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생기업의 CEO는 '사업을 성공시키면 해고될 수 있다'는 역설에 직면한다. 일단 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회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전문 경영인으로 CEO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기 때문이다.
By Jessi Hempel
통계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버드 대학원 교수인 노엄 바서만 Noam Wasserman은 지난 10년간 설립자가 회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그는 미국의 신생기업 460곳을 연구한 결과. 외부 CEO가 경영한 회사보다 창업자가 계속 CEO를 맡았던 회사 가치가 평균적으로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사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다르고, 두 기술을 다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원칙일 뿐이다. 크게 성공할 사람을 원한다면 설립자에 기대는 것이 오히려 똑똑한 선택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회사들은 열정적인 설립자가 이끌었다. 포춘이 매년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던 거의 모든 인물들(아마존의 제프베조스 Jeff Bezos 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 등)뿐만 아니라 그 후보들도 대부분 창업주였다. 월마트의 샘 월튼 Sam Walton , 하포 프로덕션의 오프라 윈프리 Ophra Winfrey, 나이키의 필 나이트 Phil Knight같은 설립자들은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업인에 속한다. 아마 그중에서도 애플의 심술궂은 천재 스티브 잡스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모든 창업주들이 잡스만큼 효과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지는 못하겠지만, 애플처럼 성공한 거의 모든 회사들은 설립자가 경영하고 있다.
몇몇 신생기업 투자자들은 여기에 주목했다.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로지스의 유리 밀너 Yuri Milner와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투자자들은 '창업주들을 유지하는' 투자전략을 수립했다. 피터 시얼 Peter Thiel이 공동 설립한 파운더스 펀드 Founders Fund 는 설립자를 전혀 해고하지 않고 100개 이상의 회사에 10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폴 그레이엄 Paul Graham의 와이컴비네이터 Y Combinator같은 인큐베이팅 업체들도 아이디어의 질뿐만 아니라 팀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기술과 열정을 반영해 새로운 기업을 선정해왔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좋은 마케팅의 수단이기도 하다. 투자자가 회사 설립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신생기업 전문가인 리드 호프만 Reid Hoffman (회사 설립자이기도 하다)은 최근 한 에세이에서 이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은 회사의 전체 성장기 동안 CEO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기술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타당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왜 창업주에 기대는 걸까? 그들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낸다. 이 글의 주제 '선구자들' 중 한 명인 토니 파델은 아이팟처럼 생긴 온도조절기 네스트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새로 고안해냈다.
아냐 퍼널드가 건강에 좋은 식품을 재배하고 배달하는 공급망을 혁신한 덕분에 우리는 벨캠포의 저울에 풀을 먹인 고기를 올려놓게 되었다. 설립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몽상가가 강인한 사업가가 되도록 가르칠 수는 있지만 사업가가 꿈을 꾸도록 가르치기는 힘들다"고 말할 것이다. 또 설립자들은 제품에 대해 도덕적 권위를 갖는다. 제프리 소넨펠트 Jeffery Sonnenfeld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업주들은 신용이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지 않고 사업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회사는 중대한 도박을 해야만 한다. 회사는 가끔 주요 사업에 손해가 가더라도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하기에는 창업주가 가장 제격이다. 다른 누구보다 회사의 더 큰 비전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설립했을 당시, 넷플릭스는 빨간 봉투에 담은 DVD 우편 서비스로 블록버스터 Blockbuster 를 밀어냈다. 그 후 2007년 헤이스팅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핵심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현재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운명은 불확실한 상태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고 서둘러 결정적인 조치를 내린 덕분에 넷플릭스는 엄청난 기술적 변화를 견딜 수 있었다. 중요한 사실은 창업주 CEO들이 장기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CEO들은 보통 8년 정도 그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창업주 CEO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평생 회사를 경영하면서 스스로의 유산을 만들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선구자인 벤 호로비츠는 설립자들에 대해 "그들의 감동적인 헌신은 그들이 가진 지분을 능가한다"고 자신의 영향력 있는 에세이에 썼다.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창업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생각해보라. 1997년 아마존이 상장됐을 때 베조스는 4~5년 동안 진행되는 사업 모델을 선택했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불평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도 아마존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고, 베조스는 회사가 새로운 기회를 잡아 계속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포춘이 선정한 선구자들은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5년 이내 창업한 회사들- 장기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열의를 갖고 있다. 킥스타터의 CEO 페리 첸,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 등은 절대 회사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창업주 CEO들이 십중팔구 실패하는 건 단순히 보면 대부분의 신생 벤처기업이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더라도 잠깐뿐일 수 있다. 많은 훌륭한 설립자들이 블랙베리의 마이클 라자리디스 Michael Lazaridis나 야후의 제리 양 Jerry Yang처럼 시장에서 때를 놓쳐 사업의 쇠퇴를 맛보고 있다. 하지만 헨리 포드와 에스티 로더 Estee Lauders 같은 설립자들도 나올 것이다. 이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또 우리 모두를 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회사를 키워간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21세기의 선구자로 분명 창업주들을 꼽을 것이다.
"설립자들은 신용이 있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지 않고 사업을 재창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