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춘 글로벌500 순위에서 탈락했던 삼성생명보험(이하 삼성생명)이 올해 순위에 재진입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33.2%증가, 매출 상승률이 전체 500대 기업 중 25번째로 높았다. 은퇴시장, 부유층시장, 해외시장 등 3대 시장을 공략하며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삼성생명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올린 실적은 매출(수입보험료) 272억 달러, 순이익 8억8,300만 달러였다. 매출은 전년대비 33.2%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4% 성장했다. 삼성생명 측은 “신계약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입보험료가 크게 증가했으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효율중심의 경영과 함께 전사적인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이 손익에 반영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반적인 경영상황은 쉽지 않았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며 경영 악화가 일찍부터 예상됐다. 그러나 저축보험 특수가 일었다. 세제개편을 앞두고 비과세 혜택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시납 저축성보험 상품에 돈이 몰렸다. 덕분에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부분 생보사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생명의 2012년 신계약 연환산보험료(APE)*는 전년대비 35.7% 성장한 5조2,990억원(K-IFRS 기준)이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저축보험이 전년대비 184% 성장한 910억 원, 연금보험은 32.7% 성장한 1,940억 원, 보장보험은 6.8% 늘어난 1,870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 말 부임한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부회장)는 2011년부터 은퇴시장과 부유층시장, 해외시장 등3대 성장 축을 세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은퇴시장에선 2011년 2월 개소한 은퇴연구소를 중심으로 노후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 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로 노후 준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가고 있다.
지난해 은퇴시장에선 즉시연금은 물론 거치형 일시납 연금 모두 고성장했다. 즉시연금은 324% 성장한 4,340억 원, 거치형 일시납 연금은 117% 늘어난 156억 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부문에선 적립금 9조6,000억 원을 쌓으며 견고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 전년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부유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박 부회장은 2012년 1월 고액 자산가들의 가문관리를 위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프라이빗뱅킹(PB)이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에 집중했다면, 삼성패밀리오피스는 고액자산가의 2세, 3세로까지의 원활한 승계, 고액자산가 가족에 대한 교육 및 기부활동까지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존경 받는 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해 부유층 시장에선 보장금액 10억 원 이상의 고액 종신 상품을 위주로 판매 실적을 키웠다. 2012년 고액종신 월납 보험료는 14억 원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전체 보장성 APE 중 고액종신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5%에서 11%로 6%p 증가했다. 부유층(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수 도 2012년 3월 기준 5만2,927명에서 2013년 3월 기준 6만6,878명으로 26% 늘었고, 초부유층(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도 7,401명에서 1만1,823명으로 59%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세 번째 성장 축으로 선정한 해외 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연매출 1,000억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금융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어, 해외 공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초에는 해외사업부문을 부회장 직속 체제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7개국에 12개의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이중 태국은 1997년, 중국은 2005년에 진출해 현지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0년까지 세계 생보시장 15위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한편 박 부회장은 보험업의 본질을 강조하며 ‘사람, 사랑’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벌이는 등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힘쓰고 있다. 보험이 상부상조 정신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려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공식 웹사이트,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기업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마케팅 전략에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광호 삼성생명 홍보팀 부장은 말한다. “보험사 이미지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 소통을 확대하고 있어요. ‘사람, 사랑’으로 대표되는 회사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해 여러 콘텐츠를 개발 중입니다.”
지난해 펼친 CSR 활동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9월 서울시와 공동 기획해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 다리’를 설치했다. 마포대교는 한강 다리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삼성생명은 난간에 구조물을 세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 위안을 전해주려는 의도다. 생명의 다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의 의지와 창의성을 인정받아, 칸과 클리오 등 국제적인 광고제에서 대상을 포함한 15개 상을 받기도 했다.
연환산보험료: Annualized Premium Equivalent를 줄인 말. 보험료는 월납, 분기납, 반기납, 연납 등 다양한 납부 방식이 있는데, 이를 모두 동일한 기준인 연납으로 환산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