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혁신의 메카 IDEO의 디자인 경영

[정경원의 ‘디자인 이야기’]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는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 심지어는 경영 전략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기업이다.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장


보스톤 컨설팅 그룹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리더 기업. MBA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100대 기업 중 10위(포춘). 레드닷, iF, IDEA 등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제일 많이 받은 회사. 스미소니안 쿠퍼-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의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한 기업.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 있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IDEO는 애플, P&G, 펩시콜라 등 수많은 고객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한 베스트셀러의 산실로 꼽힌다. 나날이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IDEO는 과연 어떻게 디자인으로 고객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을까?

영·미 합작 디자인 컨설팅 회사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IDEO는 디자인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과 미국 의 디자이너들이 합작하여 만든 기업이다. IDEO는 1991년 영국의 ‘아이 디 투 ID Two’와 미국의 ‘데이비드 켈리 디자인’, ‘매트릭스 제품 디자인’이 합병하여 설립되었다. 최대주주는 설립 자본금을 거의 모두 투자한 사무가구 제조업체 스틸케이스 Steelcase였으나, 2007년부터 ‘5개년 관리 주식환매 프로그램’을 실시함에 따라 스핀 아웃되었다. 아이 투의 설립자이자 사용자 환경 디자인 전문가였던 빌 모그리지는 2012년 여름에 작고했지만, 데이비드 켈리와 마이크 넷톨(매트릭스 설립자) 등 합병 전 회사의 설립자들은 여전히 활발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고객 기업들이 당면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IDEO의 직원은 550여 명이다. 그 들의 전공은 공학, 경영학, 인문학 등 매우 다양하며, 디자인 전공자는 절반 정도이다. IDEO는 소비재, 컴퓨터, 의료, 가구, 완구, 사무용품, 자동차 산업 등 업종을 망라하여 갖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중 유명한 사례로는 애플의 첫 번째 마우스, 팜이 개발한 PDA, 스틸케이스의 립 체어 Leap Chair, 스탠드 업 치약, P&G의 프링글스 포장 디자인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IDEO의 CEO는 산업디자이너인 팀 브라운 Tim Brown이다. 브라운은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왕립미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 았으며, 아이디 투에서 일했다. IDEO 샌프란시스코 지사와 유럽지역 총책임자를 거친 그는 2000년 데이비드 켈리로부터 CEO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브라운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디자인적 사고’라는 논문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적 사고라는 기고문에서 “성공하려면 예측 가능한 디자인을 버리고, 보이지 않는 욕망의 본질을 디자인하라”고 역설했다. 유수한 MBA 과정을 이수한 경영자들이 계량적인 방법을 맹신하는 데 문제를 제기한 그의 기고문은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적 접근 방법 개척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론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는 미국 언론은 자연스레 IDEO에 주목하고 있다. IDEO의 경 영진은 책, 유튜브, TED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디자인적 사고와 경험 디자인 등 창의적인 방법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2004년 5월 비즈니스 위크는 ‘디자인의 힘(The Power of Design)이라는 커버스토리에서 IDEO가 어떻게 고객 경험의 디자인을 통하여 어떻게 기업의 혁신을 개선하도록 도와주는지를 상세히 다루었다. IDEO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조사할 때 설문조사나 서베이 등 기존의 경영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소비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함께 공감하며 찾아낸다는 것이다.

2012년 1월,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켈리는 미국 CBS의 ‘60분(60 Minutes)’에 출연하여 평생 추구해온 ‘디자인적 사고’에 대해 소개했다. 디자인적 사고란 사람에게 맞는 디자인을 창출해내는 혁신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 켈리는 스티브 잡스 회장과의 각별한 교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80년대 초반, 애플이 만든 첫 마우스 디자인에 참여한 이래로 켈리는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을 위해 잡스와 매우 긴밀히 협조했다”며 “잡스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기보다는 모든 일에 완벽주의자였다”고 회고했다. 한편 데이비드와 톰 켈리 형제는 함께 저술한 ‘창조적인 자신감(Creative Confidnence)’이라는 책을 9월 17일 출판했다. 누구나 창의적이 될 수 있는 비결을 다루어 인기가 높았던 TED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창의적인 족속’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하며, 누구나 창의적이 될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을 다루고 있다.


‘공감’으로 고객의 욕망을 파악하여 디자인으로 해결

상대적으 로 규모가 작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가 매킨지, BCG, 베인 등 선도적인 경영 컨설팅 업체들의 경쟁자로 떠오른 비결은 한마디로 디자인적 사고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이해하고 해결함으로써 직관적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디자인을 창출해낸다. 디자인적 사고는 디자이너와 의사, 오페라 가수, 조각가, 인류학자 등이 서로 유용한 정보를 알아내게 해줄 뿐 아니라 더욱 창의적이 되게 해준다. 따라서 IDEO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협력과 다양성이라는 문화가 있다. 그들은 낯선 아이디어들의 제안을 장려하고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 눈에 보이는 해결 방안을 창출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과 공감함으로써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해주는 관찰이다.

디자인적 사고 프 로세스는 영감(Inspiration), 아이디어 창출(Ideation), 실행(Implementation)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아이디어 창출은 아이디어의 발상-발전-시험의 과정이다. 실행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사람들의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단계이다. 흔히 ‘3I’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IDEO는 고객 기업들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미래의 비전을 설정하고, 그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그려낸다. 아울러 비즈니스 모델 프로토타이핑, 데이터 시각화, 혁신전략, 조직디자인, 계량적·정성적 방법들은 물론 지식재산권의 회피 등의 기법들을 활용한다. 특히 IDEO의 모든 업무는 기업이 스스로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능력을 십분 활용하도록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당하고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해결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도록 한다. 그 결과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현재 IDEO의 고객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아프리카와 인도의 음료수 제 공 방법과 페루의 학교 시스템 개선을 주도했으며, 중국에서는 비상용 충전기 등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신제품을 제조하여 출시한다. 디자인으로 충격적인 효과를 창출하려는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의 비전은 그렇게 구현되어가고 있다.


정경원 교수는…
한국 디자인 진흥원장을 역임한 정경원 교수는 국내 산업디자인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 본부장(부시장)을 지냈으며 현재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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