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하늘길 교통체증 터미네이터

하늘을 뒤흔들 항공기술 혁신 아이디어 5

미 연방항공청(FAA)은 2025년까지 기존의 항공통제시스템을 현대화하기 위한 ‘넥스트젠(NextGen)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수십억 달러가 투자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인공위성 중심의 정교한 항공기 운항관리시스템들이 포함돼 있지만 항공기의 설계 부분은 완전히 빠져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 연구팀은 항공기 자체의 설계를 바꾸는 것이 항공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가장 쉬운 길이라 확신한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NASA의 지원을 받아 탑승객 100명 규모의 ‘세스톨 여객기’를 설계해왔다. 세스톨(CESTOL)은 ‘고(高) 순항효율 단거리 이착륙’의 약자로 915m 길이의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여객기를 지향한다.


이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데이비드 마셜 박사에 의하면 세스톨 여객기는 순환제어(circulation control) 날개를 채용, 저속에서도 높은 양력을 얻는다. 덕분에 활주로 길이를 기존의 50%로 줄일 수 있다.

세스톨 여객기 개발을 위해 연구팀은 지난 1년간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풍동실험실에서 전폭 3m, 중량 1,135㎏의 프로토타입 모델 ‘아멜리아(Amelia)’를 실험해왔다. 또한 세스톨 여객기를 항공인프라시스템에 통합할 방안도 연구했다. 그 결과, 넥스트젠에 기반한 새로운 항공기 이착륙 경로를 적용하면 지금껏 잘 활용되지 못했던 짧은 활주로를 가진 소규모 공항에도 세스톨 여객기의 운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가능한 공항이 늘어나 항공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죠. 그만큼 항공 교통체증이 완화되고, 지연운항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의 설계 주기는 수십 년에 달한다. 때문에 10년 내 세스톨 여객기를 공항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날이 오면 세스톨 혹은 아멜리아가 항공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How it works : 세스톨 여객기

날개 위의 엔진
연구팀은 여객기의 주날개 하부가 아닌 상부에 터보프롭 엔진을 부착했다. 데이비드 마셜 박사는 그 이유가 두 가지라고 말한다. 엔진의 배기가스가 날개 위로 흘러가면 양력이 증대되고, 날개가 엔진 소음을 차단해 지상에 전달되는 소음공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항공기 소음을 기존보다 52㏈ 낮추는 게 NASA의 목표에요. 저희는 이미 30㏈ 감소에 성공했습니다.”


순환제어 주날개
기존의 항공기 주날개는 다수의 플랩을 이용해 양력을 제어한다. 반면 세스톨 여객기의 주날개는 플랩이 하나다. 대신 날개를 따라 이어진 가느다란 슬롯이 플랩의 성능을 배가시켜준다. 일례로 플랩이 아래로 꺾이면 슬롯은 고압의 공기를 날개 위로 흘려보내면서 하향기류를 형성, 양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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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배기흐름 제어
엔진의 배기 흐름과 순환제어 주날개가 만들어내는 양력 상승효과를 통합하기 위해 연구팀은 엔진의 위치를 주날개보다 앞으로 튀어나오도록 배치했다. 플랩이 아래로 꺾이면 엔진의 배기가 저압 영역으로 흘러감으로써 양력이 증가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항공기의 주날개 대비 양력 발생량이 5~10배나 된다. 덕분에 한층 느린 속도에서 상승하거나 가파른 각도로 상승할 수 있다.

로봇 파일럿의 역할
당분간 무인전투기가 공중전을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훌륭한 전우는 될 수 있다.


올 여름 미 해군의 스텔스 무인전투기 X-47B가 항공역사에 새 장을 여는 도전에 나선다. 바다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항공모함의 갑판에 인간의 제어 없이 스스로 착함하는 실험이 예정돼 있는 것. 올 5월 항모에서의 자율 이륙에 이어 이번 착륙까지 성공한다면 자율비행의 시대도 한 걸음 눈앞에 다가온다.

그러나 X-47B의 성공이 인간 파일럿의 퇴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임무 중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지난 수년간 펜타곤은 일명 ‘로열 윙맨(royal wingman)’이라는 로봇 무인기 작전을 연구해왔다. ‘충성스런 전우’라는 뜻처럼 인간 파일럿이나 원격 조종자의 감독 하에 무인기가 유인전투기를 보조하는 개념이다. 이 방식을 통해 무인기로 장거리 정찰 또는 편대 비행을 할 수 있다.

한편 미 해군은 현재 202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무인 제트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 공군도 무인으로 운용 가능한 차세대 스텔스 장거리 폭격기(LRS-B)를 개발, 2020년대 중반 실전 배치할 방침이다. 과연 이들은 인간 대신 장거리 공격 임무를 독자적으로 수행, 인명피해를 줄여줄 수 있을까. 전직 미 해군 파일럿인 MIT 항공학과 메리 커밍스 교수는 부정적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무인기는 표적을 육안으로 관측하기 위한 임무에 주로 투입될 겁니다. 그동안 실제 전투 임무는 인간 파일럿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요. 로봇공학 센서는 아직 인간처럼 시각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원활히 통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잉 카는 지금 어디에?
몰러 인터내셔널 M400X 스카이카


미국인 발명가 폴 몰러가 20년간에 걸쳐 개발한 M400X는 가장 유명하면서도 악명 높은 플라잉 카다. 수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연구개발비로 쓰고도 2002년과 2003년 몇 번의 수직이착륙 계류비행에 성공했을 뿐인데다 잇단 출시 연기로 사기 논란에 휩싸였던 탓이다. 하지만 몰러는 최근 무인항공기시스템 기업 아테나 테크놀로지스와 미국 및 중국에서 수직이착륙기를 공동 생산하는 4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플랩 (flap) 상하로 움직이며 항공기 주날개의 양력을 증대시켜주는 고양력장치. 주날개의 뒤쪽 끝부분, 혹은 뒤쪽과 앞쪽 끝부분에 위치한다.
계류비행 (tethered flight) 추락 등에 대비해 동체에 안전하게 끈을 묶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비행.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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