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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쥐와 냥이의 입맛을 잡아라

THE CHEMISTRY OF KIBBLE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애완동물 사료 시장을 장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첨단과학기술이 사료시장의 고객인 개와 고양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STORY BY MARY ROACH
PHOTOGRAPH BY SAM KAPLAN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복합상업지구 구석에 터를 잡은 AFB 인터내셔널.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그 의문은 이 회사의 회의실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말끔히 해소된다. 익숙한 사료 냄새가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리로 된 회의실의 벽 건너편에는 작은 사료 압출 공장처럼 보이는 시설도 보인다. 그곳에는 흰색 실험실 가운과 파란색 무균 덧신을 착용한 남녀들이 금속제 카트를 천천히 밀면서 이리저리 오가고 있다.

AFB 인터내셔널은 애완동물용 건조 사료의 표면에 코팅 처리할 분말형 조미료를 제조하는 회사다. 개발된 조미료를 테스트하기 위해 소규모 사료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코팅을 끝마친 사료는 스팽키, 토마스, 스키퍼, 모하미드, 엘비스, 샌디, 벨라 등의 고객들에게 전달돼 품평회를 갖는다. 이 고객들은 다름 아닌 개와 고양이다. 본사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입맛평가자원센터(PARC)에 기르고 있는 300여 마리 중 일부다.

필자가 AFB 인터내셔널을 방문했을 때 팻 묄러 부사장과 몇 명의 직원들이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필자를 맞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아폴로프로젝트에 쓰인 우주식품 개발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는 묄러 부사장은 장난감 병정과 같은 말끔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는 애완동물용 사료 개발에 있어 최대 난제는 애완동물의 기호와 필요, 그리고 주인들의 기호와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완동물 사료는 마치 유아용품처럼 구매자와 실 소비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애완동물과 주인의 뜻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시리얼 형태의 건조 사료는 제2차 세계대전 도중 처음 등장했다. 주석(Sn)이 부족해지면서 더 이상 애완동물 사료 용기로 주석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반겼다. 통조림에 비해 건조 사료가 훨씬 깔끔하고, 냄새가 적었으며, 무엇보다도 편리했다.

묄러 부사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료 제조업체들은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동물성 지방과 콩, 밀, 비타민, 미네랄 등을 혼합해 사료를 만든다. 이런 사료는 저렴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잘 맞춰져 있어 주인들이 선호하지만 정작 애완동물들은 별달리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는 자발적으로 곡식을 먹는 생물이 아닌 탓이다. 사료에 조미료가 첨가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동물들이 그런 사료를 먹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묄러 부사장은 세계적인 스낵회사 프리토레이에서 과자의 겉에 뿌릴 분말형 조미료를 개발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과자 조미료 코팅과 사료 조미료 코팅은 공통점이 매우 많다고 설명한다.

"조미료가 묻어있지 않은 '치토스' 과자를 상상해보세요. 아무 맛도 없을 겁니다. 사료도 마찬가지예요."

"애완동물 사료에도 인간의 구미를 당길 다양한 풍미가 더해진다. 사람들은 동물들도 그 풍미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가공된 편의식품에 들어가는 소스들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이 먹는 조미료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조리식품은 가공 과정에서 입맛을 돋우는 감칠맛이 첨가된다. 그리고 그 감칠맛은 식품 설계학적 관점에서 볼 때 거의 전적으로 소스에 의존해 만들어진다.

"어떤 식품인지를 막론하고 모든 식품생산라인에는 2~3종, 또는 그 이상의 소스 첨가가 기본적으로 이뤄집니다."

이는 애완동물 사료라고 다르지 않다. 여기에도 인간의 구미를 당길 다양한 풍미가 더해진다.

"사람들은 동물들도 그 풍미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닙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어지간해서는 입맛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그즈음 필자와 묄러 부사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AFB의 기초연구 부문 책임자이자 동물 후각 전문가인 낸시 로슨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AFB에서 일하기 전 로슨은 통조림가공식품 전문기업 캠벨 수프에서 영양학자로 근무했었고, 그 전에는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화학감각센터에서 동물의 미각과 후각 연구를 수행했다.

그녀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일례로 야생고양이들은 쥐나 새를 주로 잡아먹고 살지만 둘 중 하나를 주식으로 삼을 뿐 쥐와 새를 모두 먹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생선이 든 고양이 사료와 가금류의 고기가 들어있는 사료를 이따금씩 번갈아 먹이는 게 잘못된 것일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 두 사료의 차이는 이름과 라벨에 그려져 있는 그림 정도일 뿐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한쪽에는 생선이, 다른 한 쪽에는 가금류 고기가 더 많이 들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풍미는 별다를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식품공학에서 신제품의 상용화 가능성을 측정하는 전통적 방법은 소비자 패널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여러 제품을 사용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주지하다시피 애완동물용 사료도 기본 과정은 비슷하다. 다만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뿐이다.



AFB의 연구기술자 스테이시 슐랭커가 '로스코'라는 이름의 바셋 하운드 견공을 데리고 일명 '두 개의 그릇' 테스트를 하고 시연하고 있다. 개가 두 개의 사료 중 어느 쪽에 먼저 코를 들이대고 킁킁 거리는지도 선호도를 측정하는 한가지 척도다.

파이로인산(H4P2O7)은 필자에게 있어 '고양이의 마약'으로 각인돼 있다. 사료를 파이로인산으로 코팅하면 제조사는 맛과 관련한 모든 부족한 부분을 한 방에 모조리 제거할 수 있다. 필자는 로슨의 사무실에 파이로인산 3종류가 갈색 병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는 맛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그녀는 산성 파이로인산 나트륨(SAPP)이 AFB의 특허물질 중 하나지만 이제껏 회사 내에서 SAPP를 맛보겠다고 한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면서 필자를 희한하게 쳐다봤다. 이윽고 그녀는 병 하나를 집어들고 뚜껑을 연 다음, 투명한 액체를 플라스틱 컵에 따랐다. 애완동물 사료용 조미료는 보통 분말 형태지만 맛을 보는 데는 액체 형태가 더 좋다. 어차피 맛을 느끼려면 조미료 분자가 침(액체)에 녹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액체가 혀의 미세한 돌기에 스며들면서 미각수용기 세포와 접촉해야 맛이 난다. 도넛을 커피에 담근 다음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맛은 화학적 자극의 일종이다. 그리고 미각세포는 특화된 피부세포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비로소 맛을 느끼는 것도 미각세포가 혀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로슨은 사람도 파리처럼 팔다리에 미각세포가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편리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파리는 물체에 내려앉기만 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우와! 이거 설탕이다!'라고요. 그리고 나서야 입을 내밀어 설탕을 먹으려 하겠죠."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동료 중에 더듬이로 미각을 느끼는 민물가재와 바닷가재 연구자가 있다면서 항상 그 사람들을 부러웠다고 했다.

"가재의 더듬이를 연구한 다음에 실험에 쓰인 가재를 저녁식사로 먹을 수 있자나요."

반면 미각 연구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실험동물은 메기다. 미각수용기가 많다는 것이 메기를 선택한 유일한 이유다.

"메기의 수용기는 모두 피부에 있어요. 헤엄치는 혓바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필자는 얘기를 들으며 사람도 피부로 맛을 볼 수 있으면 어떨지를 잠시 떠올려봤다. 그때 로슨이 메기의 경우에는 음식의 맛을 볼 때 의식적으로 인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경계가 단순히 근육에 먹이를 먹을 것을 지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지적 경험이 없이 맛을 본다는 게 왠지 기괴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 그것은 일정부분 사람도 똑같다. 사람의 미각 수용기는 창자, 후두, 식도 상부에도 있지만 오직 혀의 미각 수용기만이 자신이 감지한 내용을 뇌로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넬화학감각센터에서 로슨의 동료였던 대니얼 리드는 그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다른 미각 수용기가 뇌에 정보를 보고했다면 도대체 어떤 맛일지 상상조차 어려운 담즙이나 췌장 효소의 맛까지 느낄 뻔 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인체의 내장에 분포된 미각 수용기들은 소금이나 설탕 분자를 접하면 호르몬 반응을, 매우 쓴 물질을 접하면 구토나 설사 같은 방어 반응을 유발해 인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AFB 인터내셔널의 기초연구부문 책임자 낸시 로슨[좌측]과 그녀의 조수인 진스토우가 분석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옆의 사진은 표본의 맛에 대한 기존적 프로파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자 혀'다

우리는 미각을 개인의 기호 추구라는 관점에서 이해하지만 동물 세계는 물론 선사 시대의 인간 세계에서 미각은 감각보다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후각과 더불어 소화관의 안내자 역할을 했으며, 쓴맛과 신맛으로 대변되는 위험도가 높은 물질과 단맛이나 짠맛 같은 인체가 원하는 물질을 구분하는 화학적 검색대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의 고래 생물학자 필립 클래펌 박사가 미각이 없을 경우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을 필자에게 보내준 적이 있었다. 향유고래의 위에서 빼낸 25개의 물체를 찍은 사진이었다.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다른 동물들처럼 향유고래 또한 미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진 속에는 항아리, 컵, 치약, 커피여과기, 쓰레기통, 신발, 장식용 조각상 등 고래 뱃속에서 누군가가 살림을 차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필자는 로슨이 건네 준 컵을 코앞으로 가져왔다.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약간 마셔 봤다. 필자의 미각 수용기는 뇌에 아무 느낌도 전달하지 않았다. 맹물을 마신 것과 같았다. 기대만큼 나쁘지는 않았지만 음식의 맛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로슨이 말했다.

"아마도 고양이가 좋아하는 게 그런 특이함 아닐까요?"

결국 고양이과 동물들이 파이로인산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찾아내면 우리에게 동물들의 식성이 까다로워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리드는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은 자기들 입맛대로 사료를 만들어 놓고는 동물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동물더러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지요."

사실상 고양이가 파이로인산의 맛을 어떻게 느낄지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상상도 불가능하다. 이는 고양이가 설탕의 맛을 알 방법이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개나 다른 잡식 동물과 달리 고양이는 단맛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야생고양이의 먹이에는 단당류인 탄수화물이 거의 없다. 따라서 고양이는 처음부터 단맛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없었거나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개가 음식에 표현하는 최대의 찬사는 구토다. 하지만 사료를 구입하는 주인 가운데 자신의 강아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의 경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분별하거나 더 맛있는 음식을 가려낼 때 미각보다는 후각에 더 크게 의존한다. 냄새가 마음에 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먹는다. 이런 모습을 보며 개의 주인은 사료를 제대로 구입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료의 냄새만 개의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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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동물들의 식성이나 먹이 앞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정확히 해석하는 건 적잖이 까다로운 과제다. 예컨대 인간의 상식과는 달리 개가 음식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는 놀랍게도 구토다. 묄러 부사장에 의하면 개가 음식의 향기에 완전히 매료되면 마치 걸신들린 듯이 너무 빠르게 많은 음식을 먹는다. 때문에 위(胃)가 음식으로 가득 차게 되고, 종국에는 위가 파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을 토해낸다.

"구토야 말로 개가 그 사료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에요. 하지만 사료를 구입하는 주인 가운데 자신의 강아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기술자가 단백질, 효모, 방부제 등이 혼합된 조미료를 사료 코팅기계 속에 붓고 있다. 이 기계는 지속적으로 회전하며 사료에 조미료를 골고루 입힌다



고양이 전용 룸의 밖에서 통유리를 통해 미아우 믹스(Meow Mix), 프리스키(Friskies), 그리고 조미료를 넣지 않은 사료에 대한 고양이의 기호 실험을 지켜보던 AFB 인터내셔널 입맛평가자원센터(PARC)의 에이미 매카시 소장은 옆에 있던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미아우 믹스를 좋아하는데요."

만일 어떤 사료 제조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고양이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하려면 PARC와 같은 실험설비에서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통유리 안에는 외과용 수술복을 입은 두 명의 동물기술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얕은 금속 팬이 들려 있었고, 팬 안에는 갈색을 띤 사료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목 부근에는 20여마리의 고양이가 어슬렁거렸다. 기술자들은 차례대로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손에 든 팬을 내려놓았다.

이런 실험에서 개와 고양이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개는 사료를 내놓는 즉시 흡입하다시피 먹는 반면, 고양이는 한층 주의를 기울인다. 제대로 식사를 하기 전에 소량만 입에 넣어서 맛을 본다. 매카시 소장은 필자에게 조미료를 넣지 않은 사료를 보라고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것 보세요. 고양이들이 맛만 보고 뱉어내는 게 보이죠?"

필자의 눈에는 누가 누군지 전혀 구별이 가지 않는 고양이들이 살아있는 양탄자처럼 바닥을 마구 옮겨다니는 모습만이 보였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매카시 소장은 다시 미아우 믹스를 보라고 했다. 이미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사료가 사라지고 없었다.

내장은 지구상의 모든 식품 중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축에 속한다. 양의 지라에 함유된 비타민 C 함유량은 탄제린(tangerine)에 맞먹는다.

30대인 맥카시의 목소리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훨씬 컸다. 오랜 세월 동물들이 떠드는 곳에서 말을 한 부작용인 것 같았다.

복도 저편에는 AFB에서 새로 개발한 조미료로 코팅된 강아지 사료 A가 경쟁 제품 앞에 서 있었다. 동물들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떤 녀석은 거친 숨소리를 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공항 활주로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고성능 귀마개를 끼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인 테레사 클라인조르게가 큰 개집의 문을 열고는 짙은 색 고리모양의 눈을 한 테리어 잡종개 앞에 사료가 든 그릇 두 개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집에서 7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매카시 소장도 6마리를 키운다. PARC 사람들은 대개 개를 매우 사랑하는 게 분명해보였다. 사실 이곳은 실험동물들이 집단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최초의 사료 시험시설이다. 기호 실험을 수행하는 다른 시설들의 경우 동물들의 주의산만을 막기 위해 상자에 가두는 경우가 많재만 PARC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클라인조르게가 내려놓은 사료
앞선 실험에 투입됐던 테리어 잡종견은 이름이 알라바마로 PARC에서도 유명한 먹보다. AFB의 기술자들은 실험 이후 보고서 작성 시 동물들을 식습관에 따라 먹보, 관망자, 깨작이, 킁킁이 등 4가지 범주로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알라바마의 친구인 엘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개가 자기 앞에 차려진 두 음식에 모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클라인조르게가 엘비스의 행동에 대해 말하자 동료는 그것을 받아 적었다.

"A를 냄새 맡고, B를 냄새 맡고, B를 핥고, 발을 핥고, A로 가서, A를 보고, B를 냄새 맡고, B를 먹었음."

대다수 개들은 엘비스보다는 훨씬 강하게 결단을 내린다. 포크찹이 좋은 사례이다. 클라인조르게는 포크찹의 발 앞에 두 그릇의 사료를 가져다 놓고는 필자를 보며 말했다.

"이 친구가 두 그릇 모두를 냄새 맡은 뒤 하나만 골라서 먹는 광경을 보시게 될 거예요. 준비 되셨죠? A를 냄새 맡고, B를 냄새 맡고, A를 먹었어요. 그것 보세요. 제 말이 맞죠?"

매카시는 PARC의 기술자들은 개들이 다른 개들과 마당에서 뛰어놀 때의 상호작용도 주시한다고 말했다.

"개가 시무룩한 게 사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다른 개가 자신의 뼈다귀를 훔쳐가서 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이뿐만이 아니다. PARC 기술자들은 각 사료의 소비량 계산은 물론 개들이 새로운 사료를 처음에 선택하는 비율, 즉 모든 개들 중에서 새로운 사료에 먼저 주둥이를 갖다 대는 개체의 비율을 기록해 총계를 낸다. 이는 사료 회사에게 정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일단 개를 사료 그릇 앞으로 오도록 만들기만 하면 대부분은 그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먹은 다음에라도 다른 사료 그릇으로 가거나, 조금만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주인들은 개들에게 두 가지 사료를 동시에 주고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인들은 사료를 바꿨을 때 개가 사료의 냄새를 맡고 군침을 흘리는 반응이 얼마나 약화 또는 강화되는지 알 길이 없다.

덧붙여 사료 제조사에게 있어서는 개의 식욕을 자극하지만 인간을 역겹게 만들지는 않을 향기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로슨은 이렇게 말했다.

"개들은 카다베린이나 푸트레신을 아주 좋아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자나요."

필자는 개들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부패한 고기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사람들은 흔히 개들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개들이 흙먼지 속에 뒹굴고 있는 오래되고, 더럽고, 너덜너덜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완벽한 영양학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방금 막 부패되기 시작한 것뿐입니다.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많이 진행된 것들은 영양학적 가치를 크게 잃게 돼요. 개들도 그런 음식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 먹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취향만 고려하고, 개의 취향은 무시하는 방향으로 사료의 향기를 배합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평균적인 개의 후각은 평균적인 인간보다 1만배는 더 민감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인간에게 석쇠로 구운 스테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향기는 개에게는 지나치게 강해 식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필자는 민트 맛 조미료로 처리한 사료의 기호도 실험을 참관했다. 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민트는 캡사이신의 결정체인 할라피뇨 고추와 다를 바 없이 풍미라기보다는 자극제에 가깝다. 따라서 개에게는 잘 주지 않는 물질이다. 다만 할라피뇨의 경우 심리학자 폴 로진 박사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기르는 개들은 살짝 매운 맛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동물들의 입맛 역시 현지인들의 식품 기호를 어느 정도 따라간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사료 제조사들은 개 주인들에게 민트를 사용하면 개들의 구강 위생에 좋다는 점을 들어 판촉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개들의 구강 위생에 역점을 둔 시각적 판촉 전략도 진행 중이다. 칫솔 모양으로 만든 비스킷이 그것이다. 그러나 민트 처리가 된 사료를 좋아한 것은 PARC의 견공 중 오직 모함미드 뿐이었다. 사료를 걸신들린 듯이 먹고 토해냈다.

윈스턴이라는 개는 사료 그릇에 코를 박고 사료 속의 흰색 덩어리를 골라내고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개들도 그 흰색 덩어리를 먼저 집어먹었다. 매카시는 이 사실에 주목했다.

"저게 정말 맛있는 거군요."

기술자 중 한 명이 흰색 덩어리의 정체를 알려줬다. 예전에 매카시가 실험했던 사료인데 치킨 맛이 난다고 했다.



지난 1973년 미국공익과학센터(CSPI)의 영양 감시 그룹은 '식품 득점 카드(Food Scorecard)'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에서 구입한 통조림 개 사료의 3분의 1을 사람이 먹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식성에 개 사료가 맞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보다 비싼 음식을 사먹을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놀라운 결과지만 필자에게는 이보다 더 놀라운 게 있었다. 개 사료의 성분이었다.

실제로 책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36가지의 미국산 단백질 제품들을 전반적인 품질에 따라 순위를 매겨놓았다. 비타민·칼슘·미량 미네랄이 들어있는 경우에는 득점, 옥수수 시럽과 포화 지방이 들어있으면 감점을 했다. 그런데 강아지용 건식 사료 '알포(Alpo)'가 순위에 올랐다. 무려 30점을 얻었다. 살라미와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 프라이드치킨, 새우, 햄, 등심 스테이크, 맥도널드 햄버거, 땅콩버터, 순 쇠고기 핫도그, 스팸, 베이컨, 볼로냐를 능가하는 점수였다.

묄러 부사장과 함께 PARC에서 본사로 돌아온 필자는 로손에게 이 같은 순위를 말하고,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필자가 오늘 점심에 먹은 미트볼 및 샌드위치와 개 사료가 별 차이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녀의 대답은 필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당신이 먹은 샌드위치는 영양학적으로 볼 때 개 사료보다도 훨씬 열등합니다."



CSPI의 득점 카드에서 1위를 차지한 식품은 172점을 득점한 소의 간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닭의 간과 간 소시지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간 1인분을 먹으면 비타민 C 일일권장량의 50%, 비타민 B2 일일권장량의 3배, 당근에 들어있는 비타민 A의 9배, 상당량의 비타민 B-12, B-6, D, 엽산, 칼륨 등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AFB 인터내셔널의 개 사료용 조미료의 주성분은 무엇일까. 묄러 부사장은 간이라고 답했다.

"간을 다른 내장들과 섞어서 사용합니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사냥한 후 제일 먼저 먹는 부위가 바로 간, 위 등의 위장관이에요."

내장은 지구상의 모든 식품 중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축에 속한다. 양의 지라에 함유된 비타민 C 함유량은 탄제린에 맞먹는다. 소의 폐에 들어있는 비타민 함량은 그보다 50%나 더 많다. 위장은 그 내용물 때문에 특히 큰 가치를 지닌다. 육식동물도 위장 안에 들어있는 식물과 곡식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제일 좋은 음식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개 사료의 성분표에 있는 어류, 육류 등의 글자에 신경 쓰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제일 좋은 음식은 그들이 야생에서 먹었던 동물의 살과 내장, 피부, 뼈 등이 모두 섞여있는 음식이다.

동물들의 미각계는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게 특화됐다.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건조한 사반나의 사냥꾼이자 약탈자였던 우리의 선조들은 매우 중요하지만 귀했던 영양소인 염분과 고에너지 지방, 당분 등을 맛있게 느끼도록 진화했다. 정크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널리 보급된 이유가 이 때문이라 해도 실언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정크푸드를 애완동물들에게도 주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나온 수의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중 무려 50% 이상이 과체중과 비만이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음식 기호를 애완동물들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AFB의 고객 중에는 100% 채식 사료의 판촉을 개시한 곳도 있다. 물론 자연 상태에서 채식을 전혀 하지 않는 고양이는 진정한 의미의 육식 동물이다. 묄러 부사장은 고개를 기울이고,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 얼굴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고객이 원한다면야 못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카다베린 (cadaverine) 육류를 포함한 단백질이 부패할 때 생기는 프토마인(염기성 함질소화합물)의 일종. 유독하지는 않지만 불쾌한 냄새가 난다.
푸트레신 (putrescine)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물질로 썪은 고기 냄새를 풍긴다.
탄제린 (tangerine) 오렌지의 변종.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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