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베노믹스는 일본에게 좋은 처방(미국에도 이롭다)

INSIGHTS

by John cassidy


대부분의 경제 정상회담은 상당히 따분하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회담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매우 중요한 성과가 있었다. 일본의 주목할만한 정책 실험인 아베노믹스를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작년 말 당선된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정책이 화폐 전쟁을 촉발하거나 최악의 경우,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 성과 덕분에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 경제의 부활을 위해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미국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은 세계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일본이 부활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성장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또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투기적 거품 붕괴의 여파로 고생하는 국가들이-당연히 미국도 포함된다-일본이 최근까지 그랬던 것처럼, 수십 년간의 경제 침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내년은 필자가 처음으로 도쿄를 방문한 지 25년이 되는 해다. 지금도 당시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니케이 지수는 3만 9,000포인트에 근접했고, 소니와 마쓰시타 같은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세계를 접수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쿄를 다녀온 지 2년이 흐른 1991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지고 말았다. 그 후 일본은 선진국을 강타한 불황 중에서 역사상 가장 긴 불황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대부분 재화와 용역의 가치가 10년 이상 하락했고, 명목 GDP는 1995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가격은 1990년 대비 50%에 머물러 있고, 니케이 지수는 1989년 기록한 최고점 대비 약 3분의 1 지점까지 폭락한 상태다. 작년 11월 이후로 일본 증시가 50% 급등한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일본이 완전히 한 세대 동안 깊은 잠에 빠졌던 것처럼 보인다.

최근 니케이 지수의 반등은 아베의 야심을 잘 반영한다. 그는 대규모 통화 공급(monetary spigots)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고 개인 소비를 활성화하려 한다. 올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향후 2년 동안 일본 중앙은행이 충분한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2배로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은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완화(Qualitative Easing)를 모방하긴 했지만 그 규모는 2배나 된다(doubles down on) *역주: 블랙잭 등 도박에서 판돈을 2배씩 올리는 것을 말한다. 2%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아베와 구로다는 주식, 부동산 시장, 그리고 환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세 가지 모두는 현재까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는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도입해 일본성장을 가로 막는 구조적 장애물을 제거하려 한다. 비효율적인 농업에 대한 비효율적인 보조금 지급과 전력 생산의 독점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충격 요법이 필요한 경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일본이다. 거품붕괴 이후, 가정과 기업이 대출을 통한 투자보다 빚 갚기에 열중했다. 더 많은 정부 재정지출만이 경기 침체 악화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감당하려다 보니 GDP 대비 정부 부채(Net Public Debt) *역주: government debt라고도 불린다 비율이 어느덧 135%까지 불어났다(미국의 해당 비율은 73%이다). 일본도 결국 그리스 스타일의 채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아베노믹스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괜찮다. 엔화 가치가 20% 정도 하락하면서 일본 수출 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됐고, 이익도 증가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가정 경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사실, 수년 동안의 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을 통해 일본 기업과 가정의 재무상태는 꽤 건전해져 있다. 남은 큰 과제는 소비 심리다. 과연 아베가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다시 대출을 받아 소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일본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본은 고급 노동력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또 오늘날까지도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긴 잠에서 깨어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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