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몽규 신임 대한축구협회장의 소탈한 소통 리더십

"축구도 소비자 니즈에 부응해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국내 축구계를 이끌게 됐다. 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이 소탈한 모습으로 축구계와의 소통에 나섰다.

하제헌기자 azzuru@hk.co.kr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올 초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지난 1월 28일 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선출된 이후 정식으로 취임한 3월 7일까지 40여 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는 강행군을 해왔다. 비행기나 자동차로 이동하며 쪽잠을 청하는 일도 잦았다. 현장을 챙기는 정 회장의 행보에 축구계는 물론 체육계 전체가 기대를 걸고 있다.


▶ 몸에 밴 소탈 경영평

정몽규 회장의 대기업 총수답지 않은 소탈한 모습은 축구협회 구성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보여준 실무형 출장은 축구협회장 당선 이후 더 부각되면서 다른 리더들과 정 회장을 차별화시키고 있다. 그는 2월 6일 축구대표팀이 크로아티아와 치른 평가전을 보기 위해 1박3일짜리 런던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허례허식보다 실속을 먼저 생각한다.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출국하면서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영국 현지에서 머무른 호텔도 저렴한 싱글 침대방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말한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편이고, 꼭 필요한 일만 처리하고 귀국하는 등 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매사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2월 20일 오전에 일본축구협회를 방문해 다이니 구니야 회장을 만나 두 나라 간 축구 발전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오후에 귀국했다. 이어 25일에도 중국축구협회를 방문하고 당일 귀국했다.

당일치기 출장은 정 회장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잘 드러낸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서도 소탈함이 곳곳에 묻어난다"고 말한다. 다른 건설업체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한 뒤 수억 원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썼지만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 '아이파크' 브랜드는 연예인을 쓰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쪽에 신경 쓰고 투자하자는 정 회장의 경영 방침 때문이다.


▶ 격의 없는 소통 경영

정 회장은 부서와 직위를 가리지 않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는 축구협회장에 당선되자마자 협회 직원들과 면담을 실시했다. 그룹 미팅이나 부서장들만 만나는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50명이 넘는 협회 직원들과 실시한 1대1 개인 면담이었다. 정 회장은 직접 메모를 하며 협회 발전을 위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았다. 2월 14일에는 박종환, 김호, 차범근, 조광래 등 전·현직 축구대표팀 감독들과 만나 축구계가 안고 있는 현안과 문제점을 논의했다. 축구협회장 선거 기간 동안 자신과 경쟁했던 후보 3명을 당선 9일 만에 초대한 것이나, 전·현직 국가대표팀 감독과 만나 점심식사를 한 것도 전임 회장들과 다른 행보였다.

정 회장은 책을 통해서도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정몽규 회장은 1주일에 4~5권은 소화할 정도로 독서광이다. 정 회장은 책에서 좋은 내용을 발견하면 다른 이들에게도 꼭 소개한다. 그는 축구협회에 첫 출근하면서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을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A매치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는 축구대표팀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던 정몽규 회장이 선수들에게 내민 선물 역시 말콤 글래드웰이 쓴 책 '아웃 라이어'였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나도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어떤 일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며 "선수들이 한번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물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현대산업개발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경영이나 인문학과 관련 있는 책들을 선물하고 있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목표를 함께 공유해 발전의 기회로 삼자는 뜻이다.


▶ 성과로 이어지는 리더십

현대산업개발은 화려함보다 내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업 문화는 1999년 정몽규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 이어져 왔다. 2000년대 초반 정몽규 회장은 직접 아이파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4년 준공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는 기존 아파트와 확연히 구분되는 설계로 입주 이후 현재까지 국내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두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주문했던 정몽규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설명한다. 2011년 입주 이후 부산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해운대 아이파크에서도 정몽규 회장의 경영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1,631가구인 해운대 아이파크는 평면 종류가 199개다. 어지간한 아파트 평면이 5~6개 정도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다양하다는 평가를 입주 초기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획일적인 아파트와 달리 다양한 평면으로 새로운 주거문화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9년 분양 당시 부산 지역 부동산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해운대 아이파크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평면설계 저작권(689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86건은 지난해 새로 등록한 것이다.

건축에 디자인과 소비자 중심적 사고를 도입한 정 회장은 "축구판을 크게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업 경영에서 보여주었듯 축구도 소비자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이 이끌 한국 축구계가 4년 뒤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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