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해외에 나갔을 때 길에서 현대차를 발견하면 10년 지기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올해 104위에 올랐다. 기아자동차를 별도 회계로 처리하면서 밀려났던 100위권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회사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도 분야별로 골고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액 기준 104위, 당기순이익 기준 57위, 총자산 기준 172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40년대 초 서울에서 자동차정비업을 시작한 게 그 시초다. 당시 상호는 ‘아트서비스’였다.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건 1967년 12월이다. 당시 자본금은 1억 원이었다.
46년이 흐른 현재, 현대자동차의 자본금은 1조4,890억 원으로 늘어났다. 70억~8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84조4,697억 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도 300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자동차의 성장 그래프는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매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GDP의 6.4%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5,950여 개임을 감안하면 실제 GDP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산업역군이라 불릴 만하다.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현대자동차는 10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3계단 오른 수치다. 현대자동차의 기업 순위는 2011년을 기점으로 회계상의 차이가 있다. 2011년까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한 기업으로 묶어 계산했다. 두 기업의 매출을 묶다 보니 순위도 지금보다 높았다. 2011년 순위는 55위까지 치솟았다. 전체 매출은 974억800만 달러였다.
2012년 순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별도의 기업으로 나눠 계산되면서 현대자동차가 702억2,700만 달러 매출로 117위를, 기아자동차가 389억8,800만 달러로 266위의 성적을 받았다. 2011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현대자동차(기아차 포함) 전체 매출은 1조92억1,500만 달러로 HSBC에 이어 54위이다.
세부 내용을 보더라도 2011년은 현대자동차가 가장 큰 성장을 보였던 해이다.
2010년 66조9,852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1년 77조7,979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16%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010년 5조9,185억 원에서 8조755억 원으로 36%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0.4%나 됐다.
2012년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84조4,4697억 원 매출에 8조4,3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몇 년째 사상 최대 매출액, 영업이익을 갱신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현대자동차의 성장 속도는 군계일학이다. 현대자동차의 질주가 놀랍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는 별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한미FTA발효 등으로 외국 완성차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국내시장 판매가 2011년 68만2,228대에서 2012년 66만7,777여 대로 2.1%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 판매는 2011년 337만 7,210대에서 2012년에 373만 4,170대로 35만6,960대 늘어났다. 해외 판매 증가가 국내 판매 감소 1만4,451대를 상쇄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2011년 대비 8.4% 증가한 440만1,947대를 기록했다. 2011년 판매량은 405만9,438대였다.
올해는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 제3공장 가동으로 중국 시장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차량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85만5,995대 차량을 판매했다. 현대자동차는 베이징 제3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중국 내 자체 생산능력이 연 100만 대까지 늘게 됐다. 중국 판매 물량을 직접 중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한 것도 판매 증가의 주요 요인이다. 미국 슈퍼볼 광고 등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홍보활동을 강화했고, ‘북미 올해의 차’ ‘美 올해의 10대 엔진 선정’ 등 유력 기관과 매체의 호평 그 자체로 마케팅이 되기도 했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자 마진율이 높은 고급차 판매가 늘어났고, 판매증가는 다시 인지도 상승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도 쾌속질주를 계속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복병은 원화강세와 엔화약세이다. 그간 엔화강세로 핸디캡을 안고 싸웠던 일본 브랜드들이 엔화약세를 무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미국 및 유럽 브랜드들도 디폴트 위기를 벗어나 원기를 회복했다. FTA로 지금껏 누려왔던 내수시장에서의 절대강세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의외로 담담하다. 이미 여러 번 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지난 27년 동안의 글로벌 시장 도전사는 현대자동차를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이제는 디자인적인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다. 현대자동차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