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나투어의 이유있는 고속성장

Market Leader

하나투어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여행업체다. 업계 정상에 올라 선 지 15년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연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포춘코리아가 여행업계 절대강자로 불리는 하나투어의 위상과 미래 전략을 알아봤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하나투어는 여행업계에서 압도적인 경영실적을 자랑한다. 여행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비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하나투어가 3,079억원, 모두투어가 1,379억 원이다. 업계 양강이라고 하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다. 사실상 하나투어가 업계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나투어 측에서는 이 같은 평가에 조심스러워 한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 팀장은 말한다. “독주라느니, 독점이라느니 그런 수식어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타이틀은 기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거든요. 출국자 기준 시장점유율은 19.5%입니다.” 출국자 기준으로도 업계 2위인 모두투어의 10% 수준에 비해 2배나 높다. 기타 여행업체들이 나머지 70%를 한 자릿수 이하 수준에서 비슷하게 나누고 있다.

출국자 수에 따른 항공권매매수익은 하나투어 전체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나투어 영업수익 비중은 국제관광알선수익, 기타알선수익, 항공권매매수익, 기타수익 순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관광알선수익이 2,255억 원이고, 항공권 매매수익이 119억 원이다. 전체 영업수익이 2,592억 원임을 고려하면, 하나투어 영업수익 대부분이 국제관광알선수익에 집중돼 있다.

국제관광알선수익은 아웃바운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아웃바운드는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인바운드는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나투어를 비롯한 국내 여행업체들은 대부분 아웃바운드에서 큰 수익을 얻는다. 인바운드의 경우 해외 여행업체가 우리나라를 여행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상품을 판 다음, 국내업체들한테 하청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수익률이 낮다. 반면 아웃바운드는 우리 업체가 해외여행을 하려는 내국인에게 여행상품을 판 후 현지 랜드사에 하청을 주는 식이어서 수익률이 높다.

최근 하나투어를 비롯한 여행업계는 항공권 판매 사업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공권 판매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자가 나기도 한다. 항공권 판매에 있어서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온라인 여행업체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기존의 판매채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권 판매에 있어 (오프라인 여행업체보다) 경쟁우위에 있습니다”라며 “인터파크 투어가 항공권 발권 집계 부문에서 온·오프 여행사 통합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주 5일 근무제로 여가시간이 늘고 삶의 질 향상으로 여행 욕구가 증가하는 등 여행업계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여행업계 3, 4위인 롯데관광개발과 자유투어가 흔들리면서 여행업계 전체의 돌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자유투어는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을, 롯데관광개발 역시 같은 이유로 주식 매매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자유투어와 롯데관광개발의 위기는 여행업계 전체의 위기라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자유투어는 자회사 로하스파크의 적자 및 경영 부실이, 롯데관광개발은 용산역세권개발사업 투자로 인한 손실이 위기의 이유였다. 무리하게 외도를 한 것이 문제였을 뿐, 이들 회사 역시 여행업에서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 중이다.

이들 기업이 위기에 처하자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쟁사들의 위기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여행객 쏠림 현상이 일부 나타나긴 했으나 하나투어 내부에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말한다. “항공권 판매가 조금 늘었지만 그 자체가 워낙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두 업체의 위기가 여행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까 걱정이죠. 한창 성장 중인 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거든요. 두 회사가 쓰러져 생기는 이익보다 이 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인식 확보로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하나투어에게는 더 이익입니다.”

6월에서 8월은 여행업계 최대 성수기이지만, 시장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하나투어의 실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곳도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드러나는 악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북한 리스크, 엔화 약세 등이 그것이다. 지난 3월 말 중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실제 중국편 여행객 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전체 아웃바운드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중국으로 가려던 여행객이 여행 자체를 취소하기보다는 목적지를 다른 나라로 변경하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 역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일상적으로 노출된 위험인 데다 우리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아웃바운드에 집중 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는 철저하게 인바운드 이슈다. 하나투어의 경우 인바운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채 안된다. 북한 리스크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에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으나,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엔화 약세는 오히려 우리 여행업체에 유리한 사업환경을 제공했다. 엔화 가치가 원화 가치 대비 상대적인 약세가 되면 일본을 여행하려는 내국인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웃바운드가 수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업계로서는 엔화 약세가 오히려 긍정적인 이슈로 작용한다. 몇 언론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유로 여행업계의 매출 감소를 우려했지만, 이는 업계 매출구조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보다.

하나투어는 오히려 업체의 수익률 악화가 잠재적 위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팀장은 말한다. “하나투어의 성장은 사실 하나투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여행산업 자체가 성장했기 때문이라 보는 게 맞습니다. 저희가 딱히 잘하지는 않았어요. 여행산업 자체는 엄청나게 성장하는데 다른 경쟁자들이 올라오질 않으니 그냥 저절로 커진 거죠.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예전보다 여행상품당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요. 업계 전반의 문제죠.”

하나투어는 최근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호텔산업이나 공연산업, 문화콘텐츠 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종로에 250여 객실 규모의 센터마크호텔을 열었다. 2015년까지 추가 론칭을 통해 서울 내 1,000여 객실을 확보할 예정이다. 여행객들의 객실 수요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연이나 문화콘텐츠 등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여행산업에 접목 중이다. 하나투어는 아예 ‘문화관광그룹’을 회사 비전으로 선포했다. 하나투어가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바운드의 수익성을 키워 아웃바운드와의 균형을 맞추고,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여러 해외 리스크를 각 국가별로 분산시키는 정도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했지만 앞으로는 아웃바운드 자체의 리스크를 인바운드 수익 창출을 통해 분산시키겠다는 의도가 제일 크다. 환율을 예로 들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 생기는 아웃바운드 수익감소를 인바운드 수익증가로 상쇄시키고, 원화 가치가 오를 때 생기는 인바운드 수익감소를 아웃바운드 수익증가로 상쇄시킨다는 것이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유지에도 문화콘텐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 고객들은 연간 여행 횟수가 많지 않은 만큼 라이트 유저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콘텐츠라는 연결고리가 생김으로써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할 수 있다. 고객이 여행상품 구매로 얻은 마일리지를 자체 생산한 문화콘텐츠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 고객들은 추후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하나투어의 여행상품을 재구매함으로써 충성고객으로 남게 된다. 정 팀장은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데 필요한 문화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해 내는 기업,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기업, 그것이 ‘문화관광그룹’ 하나투어의 최종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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