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퇴문화는 아직 미성숙 단계다. 대중 장수시대를 맞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단 베이비부머만의 문제가 아니다. 100세 수명을 준비하려면 20대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류재광 삼성생명보험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을 만나 연령별 은퇴 준비요령에 대해 알아봤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일러스트 서용남 monocut@nate.com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IAGG가 열렸다. IAGG는 가장 권위 있는 노인 관련 학회다. 세계 노인들의 건강·복지·권익 향상을 위해 1950년 창립되어 4년마다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이 대회를 후원하는 한편 ‘삼성생명 은퇴박람회 2013’과 ‘라이프 디자인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제 은퇴 뒤 모습을 살펴보고, 준비 사항을 미리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라이프 디자인 아카데미에선 특히 40대와 50대 등 은퇴를 앞둔 세대에 초점을 맞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는 법에 대해 발표했다. 일반인들의 관심은 물론 전문가들의 평가가 좋았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말한다. “매스컴 등에서 은퇴 준비 요령을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총론에 머물고 있습니다. 연령별이나 직업별로 상황이 다 다른데, 일괄적으로 준비 대책을 세우는 건 모순이죠. 우리 은퇴연구소는 장기적으로 연령별 준비요령을 세분화해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IAGG 발표 대상인 4050세대는 은퇴 준비가 가장 시급한 세대다. 주변에서 친구나 선배가 퇴직하고, 본인도 머지않아 야인 생활을 시작할 거라는 느낌을 받는다. 몸에서도 시그널이 나오는 시기다. 머리털이 빠지고, 갱년기 현상이 나타난다. 70대 전후의 부모님 노후49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도 한다.
은퇴를 준비하기에 앞서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장수시대에는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류재광 수석연구원은 크게 다섯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먼저 100세 시대에 맞는 인생지도를 갖춰야 한다는 것. 기존 세대처럼 수명을 80세로 막연하게 잡았다간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대중 장수시대가 열리는 2060년쯤 되면 90세 이상 고령자가 200만 명이 넘을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맞는 인생계획을 세워야 한다. 5㎞ 달릴 때와 20㎞ 달릴 때는 달리는 속도도 준비방법도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인생 가치관을 재점검해야 한다. 인생 전반기에 성공과 부, 좋은 직업을 추구하고 살았다면, 인생 후반기엔 인간관계와 의미, 보람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 직장형 인간으로 살아왔다면 가족을 더욱 중시해야 하고,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다면 나 자신의 요구와 존재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은퇴 무렵이 되면 이미 자녀는 분가하고 회사는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니, 그때를 미리 대비해두어야 한다.
둘째, 재무와 비재무의 균형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연금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다. 일본은 1960년대에 이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사회 초년생들은 자동으로 연금에 가입됐다. 일본 은퇴자들은 1960~1970년대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30~40년 가까이 연금을 납부해왔다. 덕분에 현재 65세 일본 고령자의 소득 중 70%가 연금이다. 우리나라는 연금이 은퇴자 소득의 20~30%도 되지 않는다. 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온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재무적 준비를 아무리 강조해봐야 심리적 부담만 커진다. 따라서 돈이 적어도 행복하게 은퇴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50대 중에는 시골 출신이 많다. 가난해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보자. 생각을 전환하면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 재무적인 욕심을 버리고 부부관계, 가족관계, COVERSTORY취미, 여가를 준비하자. 무리하게 재무적인 가치만 추구하면 모두 놓칠 수 있다. 40대가 무리하게 돈 벌다 보면, 건강을 해치고 가족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돈은 있지만 건강이 나쁘고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는 노후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의 4050세대 남성은 인간관계도 일 중심으로 맺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퇴직하면 이런 이해관계는 다 끊어진다. 재무와 비재무적인 가치의 밸런스가 그래서 중요하다.
셋째, 부부중심 인생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평균 수명이 70세 전후일 때는 자녀를 출가시킨 뒤 부부만 사는 ‘빈 둥지’ 기간이 10년 정도였다. 이제는 65세에 출가시켜도 20~30년을 배우자와 살아야 한다. 젊은 시절 일만 하며 아내를 돌보지 않던 남편이 은퇴 뒤 부인과 둘만 남으면 당혹감에 빠진다.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배우자와 대화하며 준비해야 한다.
넷째, 일의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한다. 노후 준비가 덜 된 사람은 우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소득이 있다면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금융권에 근무했다면, 친구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금융교실을 열 수도 있다. 사회적인 기여를 하는 동시에 개인적 측면에선 활동성을 유지하며 심리적 보람도 얻을 수 있다. 또 작은 용돈 벌이도 가능하다. 류 수석연구원은 말한다. “선진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삶의 보람’이에요. 젊을 땐 좋은 집, 비싼 차가 행복감을 줬을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사회 기여나 봉사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다섯째, 평생 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일시적인 목돈보다 평생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연금 수급권이 중요하다. 곶감 빼먹듯 생활비나 병치레 등으로 목돈을 빼먹으면, 줄어드는 돈만큼 심리적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빼먹으면 목돈은 자꾸 줄어들게 마련이다. 일본은 초장수국가이지만 노인이 돈을 안 쓴다. 길어지는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매달 나오는 소득이 더 중요해진다. 200만 원이 죽을 때까지 나온다면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2030세대 시간을 잡아라
20대는 본인이 처음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시기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드시 선저축·후소비를 습관화하자. 20대 땐 소득이 많지 않지만 지출해야 할 일도 많지 않다. 소비만 줄이면 저축이 가능하다. 인생을 길게 보고 일찍부터 조금씩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적은 돈이라도 노후 자금용으로 연금상품에 들어 두자. 카페라떼 효과라는 게 있다. 하루에 커피값 5,000원을 줄여 30년을 모으면 원금은 5,400만 원이지만 복리효과로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 시간이 내 편일 때, 붙잡아둬야 한다.
이 시기엔 예금보단 변동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긴 시간 투자할 수 있으니, 단기적인 급락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머징 마켓 펀드에 일부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30대는 재산을 구축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 종잣돈을 만들어야 한다.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이벤트가 있지만 40대에 비하면 그래도 지출규모가 적다. 연금에는 지속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리스크에 대응하는 보장성 보험도 가입해두자. 30대부터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립식 펀드나 변액연금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40대 은퇴준비를 위한 최적기
40대가 준비해야 할 것을 세분화해 보자. 통계에 따르면 40대는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시기다. 바꿔 말해 은퇴설계와 노후준비를 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다. 40대는 그러나 소득이 많은 만큼 지출도 크다. 부모님 용돈, 자녀 교육비, 집 대출 이자 등 쓰임새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소득이 많은 이때에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 50대에는 더 힘들어진다.
40대가 유념해야 할 은퇴 준비 요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현명한 가계관리, 두 번째는 노후자금과 목돈 만들기다. 먼저 가계관리를 보자. 40대에는 대개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투잡을 뛰기보단 일의 전문성을 키워 놓는 게 낫다. 전문성은 은퇴 뒤 일의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40대에는 많이 버는 것보다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선저축·후소비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월적립식 펀드 등을 만들고 월급 다음날 자동이체 되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축할 여유가 없다면, 급여가 오를 때마다 상승분을 저축하고 현 소비수준을 유지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저축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 집 살 돈 모아서 사고, 다음엔 차 살 돈 모아서 사고, 다시 자녀 결혼비를 모으다 보면 어느새 퇴직이 다가와 은퇴 자금을 마련할 때를 놓친다. 목적별로 동시에 조금씩 저축하는 게 좋다. 돈에 꼬리표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새는 돈도 잡아야 한다. 류 수석연구원은 소비성향을 재점검하라고 말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위세 때문에 비싼 차 사고, 남들이 하나씩 갖고 있으니 초등학생에게도 스마트폰을 사주는 거죠. 남의 눈 높이에 맞추는 수동적인 소비가 많아요. 그 소비 때문에 노후가 빈곤해집니다.” 그는 생활 속 절약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생계 자체가 무너지고 노후가 몰락할 수 있다. 사망이나 큰 질병은 보험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다만 과도하게 하거나 중복은 피해야 한다.
두 번째로 노후자금과 목돈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노후 자금을 만들 때는 3층 연금제를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1층 국민연금은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금융상품이다.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고 국가가 보장한다. 경제인구라면 대부분 자동 가입되니 따로 가입할 필요는 없다. 만약 납부유예기간이 있거나, 일시금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를 메우거나 상환하는 게 좋다. 가입기간이 길어지고 적립금액이 커져, 연금수령 때 유리하다.
2층 퇴직연금은 중간에 생활자금으로 사용하지 말고 노후 자금으로 묶어둬야 한다. 작년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시행된 이후로 퇴직금 중간 정산이 엄격해졌다. 회사를 옮길 때에도 퇴직금이 개인형 퇴직연금 IRP로 자동으로 옮겨진다.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묶어두려는 정부의 정책이다. 물론 개인이 원할 경우 인출이 가능하지만, 노후를 위해서는 쓰지 않는 게 좋다.
3층 개인연금은 세제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세제적격 연금저축보험과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이다. 세제적격 연금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자소득세(15.4%) 비과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세제적격 상품인 연금저축보험은 연 400만 원 한도에서 납입한 보험료를 퇴직연금 불입액과 합산해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또 연간 연금수령액 총액이 1,200만 원을 넘을 때는 종합소득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 이하일 때는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본인 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활용하자.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는 이 같은 3개 층 연금으로 모두 커버하는 게 이상적이다.
40대 이후에는 목돈 들어갈 일이 많다. 자녀 학자금과 결혼 비용, 부모 간병비, 본인의 의료비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자금은 40대부터 분산투자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단순 예금 외에도 예금 보험이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되,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잘 따져봐야 한다. 주가 등락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이라면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 적금이나 저축성 보험이 적당하다. 원금이 깨져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숨을 고를 수 있다면 펀드나 변액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 40대에는 10년 이상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유 기간이 있지만, 기대 수익률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내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채권형과 주식형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혼합형 펀드와 변액연금을 통해 투자자 본인의 리스크 허용도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단 요즘처럼 저성장, 저금리에 변동성까지 큰 시장에선 목돈을 넣는 것보다 적립식으로 가는 편이 낫다. 리스크를 평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자산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40대의 부모님이나 큰 형님 세대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했다. 상업용 부동산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부동산을 노후자금으로 쓸 때는 두 가지 위험이 수반된다. 하나는 유동성 리스크다. 가족이 병에 걸려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집이 제 때 안 팔릴 수도 있다.
또 하나는 가격 하락 리스크다. 급격히 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장기적 트 렌드를 보면, 주택 가격은 전처럼 상승세를 보이기 어렵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지만 본질은 수요와 공급에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고 인구가 감소하는 이상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이용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고려해보는 게 좋겠다.
50대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의 50대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본인을 돌보지 않고 가족 생계를 위해 젊음을 불살랐다. 어느 날 50세가 되어 보니 친구들은 하나둘 퇴직하고 있지만, 아직 돈 쓸 데가 많다. 자녀는 아직 대학에 다니고, 큰 애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럼 노후자금은? 답이 없다. 염려로 잠 못 이루는 세대다. 수명이 90세, 100세까지 연장되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50대는 3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첫째가 자녀지원이냐 노후지원이냐 하는 것. 한국의 부모는 자녀 대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 이래선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자녀 대학 학자금을 일부만 도와주거나 빌려준다. 생활비는 자녀 스스로 책임진다. 자녀 지원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미리 부부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한 뒤 자녀에게 알려 스스로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부동산이냐 금융자산이냐다. 50대가 가진 자산 중 77%가 부동산이다. 50대는 집을 키워가며 재산을 불려왔다. 이를 계속 보유할 건지, 금융자산화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은 유동성 리스크, 가격 하락 리스크가 있다. 수도권의 큰 집일수록 이러 경향은 더 강하다. 우리보다 20년 정도 빨리 노령화를 맞은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수요가 없고 재건축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분당과 같은 외곽도시는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 어렵다. 가능한 한 서둘러 집을 좁히고,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투기냐, 자산운용이냐이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 중 50세 이상은 46%에 이른다. 나이가 많을수록 주식에 관심이 높다. 왜일까. 류재광 선임연구원이 분석한다. “모아둔 돈은 없는데, 노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죠. 짧은 시간 내에 돈을 벌자니 주식 투기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일부는 우량주보다 리스크가 높은 코스닥이나 비상장주 위주로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류 선임연구원은 “투기가 아니라 자산운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얼마나 리스크를 안을 수 있는지, 목표 수익률은 얼마인지 등을 판단하고 이에 따라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노후 대비법을 살펴보자. 먼저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야 한다. 현재 가계지출을 따져보고, 이 중 노후에 사라질 비용을 제외시킨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부가 노후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은 218만 원이다. 하지만 가구마다 상황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적용할 수는 없다. 생활비 외에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도 파악해야 한다. 의료비와 간병비, 취미나 여가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건강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의료비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간병비는 요양원이 대략 월 50만~70만 원, 요양병원이 월80만~250만 원 선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 간병비를 줄일 수 있지만, 혼자 남은 뒤를 고려해서 간병비를 꼭 계산에 넣어야 한다. 비용이 나왔다면 그에 맞는 노후 자금을 준비하자. 먼저 기본 생활비는 3층 연금으로 마련한다. 국민연금은 59세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53세에 퇴직해도 연금을 조기 수령하지 말고 계속 납입하자. 퇴직연금도 55세에 인출할 수 있지만 최대한 유지하는 게 좋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다음과 같은 방안으로 부족분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아무리 허드렛 일이라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이 때가 되면 월급 100만 원만 받아도 적지 않은 돈이다. 은행에 즉시연금 3억 원을 예치해야 월이자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듯하다. 그리고 눈높이를 낮추면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일은 새로운 사회적 인간관계를 만들어주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택연금도 활용할 수 있다. 60세 때 3억 원짜리 집을 맡기면, 사망 시까지 월 69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사망 뒤 차액이 남는다면 자녀에게 상속된다. 초과분에 대해선 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한다. 주택연금이 마땅치 않다면, 집을 좁은 곳으로 옮기고 차액을 즉시연금에 넣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비재무적인 준비를 더하면 노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