. 창업멤버 대부분이 수질분야 전문가였기 때문에 기술만큼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과 제품의 우수성만으로 폐수처리 시장은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초기 벤처기업들이 겪는 자금 부족과 마케팅 능력의 한계 등을 체감하며 어둡고도 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기술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회사를 창업했는데 5~6년이 흘렀어도 매출은 6억원 수준에 머무르더군요. 제품이 좋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다면 기업이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에 고 대표는 서둘러 기술개발과 함께 마케팅에도 회사의 자원을 투자했다. 시장 공략을 위해 공공기관,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시설, 대형 오폐수발생지 등을 직접 누비며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했고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도움도 요청했다.
또한 산소공급장치인 산기관(Diffuser) 등 폐수처리에 필요한 소재기술 생산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소재 생산을 중심으로 시설과 설비, 장치산업, 폐수처리 컨설팅 등 수질관리를 위한 제품생산 및 설치, 프로세서 등의 전 공정을 포괄한 것. 이렇게 수질관리 제반공정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이 탄생했다.
고 대표는 "원천 소재개발과 장치개발, 공정개발까지 턴키시스템 기반의 패키지를 구축했다"며 "에이엔티21는 진단, 설계, 시공, 애프터서비스 등 환경에 대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전과 변화는 오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매출이 10억원대로 올라서더니 2010년 20억원, 작년에는 50억원을 돌파했다. 7~8년 사이 10배 가까운 매출 증대를 이룬 것이다. 현재 에이엔티21의 전 임직원이 15명이니 직원 1명당 매출 비중이 무려 3억3,000만원을 넘는 셈이다.
물론 고 대표가 마케팅에 힘을 썼다고 기술개발을 도외시 한 것은 아니다. 임직원의 3분의 1, 즉 5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마케팅이 체계화된 이후에는 결국 제품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성패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에이엔티21은 현재 수질·대기처리 공법 등에서 모두 8건의 특허와 8건의 실용신안, 그리고 국내외 의장등록 4건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고 대표는 "창업초기부터 운영했던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했다"며 "그 토대 위에 새로운 상품 개발이 누적되면서 시나브로 에이엔티21 제품의 성능과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전했다.
수처리 시장에 떠오른 UFO
에이엔티21의 제품 중 얼굴마담은 다층원뿔형 산기관. 간단히 말해 물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산소 공급 능력은 호기성 미생물들의 생성 및 사멸에 직접 영향을 미쳐 수처리 능력을 좌우한다. 이에 산기관은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산소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기술력의 핵심이다.
고 대표는 "폐수종말처리장에서 들어가는 전력비를 100%로 볼 때 산기관의 에너지 소비량이 60% 이상이므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관이 UFO를 닮아 'UFO 300'으로 명명된 이 제품은 삼각형 피치(pitch)들을 활용한 전멸 균일기포 발생 방식을 적용, 산소 전달율과 교반기능이 뛰어나다. 압력 손실이 낮아 에너지 절감효과도 크다. 또한 경쟁업체 제품들이 고무재질인데 반해 UFO 300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에서도 비교우위를 점한다.
이러한 메리트에 힘입어 현재 오수처리장, 하수처리장, 위생시설, 정수장, 축산폐기물 집수조 및 폭기조 등 다양한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의 신기술(NET) 인증, 환경부의 우수환경산업체 지정을 통해 기술적 신뢰성도 공인받았다.
고 대표는 "기존 제품과 달리 반영구적인데다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발휘한다"며 "이산화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차별화된 특징으로 수요처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히 에이엔티21은 이 제품을 이용해 신개념 'ANT 공법'을 정립했다. 이는 오폐수 처리시설이나 정화조의 개·보수 없이 방류구에 간단히 장비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유지관리의 용이성, 가격경쟁력, 소규모 설치면적, 짧은 역세척 시간 등 장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또한 물속의 부유성 오염물질(SS),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질소(N)·인(P) 등의 오염된 유기물질 분해·처리속도를 대폭 단축시킬 수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에만 이미 파주산업단지와 수자원공사, 종합환경시설, 포스코건설, 한국화학연구원, 김포하수처리장, 거제정수처리장 등 전국 100여곳이 넘는 폐수·정수장 등에 설치·가동 중에 있다. 그중에서도 고 대표는 회사가 대전에 연고를 두고 있는 터라 대전하수종말처리장에 자사 제품이 설치된 것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이곳의 하루 하수처리 용량 90만톤 가운데 30만톤 규모의 시설이 저희 기술로 처리 돼요. 대전 시민의 물 수요 중 30%가 우리 기술에 의해 공급된다고 생각하면 자부심이 생기죠."
UFO 300에 더해 친수성 바이오 칩 필터와 고효율 유동상 광촉매산화반응기도 에이엔티21의 대표제품으로 꼽힌다. 먼저 친수성 바이오칩 필터는 후단 수처리에 활용되는 제품이다.
고 대표는 "환경 기준의 강화로 용존산소량 등 수질방류 기준도 높아져 기존 처리시설에서는 강화된 규제조건을 맞추기 어려워졌다"며 "바이오 칩 필터를 기존 처리시설 말단에 추가함으로써 부유물질 등의 제거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포를 다량 발생시켜 공기만으로 부유물질을 제거하는데 한 번 설치하면 10년 이상 쓸 수 있고, 별도의 역세척 펌프 없이도 산기관 만으로 역세척이 가능하다. 설비를 개량하는 것과 비교해 한층 손쉽고 비용적 효율이 높은 대안인 셈이다.
유동상 광촉매 산화반응기의 경우 신속한 광산화 반응과 용존산소, 살균 제거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대표는 "기존 설비의 개량 없이 배수 직전의 물을 관리하는 후단수처리기법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또 "산기관과 주변기술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원하는 수질을 얻을 수 있다"면서 "원뿔형 산기관, 바이오 칩 필터, 광촉매 반응기, 유동사(fluid sand) 여재 등이 조화를 이뤄 최적의 수관리를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UFO 출연
UFO를 닮은 다층원뿔형 산기관 'UFO 300'은 산소공급에 있어 경쟁제품 대비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발휘하며 관련업계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 박차
에이엔티21은 일찍부터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선진국일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과 기준이 엄격한 만큼 충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다면 회사의 성장을 주도할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에이엔티21은 2003년 중국 산동성 오수처리공사를 수주한 이듬해 청도에 지사 사무소를 개소했고, 2005년 미국 LA에도 현지법인을 설립, 매년 수처리 전문전시회에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고 대표에 따르면 해외 시장 개척의 기폭제는 2009년 찾아왔다. 그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수전력청의 담맘 하수종말처리장 개선 사업을 수주, 하수처리장의 효율을 20% 이상 높인 것. 이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0년에는 영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동유럽 진출도 본격화했다.
특히 2011년 5월 사우디아리비아 아부하이메드그룹과 국제 공동 R&D 센터를 대전 대덕특구 내에 설립키로 합의하면서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양사는 친환경 수처리 시스템에 활용될 저비중 바이오 필름을 이용한 복합 생물반응조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고 대표는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수질오염 방지기술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 관련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엔티21 기술연구소
빗물 용수 화장실·자연에너지 보안등 개발 추진
석·박사 인력 5명으로 구성된 에이엔티21 기술연구소의 역할은 수질관리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빗물처리를 이용한 공중화장실 자동화, 제2용수 재활용 방안,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보안등 등 다양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중 빗물 처리 공중화장실은 빗물을 재활용해 화장실 용수로 이용하는 기술이다. 저류조에 빗물을 모으는 수집기술과 필터를 이용한 정화기술, 배수기술 등의 융합이 요구된다. 고 대표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저류조에 모은 뒤 화장실이나 조경용수로 사용하는 기술이 활성활 될 것"이라면서 "수질관리, 빗물 수집 및 배수 구성을 위한 설계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태앙광과 풍력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보안등도 기술연구소에서 공을 들이는 신제품의 하나다. 두 가지 자연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 하나만을 채용한 기존의 보안등과 비교해 작동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최대 5일간 사용할 수 있는데 외부 전력망과의 연결이 필요 없어 친환경적이며 감전 등의 안전사고에서도 자유롭다. 이미 한밭대학교,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대전원평초등학교, 대전매봉중학교 등지에 설치돼 시범 운영 중에 있다. 특히 에이앤티21은 중장기적으로 빗물 이용 기술, 공중화장실 저류조기술, 하이브리드 보안등 기술 등을 융합하여 물과 전력이 필요없는 공중화장실을 선보인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교반 (agitation, 攪拌) 물리·화학적 성질이 다른 2종 이상의 물질을 섞어서 균일한 혼합 상태로 만드는 것.
여재 (濾材) 여과공정에서 고체의 분리에 쓰이는 다공질(多孔質)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